능지처참 - 중국의 잔혹성과 서구의 시선 동아시아와 그 너머 1
티모시 브룩 지음, 박소현 옮김 / 너머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혹 능지 처참이란 단어를 아는지? 이 단어를 기억하는 분중 많은 분이 아마도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이 역적 모의를 한 이들을 처벌하고자 할시 굵직한 저음으로 이 단어를 내 뱉는 것을 기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난 특이하게도 김용의 무협지 벽혈검에 나오는 원승지의 아버지 원승환-원승지는 소설속 인물이지만 원승환은 명말 산해관을 지키던 명나라의 장수인 역사적 인물이다-이 능지 처참을 당했다고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진을 절단-보통은 사지를 매단 밧줄을 소나 말이 끌어서 절단-하는 것은 능지 처참이 아니라 거열형이다.능지 처참은 대역죄나 패륜을 저지를 죄인을 기둥에 매단후 회를 뜨듯이 살점을 베어내는데 출혈과다로 죽지 않도록 조금씩 베어내며 대략 2~4천번를 베어낸다고 하는 최악의 형벌이다.
내기억에 명의 멸망을 다룬 중국 드리마에서 원승환을 능지 처참하는데 고통으로 죽는 것을 막고 서서히 죽게 하기 위해 특별히 조제한 비법 약제를 몸에 바르는 장면까지 나온다.
능지 처참형은 원나라 시대에 만들어져서 명나라를 거쳐 청나라 말엽까지 행하진 형벌이지만 이제는 사라져서 중국인들도 잘 모르는 형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인도 이제는 잃어버린 형벌인 능지 처참을 오늘날 다시 되살린 책이 있으니 바로 티모시 브록의 Death by a Thousand Cuts(능치 처참)이다.
이 책은 사람을 산 채로 칼로 여러 부위를 베어 죽이는 형벌인 능지 처참의 잔혹하고 끔찍하고 고통스러 면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원나라 시절부터 능지형이 폐지된 청나라 말엽(1905년)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고문과 처형의 역사, 이미지, 그리고 그 법률적 맥락을 추적한 최초의 책으로 책의 전반부는 중국 형벌의 역사를 다루고, 후반부는 주로 중국의 처형에 대한 서구의 집착을 다루고 있다.

책의 도입부부터 매우 충격적인데 실제 1904년에 한 대가족을 살해한 살인자 왕 웨이친이 능지라 불린 극형으로 마지막을 처형된다.책속에는 왕 웨이친의 잔혹한 처형 장면이 등장하는데 솔직히 그 강렬하고 잔혹한 사진을 오래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 사진은 솔직히 능지 처참에 대한 강한 인상을 주어 중국의 형벌이 매우 잔인하고 야만적인 처형 수단이라는 것을 임팩트 있게 보여준다.
왕 웨이친의 처형은 20세기 초 능지형이 폐지되기 직전 거의 마지막으로 집행되었고 중국인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지만,의화단의 난 이후 중국에 몰려든 서구인들에 의해 그 끔찍한 장면이 촬영되어 서구 사회를 떠돌면서, ‘중국적 잔혹성’ 혹은 ‘동양적 야만성’을 상징하는 기호로 다시 재생산되게 된다. ‘

