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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후를 예측한 최초의 미래소설
오늘날 ‘미래소설’은 원래 SF의 한 하위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영역으로 취급될 만큼 질적, 양적으로 많은 성과를 쌓아나가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런 소설을 쓰려면 가까운, 또는 먼 미래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해야 하지요.
서양문학사에서 최초로 ‘미래의 역사’ 서술을 시도한 작품은 1763년에 영국에서 발표된 작자 미상의 <조지 6세의 시대:1900년부터 1925년까지>라는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집필 당시인 18세기의 정치적 문제를 20세기라는 미래의 배경에다 투영시킨 내용이지요. 또 1771년에는 프랑스에서 루이스 메르시에라는 작가가 <서기 2500년의 추억>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18세기의 한 파리 시민이 서기 2500년에 깨어나 보니 모든 사회악이 일소되고 과학이 지배하는 유토피아가 되어 있더라는 줄거리입니다.
미래소설의 기념비적인 성과는 근대에 접어들어 이룩된 바 있습니다. 1888년에 미국의 언론인출신 작가 에드워드 벨라미가 쓴 <회고:2000년에서 1887년까지> (사진 왼쪽)는 19세기 이후의 모든 유토피아 소설들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힌 작품이자 동시에 사회정치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끼쳤던 화제작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어떤 사고로 1887년부터 기나긴 잠에 빠져들었다가 2000년에야 깨어나는데, 그가 다시 눈을 떠 보니 세상은 사회복지와 완전고용이 실현된 유토피아로 탈바꿈해 있더라는 내용입니다. 사회 통계 숫자까지 꼼꼼하고 치밀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출간 즉시 사회주의적 복지국가의 이상적인 마스터플랜으로 받아들여져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국에서는 이 작품의 사상을 추종하는 정치조직까지 결성되어 전국에 160군데가 넘는 지부를 두었다고 합니다.
H. G. 웰즈, 미래소설 고전 발표
영국 작가 H. G. 웰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타임머신>은 189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을 일반화시킨 시초가 되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타고 80만년 뒤라는 까마득한 미래 세계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가 도착한 미래 세상의 모습은 일만 하는 사람들과 놀고먹기만 하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나뉜 한 편의 악몽 같았지요.
사실 미래소설 작가로서 웰즈가 평가받는 작품은 1933년에 발표한 <다가올 세상의 모습> (사진 오른쪽)으로서, 제목만 보아도 곧 알 수 있듯이 과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색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서기 1929년부터 2106년까지 펼쳐지는 가공의 미래사가 작가의 과학적 엘리트 사상에 기반을 둔 사회진화론적인 줄거리로 펼쳐집니다. 이 작품은 오늘날 미래예측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영화로도 두 차례 이상 제작된 바 있습니다.
1907년에 미국의 잭 런던이 발표한 <강철군화>는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는 걸작입니다. 일명 ‘소설 자본론’이라고도 불리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은이의 사상적 관점을 바탕으로 먼 미래의 사회주의적 유토피아와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대비시키며 묘사한 내용입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묘사한 가까운 미래란 집필 당시로부터 5-10년 뒤, 즉 20세기 초의 미국 사회를 그린 것으로, 거대 자본이 노동계급을 착취하는 디스토피아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대중문학 장르로서의 sf 소설
오늘날 대중문학 장르로서의 SF를 논할 때 그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은 미국의 휴고 건즈백인데, 그가 발표한 최초의 SF 역시 미래소설입니다. 그는 1911년에 자신이 발행하던 잡지에 <랄프 124C41+> (사진 왼쪽)라는 소설을 연재한 바 있습니다. 기본 설정은 서기 2660년에 랄프 124C41+라는 한 천재과학자가 자신의 애인과 함께 벌이는 낭만적인 활극으로서, 이 작품에서 묘사된 미래사회는 오늘날 SF가 보여주는 미래 예측의 전형적인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TV전화, 형광조명, 신소재, 자기녹음, 마이크로필름, 스테인레스 스틸, 전송신문, 태양전지 등등에서부터 우주여행, 반중력, 인공동면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들이 모두 이 작품에서 예언되고 있지요.
우주여행 수단으로 로켓을 생각해낸 최초의 인물은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1916년에 발표한 <달세계 도착!>에서 서기 2017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로켓에 의한 우주여행을 묘사했습니다. 자신의 과학적 소신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밝힌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