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습격
더글라스 김 지음, 민경재 옮김 / 길벗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97년 한국이 외환 위기를 맞았을 때 대부분 자기 자본의 300~400%의 빛을 지고 있던 많은 기업들이 줄 도산을 하게 되었고 이런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도 역시 합병등으로 대규모 해직 사태가 벌어지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하지만 그후 10년 동안 대한 민국의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재정과 매년에 걸친 자체적 구조 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으로 이제 자산의 안정성을 마련하여 2008년의 금융 위기속에서도 건재할 수 있게 되었다.

2010년이 다가는 12월 현재 한국의 증시는 이제 2000선을 바라보게 되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1000선에 비해 2배 이상 올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국민들 대다수가 느끼는 경제 체감 지수는 아직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한국 경제의 펜더멘탈을 안정적이며 경제 현황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이말에 대해 긍정하는 국민은 아마도 거의 없을 듯 싶다.이렇게 국민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이 때에 재미 동포 출신으로 외국 금융기관에 재직하면서 한국을 오래 관찰한 저자 더글라스 김은 우리가 안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 시한 폭탄에 대한 무섭고도 두려운 진실을 자신의 저서 부채의 습격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현재 한국이 갔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채라고 말하면서 IMF때는 기업의 부채가 이슈였지만 지금은 과도한 가계 부채가 문제라고 말하면서 94년 이후부터 기업의 부채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가계의 경우 이와 반대로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2년 이후 각종 지역 개발 사업등으로 지가와 함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아파트 폭등의 열기에 편승하고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너도 나도 아파트를 구입하자 했고 기업 역시 규제 완화를 들먹이며 아파트 건설에 달려들었고 정부 역시 건설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은근히 부채질한 측면이 있어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200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이 생겨나게 된것이다.게다가 은행 역시 무차입 경영등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는 대기업에 대출이 어려워지자-기업 대출의 경우 담보가 없는 중소 기업의 대출은 최소화했다- 가계 대출을 통한 이익 창출을 도모하여 당시에 일반인들도 쉽게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 투기에 나설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나 토지에 대한 구입 욕구로 일반 국민들의 은행 대출이 많아지면서 실제로 한국 가계의 GDP 대비 대출 비율은 40%(2000년)에서 60%(2008년)까지 높아졌고 가계 저축률은 반대로 10.7%(2000년)에서 2.5%(2008년)로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이 일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은행은 이자로, 가계는 부동산 상승으로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최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금리 인상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책에서 말하는 폭탄의 뇌관이 된다.
저자는 흔히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가 일반인들은 물가 상승이라고만 알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은 금리 상승을 동반하는 것이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현재 1800선인 기름값이 언제 더 오를지 모르는 것처럼 현재 세계시장의 급속한 원자재격 상승은 정부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데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상하이엑스포, 미국 중간선거 등 경기 부양에 도움을 주는 세계 주요 이벤트가 올해 대부분 끝나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금리 상승 징후가 보여서 우리 정부 역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뿌려댄 유동성과 제로 금리 유지가 이미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룰수가 없게 될것이다.

그럼 금리 상승이 우리 경제에 어떠한 타격을 입힐수 있을까?
책속에서 저자는 대부분의 한국 가정이 부동산 버블 시기인 2005년에 은행에서 변동 금리(당시 대출 가계의 90%가 변동 금리라고 한다)와 만기 일시상환방식(어느 시점까지는 이자지급액만 내다가 그 시점이 지난 후엔 이자와 원금을 같이 갚는 방식) 의 조건으로 대출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2010~2012년에 집중적으로 거치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한국 중산층이 파탄이 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떤 가정이 5년 거치기간(이자만 내는 기간)과 연 6% 변동금리 조건으로 10년 만기 대출을 2억원 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처음 5년 이자는 월 100만원이지만 그 다음 5년은 월 390만원으로 뛰어서 가계 경제에 커다란 무리가 온다는 것이다.물론 대출당시 거치 가간이 끝나면 부담이 커질거란 생각을 다들 했겠지만 당시의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을 보면 이들은 대출 이자를 감당할 만큼 집값도 오르리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일반인들의 이런 장미빛 예상과는 달리 부동산은 하락세여서 당시 대출 받아 산 가격보다도 아파트 값이 떨어진 곳이 많고 은행빛을 갚고자 판매를 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만약 금리 마저 오르게 된다면 가정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개인 파산자가 속출 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이거는 IMF당시 회사의 부도로 가장이 직장에서 쫒겨나는 것과는 또다른 경제의 악몽이라고 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당시에는 가장이 회사의 부도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퇴직금,저축한 은행 예금,집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어 이것을 바탕으로 자영업이나 개인 사업을 하는등과 같은 어디 비빌 언덕이라고 있었지만,현재는 대부분의 가정이 아파트 대출 이자로 저축 여력등이 없어 만약 거치 기간이 끝난이후 원금+이자를 갚지 못한다면 아파트는 바로 차압에 들어가고 그 가족은 어디 갈데가 없게 되는 것이다.결국 이런 숨어 있는 부채가 금리 인상이 되면 저금리의 달콤함에 취해있던 서민들과 중산층에게는 핵 폭탄과 같은 피해를 줄것이며 결국 이들이 파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IMF이후 각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부채 조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국민은 금 모우기 등으로 정부와 은행은 각종 세제와 부채 탕감으로 기업들을 도와 주었다.하지만 국민들이 부채 폭탄을 받게되면 정부가 부채를 탕감해 주거나 기업들이 인력 충원등으로 도와줄까? 대답은 NO이다.특히 요즘 중소 자영업자를 압박하는 대개업의 형태를 보면 더욱 더 그러하다.

저자는 말미에서 "최악 상황이 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보수적인 경제 운용으로 부채를 하루속히 조정해야 한다.. 3년 이하 단기 대출은 갈아타는 게 의미가 없다.. 경제가 어떤 국면으로 가든 개인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부채의 습격은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서로 어떻해든 되겠지 하면서 외면하고 있던 가계의 부채를 정면으로 다르면서 그 쓰나미급 피해를 지적한 책이다.어찌보면 상당히 무섭고도 불편한 진실을 독자들의 코 앞에 들이대는데 문제는 솔직히 정부나 국민이나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계 긴축 재정으로 부채를 조정하라고 주문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로 가계 부채를 조정할 수 있는 가정이 과연 몇이나 될지 참 답답하다.왜 하우스 푸어란 말이 지금 공공연히 회자되겠는가!

이 책 부채의 습격은 우리 현실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책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필히 읽어야 될 것이지만 경제 서적등은 더욱 안 읽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얼마나 팔릴지 걱정이 앞선다.저자의 주장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면 과연 우리는 그걸 어떻게 극복할지 이 책을 읽으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by caspi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