아마도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능지 처참을 당한 왕 웨이친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리고 이 처형이 뜻하는 바가 무언지 아무런 맥락과 이해없이 그저 죄인이 고통의 겪는 순간을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중국의 대명률에 의하면 능지 처참은 대역죄에 인륜에 반하는 패륜죄에 처단하는 형벌이다. 왕 웨이친은 12명의 대가족-그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아이는 3살이다-을 죽인 유교의 인륜을 저지른 패륜아로 능지처참은 죄인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해 죽인다는 개념 보다는 신체를 훼손함으로써 당시 유교적인 중국 사회의 전통과 가치의 기준에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죄인에게 주고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죄에 대한 무언의 경고를 주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능지 처참은 신체발부는 수지 부모라는 전통적 가치관의 개념이 도입되어 죄인에게 부모에게 물려받은 육체를 조각내서 훼손함으로써 전통 유교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가치관을 훼손하여 단순한 육체적 죽음이 아닌 영혼의 죽음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의화단의 난을 통해 중국을 침략했던 제국주의 서양인들에 눈에서 보면 능지 처참은 중국의 법제와 사회문화적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잔혹한 중국(동양)이라는 이미지-중국에는 사람을 난도질하는 야만인들이 살고 있으므로 야만인을 문명화시켜야 한다는 구실이 된다.- 는 중국을 서양인들에 의해 계몽시켜야할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써 대중을 선동하게 하여 중국을 침략하는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서양에도 중국의 능지 처참에 몾지 않는 잔인한 형벌들이 무척 많았다.게다가 대역죄와 패륜죄와 같은 동양에서는 최고의 범죄에 능지 처참을 시행한 반면,서양에서는 단순히 마녀나 이단이라는 의심만으로 무서운 고문과 처벌을 자행했던 것이다.


<중세 유럽의 고문도구들-능지 처참 못지않은 잔인한 형벌 도구들이다>

솔직히 중국의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이지만 우리 역시 대명률을 받아들였기에 조선에서도 능지 처참이 시행되었다는 기록은 있으나 그 형벌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는 편이므로 서양인의 이런한 동양인을 야만시 하는 편향적인 시각은 우리 역시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 능지 처참의 저자는 이런 편향된 서양인의 시각을 배제하고 다양한 증거-법률, 정치, 역사, 문학, 사진 등-를 참조하면서 2장에서는 중국의 형벌의 역사를 개관하고 3,4장에서는 요대(遼代)와 송대(宋代)로 거슬러 올라가 능지형의 불분명한 기원을 추적하고, 명청대(明淸代)에 와서 능지형이 꽤 빈번해졌던 배경과 내용을 살펴본 다음 20세기초 능지형이 폐지되는 과정까지를 밝혀본다. 5장에서는 중국의 종교적 상상에 나타난 육형과 육형의 민중적 수용을 고찰하는 학문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저자는 서양인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중국인들마저 잔혹하고 미개하다고 여기게 된 능지 처참과 같은 과거 중국의 형벌은 정말 야만적이고 비 윤리적이었냐는 데 대해서 저자는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능지처참'에 놀라움과 우려를 나타내며 비판을 가했던 서양인들마저 죄의 경중에 따라 형벌을 차등해서 적용하는 중국의 법률 법률 체계에 대해서는 단 수건 한장을 훔쳐도 사형에 처했던 서양과 달리-이건 올리버 트위스트에도 나오는 내용이다.19세기 전반까지 영국에선 손수건만 훔쳐도 교수형이었다- 좋은 점이라 말하면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는 중국 법 체계에 대한 선입견에 반해 죄인의 사정에 따라 선처를 베푸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

능지 처참은 과거 우리 역사속에서 실행되던 처형 방법이라 우리는 서양인의 시각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현재에 와서는 그걸 다 이해 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 책에서도 능지처참이 서구에 의해서 어떻게 왜곡되고 날조되었으며 그런 이미지를 서구인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아마 현대의 우리도 과거의 저런 형벌에 대해서는 서구인가 마찬가지의 생각을 가질 것이다.과거의 비 합리적인 사고에 대해서 현재의 우리가 그것을 나쁘다고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다만 당시의 가치관에 대해서 이해는 하지만 그것을 현재에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학술적으로 능지 처참이라 형벌에 대해 역사적인 맥락과 더불어 그에 대한 서구인이 편향적 시각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이 책은 이미 지난간 역사의 한 모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솔직히 이런 종류의 야만적인 형벌을 다룬 책은 아마 몇몇 독자들외에는 잘 읽히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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