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프랭클린의 <미시시피 미시시피>를 읽었다. 대단한 사건이 벌어진 건 아니고 또 이런 류의 이야기가 아주 드문 것도 아니라서 평온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 심장에 아릿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마흔 한살의 래리 오트는 고등학교 때 첫 데이트를 했던 신디 파커가 실종되는 바람에 살인자 강간자의 의혹을 받으며 20여년을 버틴 사람이다. 아무도 안 찾아오는 집과 직장인 정비소에 앉아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책만 파고들고 닭들과 벗삼아 지낸다. 20여년을... 혼자. 말상대라고는 치매 걸리기 전의 어머니와 닭뿐인. 상상이 안되는 적막강산 속의 그. 그런데 최근에 그 지역 유지의 대학생 딸이 실종되면서 다시 의심을 받게 된다. 보안관이 매일 와서 정탐을 하고... 어쩌면 그 보안관이 와주기라도 해서 외로움 의 한 켠에 빛이 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동갑내기인 사일러스 존스는 예전엔 잘 나가는 야구선수였다가 지금은 형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앤지라는 여자친구가 있고 홀어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셨고... 야구팀 등번호가 32이라서 '32'라고도 불리워지는 사람. 인구 5백명 정도의 작은 도시 미시시피 주 샤봇의 유일한 경찰관.

 

그 둘은 30년 쯤 전에 친구였고 그 추억은 3개월에 불과했다. 그리고 래리는 백인이고 사일러스는 흑인이었다. 래리는 흑인들이 절반 이상인 동네에서 어리버리하고 독특하여 따돌림받는 백인이었고 사일러스는 180cm가 넘는 장신의 멋진 야구선수가 되어 인기가 아주 많은 흑인이었다. 래리는 근방에 2백만평의 땅을 소유한 부유한 집 아들이었고 사일러스는 쫓기듯 시카고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엄마가 하루종일 노동을 하여 근근히 먹고 사는 집 아들이었다. 인종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고 가정환경도 다르지만... 그들은 친구였다.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추억을 공유한.

 

가면을 쓴 남자가 고개를 가로젓더니 총을 다른 손으로 옮겨 쥐었다. 장갑 두 짝 모두 빨갛게 핏물이 들어 있었다. "죽어." 라고 남자가 다시 말했다. 래리는 그것도 괜챦겠다고 생각했다. - p22

 

누군가가 나에게 총구를 겨누며 죽으라고 하는데.. 어떤 상황이면 그것도 괜챦겠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나같으면 두려워서 살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를 그 짧은 시간에 마구마구 생각했을 것 같은데... 죽으나 사나 매한가지의 상황에 처한 사람은 어떤 걸까... 저릿.

 

"사일러스?: 녹음된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날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나 래리야. 래리 오트. 귀챦게 해서 미안하지만, 그냥, 어, 통화를 하고 싶었어. 내 번호는 633-2046이야." 래리가 목소리를 가다듬는 동안에도 사일러스는 받아 적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돌아온 거 봤어." 래리가 말을 이었다. "고마워, 사일러스. 잘 자." - p47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건 래리. 그리고 전화번호조차 받아적으려 하지 않는 사일러스. 나중에 이 둘의 인연이 밝혀지게 되고, 사일러스가 왜 래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는 지를 알게 되면 이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지만... 이 대목을 읽으면서 사일러스. 외로운 친구에게 전화 한통 해주지.. 라는 아쉬움과 원망감이 깃들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런 적이 있었던가. 아마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가끔, 그 사람, 꼭 그 사람과 통화하고 애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도 일종의 외로움일테지. 그 사람이라야 채워지는 외로움.

 

헛간 문에 기대선 그는 수십 년 전 여기 왔던 날을 떠올렸다. 어른도, 선생도, 여자애든 남자애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아무도 없었고, 자신과 래리 뿐이었다. 래리를 따라 집 안을 돌아다니던 일이, 소총과 엽총이 선반에 줄지어 서 있는 총기 수납장을 지나 뒷문을 열고 거대한 마당으로 나서서, 바퀴 달린 헛간 문을 굴려서 열고 헛간 안으로 들어갔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 p116

 

남녀노소, 흑인과 백인, 어른과 아이, 선생과 학생... 이렇게 성별과 연령과 인종과 권력구조 등을 다 무시하고 이 헛간에 있는 사람은 사일러스와 래리, 두 소년 뿐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구별들과 그로 인한 갈등들, 오해들을 다 물리치고 이 공간에서는 이 소년들의 존재와 그들의 어린 시절만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때의 추억이 수십 년이 지나도 떠오르는 지 모른다. 온전히 나라는 인간으로만 비추어질 수 있는 공간, 세계, 그리고 벗.

