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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2주 전쯤에 올레길 탐방에 나섰다 40대 여성이 실족으로 높이 4m 가량의 하천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었서 사흘간 실종되었다가 다행히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생명의 지장은 없었지만 한 2가지쯤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여행철도 아니 11월에 40대 주부가 제주도로 날아가 올레길을 산책할 정도로 올레길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는 것과 자연 그대로의 길들이어서 이렇게 실종 사건이 생기면 단번에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웰빙 열풍과 더불어 걷기 운동이 한창 활발한데 여기에는 제주 올레길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집대문에서 마을길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길을 의미하는데 문을 뜻하는 순 우리말 오래가 제주도에서 올레로 굳어졌다고 한다.
올레는 제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풍경으로 검은 현무암으로 쌓인 집으로 가는 골목 올레는 집과 마을을 구불 구불 이어주는 제주 돌담길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강호동의 <1박 2일> 에서 나와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제주 올레길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몇 년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도 지금처럼 유명한 제주 올레길에 대해서 전혀 들은 바가 없기에 도대체 언제 개발 되었나 알아보니 2007년 9월8일 제1코스가 개장된 이후 지금 것 20코스까지 개장 되었고 앞으로 총 35코스를 개척한다고 하니 이제 한 반정도가 진행되어 보인다.
이처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올레길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책로가 되었을 정도로 유명해 졌으면 아마 제주시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놀랍게도 공무원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만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많은 이들이 찾아주는 제주 올레길은 제주 출신의 기자 서명숙이 나이 쉰에 기자 생활을 때려치고 홀로 산티아고 길 순례를 나섰다가 문득 고향 제주를 생각하고 '산티아고 길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제주에 만들리라’ 꿈을 품게 되면서 제주 올레길을 한 코스 한 코스 개척해가는 열정과 제주올레 초창기 개척 과정이 펼쳐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 과정을 소개한 책의 그녀의 첫 번째 제주 올레 저서인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두번째 올레길 저서인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이 나온다.제목의 꼬닥 꼬닥은 예전 제주 할망들은 서둘러 달려오다가 넘어지는 손자들에게 말하던 "재기재기 와리지 말앙 꼬닥꼬닥 걸으라게(빨리빨리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어라)."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책 제목에 올레길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의 전작이 제주올레길을 한 코스 한 코스 개척해가는 그녀의 열정과 제주올레 초창기 개척 과정이 유쾌하고 가슴 찡하게 펼친 이야기라면 이번 작품은 초창기 그 이후 지금까지 그녀가 올레를 어떻게 지속시켜 왔는지에 대한 그녀의 올레 정신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흔하디 흔한 여행지의 소개나 맛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올레길이 생기게 되었는지와 올레길과 함께하며, 올레길을 다녀가며 마음의 상처와 불안을 치유하고 간 많은 사람들- 길 위에서 진정한 부부로 다시 만나게 된 부부들 이야기,한 집에서 십몇 년 살면서 나눈 이야기보다 올레길 함께 걸으며 며칠 동안 나눈 이야기가 더 많다는 가족들 이야기, 난생처음 걸어본다며 웃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죽으려고 왔는데 아름다운 올레길을 걷다 보니 다시 살고 싶어졌다고 말하는 암환자의 이야기-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걷기 문화가 확산되면서 급하고 빠르게 사는 것보다 천천히 살면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조화시키며 건강과 행복을 지향하는 열풍이 불면서 걷는 것과 느림의 미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하다보니 올레길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 각광받고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올레길을 찾게 된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올레길은 제주 자연이 만든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가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걷는 그길이 많은 이들의 노고로 만들어 졌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제주 올레 13길의경우 인력 부족으로 개장이 불가능 했던 것을 특전사 대원들이 사나흘에 걸려서 십수 개의 숲길을 새롭게 내면서 비로소 코스 개장이 가능했해 졌고. 제주올레 마스코트 조랑말 ‘간세’는 현대카드 디자인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으며 ‘올레 패스포트’는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학생들의 도움을 만들어 졌는등 많은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현재 제주 올레길이 하나씩 만들어졌음을 이 책을 밝히고 있다.
제주 올레길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힘든일이 있음과 사후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 저자는 이책에서 담백하게 밝히면서 그가 올레길을 만드는데 많은 힘을 쏟아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올레길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확실히 기자 출신답게 저자는 책 내용을 재미나게 풀어 쓰고 있으며 책 속의 사진들 역시 제주 올레길의 풍광을 정말 아름답게 보여준다.이 책을 읽으면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언젠가 제주에 다시 한번 가본다면 나역시 올레길을 느긋한 마음으로 걸으면서 저 아름다운 풍광을 내 눈안에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드는 것 같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