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949년 서울의 수도극장에서 녹색의 공포라는 추리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글을 올린바 있다.
한국어로 녹색의 공포로 번역된 영화는 크리스티안나 브랜드의 1944년 동명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1946년 영국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시드니 길리엇이 감독을 맡았고, 샐리 그레이, 트레버 하워드, 로자먼드 존, 레오 젠, 알래스테어 심 등이 출연했다.

<녹색의 공포 포스터>
<주연배우>
알라스테어 심 (Alastair Sim) - 코크릴 경감 (Inspector Cockrill) 역
역할: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병원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 살인을 파헤치기 위해 파견된 괴짜 수사관.
트레버 하워드 (Trevor Howard) - 닥터 바네스 (Dr. Barnes) 역
역할: 첫 번째 마취 사망 사고가 일어났을 때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로, 사건의 강력한 용의자 선상에 오르는 인물.
샐리 그레이 (Sally Gray) - 간호사 "프레디" 린리 (Nurse "Freddie" Linley) 역
역할: 병원 내 남녀 관계와 질투, 의문의 사건들 한복판에 얽혀 있는 핵심 간호사 역할.
<조연배우>
로사먼드 존 (Rosamund John): 간호사 에스더 산손 역
레오 겐 (Leo Genn): 미스터 에덴 역
주디 캠벨 (Judy Campbell): 수석 간호사 베이츠 역 (살인 사건의 단서를 잡았다가 희생되는 인물)
멕스 젠킨스 (Megs Jenkins): 간호사 우즈 역
녹색의 공포는 영국의 명감독 시드니 길리앗이 연출한 이 작품은 특히 중반부에 등장하는 알라스테어 심(코크릴 경감 역)의 독보적인 독설과 추리 연기가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하드캐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라스테어 심(코크릴 경감 역)>
한국에서 추리 영화가 근래 흥행에 성공한 바 없어서 49년에 개봉한 녹색의 공포 역시 큰 흥행이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으나 당시 한국 극장가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 녹색의 공포가 해방이후 새로 건국한 신생 독립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크게 두 세가지로 나뉜다.
1.고급 미스터리에 대한 갈증: 당시 한국 극장가는 가벼운 멜로드라마나 가극, 할리우드의 서부극이나 액션 영화가 주를 이룬 상황에서 영미 추리소설 황금기의 치밀한 복선과 지적인 두뇌 싸움을 다룬 본격 추리 스릴러의 등장은 도시 지식인층과 청년 관객들을 매료시켜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스포일러 방지 마케팅: 영화 식스센스와 같이 "결말을 절대 누설하지 말라"는 식의 관객 호기심을 자극하는 홍보 방식이 당시 국내 흥행의 한 원인이 되었는데 특히 극 중 코크릴 경감이 범인을 밝혀내는 막판 10분의 긴장감이 입소문을 타면서 장기 상영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다.
3.압도적인 연기력의 호평: 주인공 알라스테어 심의 능청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추리 연기는 당시 국내 영화평론가들과 관객들 사이에서 "영국 영화 특유의 신사적이면서도 오싹한 풍미를 잘 살렸다"라며 큰 찬사를 받았다.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녹색의 공포는 상당히 큰 흥행을 한 것으로 보이나 49년도에는 현재와 같은 전산 집계가 없어 정확한 관객수를 알 수는 없으나 신문 광고의 '연일 대만원(大滿員)', '장기 상영' 등의 문구와 당시 문화 잡지의 평론을 통해 흥행 가도를 달렸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49년 서울 수도극장에서 개봉한 녹색의 공포는 현대적 의미의 메가 힌트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는 없으나 나름 "영국산 고급 미스터리 스릴러의 진수"라는 당시 지식인 문화층의 찬사를 받으며 서울 중심가의 대형 극장을 중심으로 알찬 흥행과 비평적 성공을 거둔 점에서 현재와 비교해 오히려 40년대에 한국의 지식층에서 추리 소설이 고급 문학으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