 

................. 좋은 소설이다. 그냥 소설이다. 무슨 범죄소설이라고 명칭 붙이기에는 사건이나 추리나 이런 것들이 없는. 사건 뒤에 숨겨진 운명과 긴긴 세월의 이야기들이 담겨진 책이다. 표현도 섬세하고 담담하고. 그래서 읽는 내내 그냥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톰 프랭클린의 작품이 번역된 건 이 책 하나 뿐인 듯 하다. 앞으로도 나오면 읽어볼 용의가 생기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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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닝 만켈의 책들 중 번역되어 나온 것들은 ... 꽤 된다. 번역 된 것 중에 읽은 건 정말 <다섯번째 여자>밖에 없네.. 

 

그러고보면, 북유럽 작가들의 문체가 나와 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요죰 조금씩 번역되어 나오는 쟝르소설 중에서 북유럽 작가들의 그것은 좀 독특하다. 약간 건조하고 지나친 폭력은 없고 그러나 사회적인 색채는 짙은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쟝르소설 작가 중에 유명한 북유럽 작가들이 많다. 스티그 라르손도 스웨덴,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 라슈 케플레르(최면전문의 등)도 스웨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아이슬란드군. 아..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책은 왜 더이상 안 나오는 건가... 이게 나와야 하는데...

 

 

이 분 책 좀 더 번역해주세요.. 라고 제목엔 헨닝 만켈이라고 써놓고는 딴소리 하는 비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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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3-1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책들이 몇 권 보이네요.^^

포근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비연 2014-03-19 15:41   좋아요 0 | URL
앗. 후애님..^^ 저도 한 두권 더 볼까 하고 있어요...
오늘 날이 따뜻한데.. 좋은 하루 되세요~
 

 

생각해보면 스웨덴 사람의 쟝르소설은 헨닝 만켈에게서 시작했던 것 같다. 북유럽 사람들의 책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던 시절부터 이 작가의 책은 계속 나왔던 듯. 아마 <좋은책만들기>라는 출판사에서 비슷비슷한 표지의 책들을 줄줄이 낼 때 였던 것 같다, 처음 봤을 때가. <다섯번째 여자>였던가. 그 때는 뭐 나쁘지 않네 하다가 그 후에 한 권 정도 더 읽고 그냥 접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헨닝 만켈의 책 <불안한 남자>를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별다르게 흥미가 막 생겨서는 아니고 발렌데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문구에 슬쩍 당겼던 듯 싶다. 대개 시리즈물은 마지막 권을 쓰는 게 어렵지 않을까 한다. 시리즈에 열광하는 독자들이 자꾸만 더 내라고 재촉하고 작가 자신도 어렵사리 창조한 캐릭터의 인물을 쉽게 놓지 못하는 면이 있을테다. 그런데 마지막 작품이라니. 용케도 발란데르를 놓을 수 있는 거구나 하는 마음에 구입 버튼을 꾸욱..

 

 

사실 내용은 무미건조한 편이다. 오래 전에 끝나서 있었는 지 없었는 지도 가물가물한 그넘의 냉전시대의 유물에 농락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발란데르는 환갑이 되어 버렸고 (헐) 그 딸 린다는 30대 후반이 되어 남자친구와 딸까지 낳고 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굳이 호칭을 붙이자면)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차례로 사라져버렸다는 거다. 그들의 과거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파헤쳐가는 이야기이다. 말하자면, 제목인 <불안한 남자>는 시아버지격인 호칸 폰 엥케인 것이고 이 사람으로 인해 모든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줄거리에는 큰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 대충 짐작이 간다고나 할까. 그거보다는 발란데르의 넋두리들이 더 재밌다고나 할까. 나이든 남자의 푸념이라든가 건망증이라든가 이런 게 어쩐지 옆에 사는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대부분 이런 류의 소설에 나오는 형사나 경찰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호색한에 매력이 좀 있어서 여자가 주위에 여럿 포진해 있기 일쑤인데, 발란데르는 그저 가끔 와서 주정부리는 전처 이외에는 여자가 붙지를 않는다. 심지어 괜히 한번 히치하이킹 '당해'줬던 여자는 부모를 죽인 살인자이기까지..

