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스테리 하우스의 추리 관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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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 추리소설은 왜 읽히지 않는가
한국추리소설이 심각한 침체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은 작가들이나 출판사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부터 불기 시작한 외국 추리소설 바람은 작가들이나 독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신문사들이 홈즈와 뤼팽에 대해서 도배를 했고 방송사들이 잇달아 추리소설 특집을 다뤄 열풍이 일어났을 정도다.
어느 방송사 PD가 갑자기 한국에서 추리소설 붐이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해 모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왜 한국에서 추리소설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한국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국민들이 추리소설에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교수가 대답을 했다. 나는 교수의 대답에 실소를 하고 말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새로운 문화현상이 일어나면 ‘현실도피’ 운운하는 판에 박힌 대답이 나온다.
“추리작가시니까 이번의 추리소설 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D가 필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추리소설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 읽는 책이 아니라 현실에 여유가 있을 때 읽는 책입니다. IMF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기 때문에 읽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방송용 멘트로 대답을 했다. 사실 영국이나 일본에서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그 사회가 안정되어 있고 차분하게 수수께끼 풀이(범인에 대한 추리)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과 전혀 다른 생각인데요.”
“다를 수밖에 없지요. 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이나 직장에서 은퇴를 한 사람들이 노년을 즐기기 위해서 추리소설을 읽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담이 끝났을 때 필자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추리소설 붐이 일어난 것은 출판사의 홍보와 마케팅 때문입니다. 황금가지에서 홈즈 전집이 나왔으니까 베스트셀러가 되었지 다른 군소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어림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홈즈 열풍이 황금가지라는 메이저 출판사에서 주도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 유수한 신문사의 토요일자 북섹션을 자세히 본 독자들이라면 거의 90%가 메이저급 출판사들의 책이 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종씩 쏟아지는 신간들을 출판 문학담당 기자들이 다 읽을 수도 없으려니와 메이저급 출판사들의 막강한 영향력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 메이저급 출판사들의 책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독자들, 특히 대중소설 독자들은 불행하다.
대중소설 독자들도 신문의 북섹션을 자세히 읽고, 메이저급 출판사들이 쏟아내는 광고에 의해 읽을 책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메이저급 출판사들은 외국 책을 선호한다. 외국의 유수한 작가들이 출판한 책은 우수한 책이라는 사대주의 적 논리가 그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최근에 불고 있는 탁낫한 열풍도 벌써 10여종의 책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주체성 없는 출판사들이 다투어 출간을 하고 있다. 한국의 독자들은 이러한 출판사에 의해 문화의 편식을 하게 된다.
한국의 추리소설은 당연히 외면을 받게 되고 작가들은 작품을 집필할 의욕을 잃는다.
그렇다면 추리작가나 추리 작가 지망생들은 어떠한 소재로 추리소설을 써야 사대주의에 물들어 있는 메이저급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게 되고, 신문사 북섹션에 박스 기사로 취급되고, 독자들에게 널리 읽힐 것인가.
한국에서 신인에 가까운 추리작가가 추리소설을 써서 출판사와 출판 교섭을 한다고 가정을 해보자.
“소설 원고를 검토할 의향이 있습니까?”
먼저 추리작가들은 출판사 편집부에 전화를 걸어 원고 검토 여부를 묻게 될 것이다.
“어떤 원고입니까?”
“추리소설입니다.”
“우리는 추리소설을 내지 않습니다.”
일단 추리소설이라면 국내 출판사들의 편집자들은 원고 검토조차 거부한다. 필자도 여러 번 검토 자체를 거부당해 추리소설을 써야 하는가 하는 회의를 느낄 때가 많았다. 신인들이나 추리작가 지망생들이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쓴다면 10중 8, 9는 메이저급 출판사들로부터, 그것도 작품을 볼 수 있는 역량이 의심스러운 아가씨들로부터 일단 거부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좋은 추리소설을 쓴다고 해도 출판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가. 물론 출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출판사들을 전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추리소설을 출판하기 위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소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연쇄살인, 수수께끼 풀이 형 고전 추리소설 등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적인 소재, 시자적인 소재가 필요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정통적인 추리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 부분 추리소설 기법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추리소설 범주에 넣는다면 이 소설의 소재는 ‘북핵’문제를 다루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추리작가 황세연은 최근에 ‘디데이’를 출간했는데 북한과 미국의 전쟁을 그린 가상전쟁추리소설이다. 북한과 미국의 전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을 때 이 전쟁을 막으려는 한국의 젊은 남녀들의 활동을 그리고 있다. 시사적인 이야기가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 소설은 대대적인 광고가 시작되면서 독자들의 반응도 좋다.
적어도 정치적인 이슈가 되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추리소설을 써야 일단 출판사 편집부로부터 원고 검토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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