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스테리 하우스의 추리 관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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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은 저 위대한 에드거 앨런 포가 추리소설의 창시자라는 건 모두들 알고 있지 않나 싶다.
1841년에 발표된 그의 단편소설 [모르그 가(街)의 살인(殺人)]은 세계 최초의 탐정소설로 인정된다.
파리의 모르그 가(街)에서 차마 볼 수 없는 처참한 이중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이 도저히 풀 수 없는 이 난해한 사건을 뒤팽이라는 프랑스 청년이 천재적 추리로 명쾌하게 해결하고 있다.
뒤팽은 [마리 로제의 비밀(秘密)]과 [도둑맞은 편지(便紙)] 두 편에서도 등장하여 그가 분석의 천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 편의 [뒤팽 소설]로 포는 ‘탐정소설’이라는 새로운 대중소설의 장르를 창시한 셈이며 이걸 완성한 자가 영국의 코넌 도일이라는 건 거의 정설로 되어 있다.
도일은 장편 넷과 단편 쉰 여섯에 명탐정 셜록 홈즈를 등장시키고 있다. 도일의 첫 추리소설 [주홍색연구(朱紅色硏究)]에서 셜록 홈즈는 경찰의 고문 탐정 노릇을 하면서 하숙을 사립탐정 사무소처럼 사용한다. 동숙하고 있는 왓슨은 자연히 홈즈의 조수 역을 하며 홈즈의 모험(추리활동)을 기록하게 된다.
이리하여 명탐정 셜록 홈즈는 마치 탐정의 대명사처럼 전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이 천하무적인 셜록 홈즈가 그의 회중시계를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에게 소매치기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프랑스의 모리스 르블랑의 첫 추리소설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의 맨 나중의 단편 [한발 늦은 셜록 홈즈]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건 르블랑 측의 페어플레이가 아님은 물론이다.
코넌 도일에 도전한 우수한 라이벌 중에서 가장 뛰어난 G.K.체스터튼은 신부탐정(神父探偵) 브라운을 창조하고 있다.
포-도일-체스터튼의 소위 본격적 추리소설의 계보를 이어 1920년대와 30년대의 추리소설 ‘황금시대’에 미스터리의 여왕으로서 군림한 작가가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이다.
크리스티는 순전히 추리소설로 남자의 ‘Sir’에 해당하는 여자의 ‘Dame’ 칭호를 영국의 여왕으로부터 받고 있다.
크리스티의 소설의 절반 이상에 등장하는 명탐정 에르퀴르 포아로는 “저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탐정입니다”하고 레이디들 앞에 위엄있는 애교를 떤다. 포아로도 셜록 홈즈를 의식하고 있었음엔 틀림이 없다.
이 포아로가 크리스티의 최후의 작품 [커튼]에서 죽었을 때 타임지에 에르퀴르 포아로의 부고가 실렸다. 마치 실재 인물처럼.
미국에선 [Y의 비극(悲劇)]을 쓴 엘러리 쿠인과 [화형법정(火刑法廷)]을 쓴 존 딕슨 카는 서로의 작품성격은 다르나 포-도일-체스터튼의 본격적 추리소설의 계보를 잇는 미국 추리소설계의 쌍벽이다.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말인 [포-도일-체스터튼]의 계보의 오소독스를 답습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뜻이며 요는 ‘살인(殺人)’이 수수께끼 풀이의 배경이나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범죄(犯罪)’는 탐정과 범인의 두뇌싸움을 보여주는 ‘유희’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살인(殺人)’은 오락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헤이크래프트가 추리소설이 창시된 지 1백년 후에 발간한 [오락(娛樂)을 위한 살인(殺人)]은 본격 추리소설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지만 제목 자체가 이미 본격 추리소설의 성격을 대별하고 있다고 하겠다.
일종의 쿠데타가 30년대에 이미 일어났다. 그건 비정파(非情派) 추리소설의 출현이다. 더실 해미트는 한 파를 창시한 미국의 위대한 작가이다.
본격파와 비정파의 차이는 작중의 탐정을 비교하면 판별하기 쉽다. ‘경찰의 고문 탐정’ 셜록 홈즈나, 브라운 신부나, 사립탐정 에르퀴르 포아로나 모두가 한마디로 말해서 정의(正義)의 인사(人士)들이다. 그러나 해미트나 그의 계승자 레이먼드 챈들러나 로스 먹다늘드의 사립탐정은 ‘터프 가이’이다. 신사 탐정들은 주로 두뇌의 힘으로 추리를 진전시키지만 ‘비정파’의 탐정들은 두뇌가 모자라기 때문에 완력으로 보강한다.
본격파에서는 탐정과 범인 사이에 두뇌의 싸움이 벌어지고 비정파에서는 탐정과 범인 사이에 완력 싸움과 칼부림과 총격전이 벌어진다.
비정파의 작가들은 그들 독특한 비정의 문체를 구사하여 범죄 세계를 본격파보다 훨씬 리얼리스틱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비판의 일면이 부각된다. 해미트의 [피의 수확], 챈들러의 [크나큰 잠], 먹다늘드의 [지하인간(地下人間)]을 읽은 분은 아마 그들에게 매혹당할 것이다.
그러나 필경 본격파나 비정파나 소설의 주인공은 가공적이건 현실적이건 간에 소설의 탐정이다. 여기에 범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범죄소설이 새로운 추리소설의 형태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고도성장의 사회에서 나날이 헤아릴 수 없이 일어나는 범죄는 현실적으로 경찰의 수사관이 등장한다. 여기에 경찰소설이 등장하게 된다. 경찰소설이 성공한 예를 하나 든다면 미국의 에드 맥베인의 [87분서(分署) 시리즈]이다. 최근에 필자가 번역한 [텐 플러스 원]은 동명의 영화에 못지않게 참으로 재미나는 추리소설이다.
영국의 추리소설 평론가이며 실작자인 줄리언 시몬즈는 그의 추리소설사에서 추리소설은 탐정소설로부터 범죄소설로 변하고 있다고 말하며 비정파 이후의 소설을 범죄소설 그리고 경찰소설이라고 칭하고 책명을 [피투성이의 살인(殺人)]이라고 한 건 앞서 언급한 [오락(娛樂)을 위한 살인(殺人)]과 매우 대조가 된다.
여담으로 한마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중에서 영국에선 철학의 러셀, 시의 예이츠, 소설의 골즈워시, 희곡의 쇼, 그리고 미국에선 소설가 싱클레어 루이스, 펄 벅, 포크너, 스타인벡 등이 추리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이쯤 되면 독자 여러분은 추리소설이 저속한 대중문학이 아니라 오히려 서머싯 몸이 말한 대로 만인을 위한 [지적인 오락문학]이 아니겠는가!
(1983/3/6 한국일보)
만인(萬人)들의 지적(知的) 오락
이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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