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의 초창기이던 1906년, 프랑스에서는 <별나라 여행>이라는 한 편의 재미있는 SF영화가 발표되었습니다. 물론 흑백에다 무성영화였으며 길이도 8분 정도에 불과한 아주 짧은 작품이었는데, 어떤 늙은 천문학자가 평생 동안 동경해오던 별로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아마도 SF영화사상 가장 환상적이라 할 수 있는 우주선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달밤에 거대한 비누거품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입니다!

<사진 왼쪽은 줄 베르느의 달여행 기념우표 >

오늘날 가장 일반적인, 또 아직까지는 유일한 우주여행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로켓입니다. 로켓이란 분사추진(噴射推進)식 엔진을 써서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전진하는 비행체를 의미합니다. 효과적인 우주여행 수단으로서 로켓에 처음으로 주목했던 사람은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1857-1935)였지요. 그가 1898년에 발표한 <로켓에 의한 우주공간의탐구>라는 논문에는 강력한 액체연료 로켓에 의해 장거리 우주여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20세기에 접어들자 액체연료나 고체연료를 이용한 로켓들이 실제로 개발되었으며, 특히 2차 대전 당시 독일은 수 천 대의 V-2 로켓을 제작하여 전쟁무기로 사용하기까지 했었죠. 1957년에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을 때나 1969년에 미국인들이 사상 최초로 달에 갔을 때에 이용한 수단도 모두 로켓이었습니다.

SF작가들이 우주여행을 묘사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근대 이전의 서양문헌들을 보면 앞서 언급했던 비누방울이나 대포알 우주선 외에도 기기묘묘한 아이디어들이 백출했던 사실이 잘 나타납니다. 몸에 날개를 단 이카로스가 하늘높이 날아올랐다가 태양에 너무 가까이 접근한 나머지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해 버렸다는 이야기는 오늘날 널리 알려진 신화이지요. 1638년에 영국의 프란시스 고드윈이 발표한 <달의 사람>의 주인공 도밍고 곤잘레스는 새들을 끈으로 연결하여 달까지 날아가며, 또한 1662년에 프랑스의 시라노 드 베르주락은 <달여행>이란 소설에서 우주여행 수단으로 거대한 연을 이용합니다. 이상의 묘사들은 원리상 이카로스와 마찬가지로 우주공간에도 공기가 있다는 전제하에 나온 발상이었지요.
1865년에 프랑스의 주울 베르느가 발표한 소설 <지구에서 달로>에는 기차처럼 생긴 우주선의 그림이 등장하는데, 이 경우는 공기가 필요 없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접어들자 SF작가들은 그 풍부한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온갖 우주선들을 발명해냈습니다. 초창기에는 로켓 엔진을 이용한 우주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론물리학이 발달함에 따라 SF작가들의 발상도 점점 대담해져갔죠.
소설의 주인공이 수 천, 수 만 광년의 아득한 거리를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다니려면 필연적으로 그러한 우주여행이 가능한 우주선을 등장시켜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채택된 대표적인 방법이 이른바 와프(warp) 항법이라는 것으로서, 오늘날 이 말은 가장 널리 쓰이는 SF용어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와프 항법이란 일종의 초공간(超空間) 비행법을 의미하는데, 정상적인 우주공간이 아니라 휘거나 구부러진 초공간을 통과하여 실제 목적지까지의 3차원적 거리보다 적은 부피의 시공간만을 통과한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초공간이란 개념은 순전히 SF적인 발상이지요. 그러나 과학자들에 의하면 블랙홀 등의 강력한 중력체에 의해 우주공간의 왜곡 현상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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