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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 - 산골에서 부르는 행복의 노래
박찬득.배동분 지음 / 라이프맵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도연명의 歸去來辭(귀거래사)가 생각나면서 한시에 대해 쓴 책이 아닌가 여겼다.하지만 책을 들고 내용을 읽어보니 도연명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 않으니 바로 귀농한 어는 초보 농부의 귀농 점검기였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박찬득, 배동분은 부부로 남편 박찬득은 대학원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고 현대자동차 지점장을 지냈으며 부인 배동분은 대학원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고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연구원으로 둘다 이른바 대한 민국 사회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었는데 2000년에 아이들 양육문제등으로 모든것을 떨쳐 버리고 시골로 귀향해 농부가 되었다.이 책은 귀농에 관련된 두 부부의 첫 작품이지만 부인은 이미 2005년도에 산골살이, 행복한 비움을 저술한 바 있다.
현재 각박한 도시를 벗어나 11년간 울진에서 귀농 생활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귀농에 두 부부가 마음을 맞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멀쩡하게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삶의 방식'을 바꾸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부인은 화를 버럭 낸다.하지만 노후를 위해 춘천에 사논 텃밭에서 주말마다 농사를 짓던 남편은 아내에게 귀농의 이유에 대해 구구 절절한 편지를 보낸다.
첫째 남을 밟아야지만 올라가야 하는 사회,이기적인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하는 사회가 싫고 허무하고
둘째 시계 추처럼 삭막하고 찌든 도시의 공기를 벗어나 남자로 태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죽고 싶고
셋째 아이들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에서 계획된 스케줄대로 이 학원, 저 학원 기웃거리는 아이로 키우기 보다는 자연에서 흙을 밟고, 흙을 만지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자라게 하고 싶기에 현재의 도시의 찌든 삶에서 벗어나 나머지 생의 삶은 '삶의 방식'을 바꾸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남편의 설득에 아내는 심각하게 고민하다 몇가지 사건 사고를 겪은 후에 삶의 허무함으르 느끼고 귀농에 동의하게 된다.
귀농이후 두 부부는 처음하는 농사일에 산불이 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일이며 한 해 농사를 다 말아먹었던 일 등 커다란 난관을 무수히 맞게 되지만 부부는 서로간에 서로 없으면 안될 조언자요,친구요, 든든한 후원자로써 어려움을 넘기면서 도심의 직장 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땀흘려 일한다'는 의미를 새삼스럽게 깨닫고 행복해 한다.
저자들이 살고 있은 경북 울진은 아버지가 한동안 근문하던 곳이라 나도 그곳에서 잠시 산적이 있다.대게로 유명한 울진은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은 더 교통이 불편하던 곳이다.얼마 살지 않음에도 상당히 불편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곳에서 도시인이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것이 어찌보면 대단히 존경스럽다.
도시 직장인들이 입에 담는 퇴사후 귀농 계획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매우 고달픈데 입시전쟁을 넘으면 취업전쟁이고,그 다음에는 생활전쟁이기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시골에 사는 사람들보다 물질적인 풍요는 누릴지 모르나 마음의 풍요는 누리지 못하고 있기에 팍팍한 도시의 생활을 벗어나 자연으로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어할지 모른다.
하지만 귀농 역시 상당수 비용을 요구하며 농촌 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남과 유리된 도시에서 생활한 특성상 지역민과 유대가 힘들어 귀농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귀농이 도시민이 생각하듯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 책 귀래 거사는 귀농한지 11년차가 되는 선배 귀농 도시민이 앞으로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 후배에게 보내는 글로 저자가 가졌던 귀농 전의 초조함, 두려움 등을 생각하며, 지금 귀농희망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며 쓴 책이라 그런지 귀농 전에 생각해 봐야 할 일 들도 함게 수록되어 있어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그리고 책 곳곳에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과 시골에서 나는 갖가지 먹거리로 만든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어 단순한 귀농서적이라기 보다는 에시이+요리책+귀농서라는 일석 3조의 성격을 갖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귀농은 1년차는 낭만이고, 2년차는 절망, 3년차는 포기, 4년차부터는 희망이라는 말이 있듯이 상당히 힘들고 인내를 요하는 일이다.하지만 그럼에도 귀농을 희망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필히 읽어 봐야 되는 책이라고 여겨진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