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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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초등학교 동화책은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보다는 다소 사색과 철학을 요구하는 책들이 많아진 것 같다.
사실 예전에 동화라 함은 예를 들어 신데렐나,콩쥐 팥쥐를 보게 되면 항상 예쁘고 착하게만 나오는 주인공인 신데렐라나 콩쥐,그런 주인공을 괴롭히는 나쁜 인물들인 계모나 언니들과 팥쥐,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게 된다는 권선징악의 결말 등의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작가들이 성선설이나 ‘동심 천사주의’란 말을 굳게 신봉해서 였는지 대부분의 동화는 아이들의 마음은 천사처럼 맑고 깨끗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러운 현실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따라서 당연히 동화에는 마음씨 고운 인물들만이 등장을 하고 선은 악에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이 일종의 패턴인데 이게 요즘의 똑똑하고 조숙한 아이들에게 식상하다는 느낌을 많이 준것같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마당을 나온 암탉도 그런 책중의 하나이다.
책내용을 요약하면 주인공 ‘잎싹’은 알을 얻기 위해 사육되는 암탉이지만 농장 주인에게 자신이 낳은 알을 계속 빼앗기자 좌절하고 모이 먹기를 거부하다 이내 폐계(廢鷄) 무덤에 버려지고 만다.우여곡절 끝에 살아나 농장 마당으로 돌아오지만 그곳은 축사(畜舍) 안에서 바라보던 자유의 공간이 아니었는데 오리 떼와 늙은 개,우두머리 격인 ‘관상용’ 수탉 부부는 텃세를 부리고 그녀를 배려하는 동물이라고는 마찬가지로 이방인인 청둥오리뿐이다.이들의 텃세에 마당을 벗어나지만 잎싹은 그제야 자신이 자유임을 깨닫게 도지만 이미 몸이 망가져 알을 낳을 수 없게된다.하지만 친구인 청둥오리의 알을 대신 품어 새끼를 얻는데 암탉 엄마를 둔 아기 청둥오리는 편견과 고난에 시달리지만 결국 이겨내고 겨울이 오자 자기 무리들을 따라 먼 곳으로 떠난다.그리고 잎싹도 족제비에게 목숨을 잃는다.

보다시피 책 내용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동화의 원칙대라면 잎새는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자신의 소중한 알을 낳아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겠지마 오히려 이 책에선 잎새는 남의 애을 키운후 삶을 마감하게 된다.어찌보면 비참한 최후라고도 할수있다.
이 책은 기존의 동화와는 달리 추상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삶과 죽음음, 자유와 같은 다소 철학적이면서도 다분히 현실적인 주제를 우화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 동화이다.
예를 들면 책속의 나그네 청둥오리는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가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으며,상대방보다는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몰두하던 수탉은 권위주의를 상징하고,날기를 포기하고 인간과 닭의 무리 가운데 끼여 삶을 유지하던 집 오리 떼들은 자신의 본성을 망각하고 안락한 삶에 안주하려는 자들을, 문지기 개는 기회주의자의 전형을 부여주고 있다.이들은 모두 우리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계층의 인간들들로 이처럼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속의 이야기 속에는 현실의 모습이 녹아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주인공 잎싹이 자신의 알을 키우겠다는 소망을 굳게 간직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독특하고 개성적인 등장인물의 다양한 삶을 통해 어린이들로 하여금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는 이 책은 다소 어렵고 무거울수 있는 주제지만 탄탄한 구성과 풍부한 상징성,독특한 등장인물의 창조등으로 일반적인 의미의 동화가 아닌 읽고나서 무언가를 생각하게끔 하는 동화이다.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청둥오리 새끼를 키우는 잎싹이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모성애를 느낄수도있지만 그런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도우려는 이타적 성격은 아무래도 현실에선 그런이들을 쉽게 찾을수 없는 현실의 역설적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들이 많은 생각을 하길 바랬나 보다.그래설까 마당을 나온 암탉는 부모와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읽으면 자신의 생각을 서로 이야기하는 책으로도 무척 좋다고 여겨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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