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과학 문명의 폐해, 재난, 경고

uesti{플라이 The Fly}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1986년에 발표한 영화이다. 원래 이 영화는 1958년도에 나온 영화를 다시 크로넨버그 감독이 리메이크한 것이다. 1958년도 작품은 공포 SF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고전인데, 커트 노이만이 감독하고 제임스 클라벨이 시나리오를 썼다. 1986년에 크로넨버그가 만든 {플라이}는 크로넨버그 감독 특유의 악취미적인 잔혹 묘사로 더더욱 초현실적 공포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영화도 주인공의 비극적 결말을 감동적인 차원으로 묘사해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플라이}는 어떤 과학자가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하여 연구에 몰두하던 중 사고로 파리와 생체 합성이 되어버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과학자는 물질을 전송시키는 연구를 하는데, 물질을 순간적으로 공간 이동시키는 것을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텔레포이션 장치를 연구끝에 완성하는데, 다만 이 장치는 무기 물질만을 공간 이동시킬 수 있다. 주인공은 계속 생명체의 전송도 실험하다가 드디어 성공하고 어느날 자기 자신을 전송시키는 실험을 한다. 그러나 그 순간 기계안에 들어와있던 파리 한 마리가 앞으로의 엄청난 파국을 몰고오게 될 원인이 된다. 결국 파리와 합성 인간이 된 주인공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과학에 잠재된 비인간성이나 과학이 지닌 엄청난 파괴력이 하찮은 일로도 충분히 촉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클 크라이튼 감독이 1973년에 발표한 {웨스트월드 Westworld}도 과학 문명의 폐해를 경고하고 있다. {웨스트월드}와 거의 흡사한 주제로 만든 {쥐라기 공원}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서서 이미 설명하였듯이, 이 영화는 테마 파크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 기술을 맹신하고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인간을 비판하면서 모든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도 철저히 비판한다. 이 영화에서, 델로스라는 테마 파크에서 주인공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는 중, 델로스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여러 과학 기술자들의 통제에 따라 움직이던 델로스의 로봇들이 과학자들의 통제와는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만들어 놓은 통제 시스템으로는 그 원인을 밝혀낼 수 없다. 그리하여 로봇들은 관광객들을 마구 죽이게 되고 주인공중의 한 명도 결국 로봇 총잡이인 율 브리너의 총에 죽고 남은 한 사람이 로봇 총잡이를 처치하게 된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이 영화와 {쥐라기 공원}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동일한 것이다. 인간이 과학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무언가 새로운 질서를 찾으려하기 때문에 인간의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1995년에 캐나다에서 텔레비전 영화로 제작된 {해리슨 버저론 Harrison Bergeron}은 미국의 SF작가인 커트 보네거트 Jr.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영화 내용은 원작과 조금 다르다. 2053년 제 2차 혁명 이후, 로드 아일랜드와 매디슨을 배경으로 극대화된 디스토피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사회는 전 국민에게 두뇌 밴드를 착용케하여 확산적인 사고의 기회를 박탈하고, 모든 국민들을 단순하고 무지한 존재로 만들어 나간다. 모든 면에서, 신체적인 측면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나 모든 국민들을 평등한 존재로 만든 것이다. 주인공인 해리슨 버저론은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졌는데, 두뇌 밴드로도 그의 지능을 저하시키지 못하고 결국 두뇌 수술을 받게 되는데, 그 직전 그는 중앙 행정 본부에 의해서 행정 스태프에 발탁된다.

그 이후 그는 체제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되고, 진정한 평등이란 무엇인가를 숙고하다가 어느날 결심을 하고 새로운 혁명을 시도하나 결국 실패하고 권총 자살을 한다.

로저 코만 감독의 { X-레이맨 X: The Man with X-ray Eyes }은 1963년에 만들어졌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년의 과학자인 주인공은 후원자의 도움으로 인간의 시력을 대폭 향상시키는 연구를 한다. 그는 마침내 엑스선과 비슷한 투과력을 갖게 하는 약물을 발명해내는데, 동료와 후원자들과의 갈등으로 인정을 못 받고 다투다가 사고로 동료 한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결국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그는 계속 쫓겨다니는데, 약물의 효과가 그를 괴롭히게 된다. X선 약물의 효과가 날이 갈수록 강력해져 그는 세사을 정상적인 모습으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시력으로 보이는 것을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되어 결국 끔찍한 결말을 짓게 된다. 인간의 시력을 X선처럼 발달시키려 했던 과학자의 최후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한계와 과학 윤리를 심도 깊게 탐구하고 있으며, 신학적인 구원으로 끝을 맺는다. 과학 기술과 문명의 발달을 인간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매우 묵직한 주제 의식을 지닌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출처:장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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