 

12월 초에는 동료 경찰관들을 불러 집들이를 했다. 심지어 그날 밤에도 정전이 되었지만 이제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낡은 등유 램프 두 개와 더불어 촛불도 마련해두었다. 약 한 시간쯤 지나자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발란데르는 그날 저녁을 기억하겠노라 다짐했다. 아직은 다 때려치우고 인생 이모작을 시작할 만큼 늙은이는 아니었다. 여전히 친구도 있었고, 모종의 의심스러운 의무감 때문에 오는 동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p21~22)

 

나이들수록 도대체가 이 사람이 친구인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역시나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친구는 아니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발란데르는 그에 비하면 억쑤로 운이 좋은 듯. 나이들면 역시 친구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35세 이후에 만난 사람들을 친구라 할 수 있을까.

 

회의가 끝나고 모두들 문서와 서류철을 챙기던 바로 그때, 발란데르는 딸에게서 받은 깜짝 선물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왠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짓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동료들을 그 정도로 자신의 사적 공간 깊숙이 들어오게 한 적이 없었다. (p31~32)

 

그러면 그렇지. 역시나 동료는 동료인 게지. 나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에는 조금 멋적은 거다. 내가 할아버지가 됩니다.. 라는 얘기를 나누기에도 망설이게 되는. 그러니까 친구는 아니라는 거다.

 

"알츠하이머병인가요?" 진료를 거의 다 받았을 때쯤 물어보았다. 의사는 빙긋이 웃었다. 환자의 심정을 헤아린다기보다는 그저 몸에 밴 친절함이었다. "아니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인생이란 다음 모퉁이를 돌면 뭐가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p79)

 

자꾸만 뭔가를 잊어버리는 발란데르. 이게 치매인가 덜컥 겁이 나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그런다.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기억 안나는 것도 서러운데, 위로는 없다. 아 이래서 병원은 가기가 싫다. 심정을 헤아리는 말 한마디 친절하게 던질만한 의사가 별로 없다. 나이들면 치매가 가장 걱정인데, 정말이지 이 대목에서 울컥한다.

 

'내 평생 누구보다 사랑한 여인이었는데...  오늘 또 하나의 사랑을 만나러 가기는 하지만,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여인이 모나라는 걸 부인할 순 없지. 내겐 절대 불변의 사실이니까. 사랑의 빈자리는 또 다른 사랑이 채울 수 있으나, 옛사랑은 항상 그 자리에 남는 법.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삶의 바닥은 두 겹이야. 그래야만 한 겹에 구멍이 생겨도 금방 푹 꺼지지 않으니까. (p238)

 

고주망태가 된 전처를 바라보면서 발란데르가 이렇게 쓸쓸한 생각을 한다. 더 이상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이. 그저 과거를 쳐다보고 있는 거다. 산다는 게 참 뭔지. 그 때는 정말 미쳐서 몰두했던 그 사람을 오랜 시간 지나 다시 바라보면 그 때의 감정은 간 데 없고 회한만이 남게 된다. 간혹 그런 날이 있었나 라는 의문감까지 생길 정도로 말끔히 정리된 감정에 놀라기도 하고. 아..

 

가끔 소설에 감정이입이 될 때가 있다. 내가 아직 그 나이는 안되었지만, 뭐랄까. 발란데르의 마지막 소설에서는 그의 나이듦이, 회한이, 쓸쓸함이 정말 절렬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간혹 생각해서일까. 유난히 발란데르의 이런 모습을 열심히 쳐다보게 된다. 이제 마지막 등장이니 노년은 편하게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손녀와 따뜻한 시간도 보내고. 시리즈물의 주인공이다보니 마치 나와 동시대에 사는 사람같은 이 느낌이라니.

 

마저 다 읽어야겠다. 이제 '불안한 남자'의 비밀이 벗겨지기 일보직전까지 왔다. 그의 불안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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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알리는 책, 박쥐. 다 읽었다. 

 

아마도 20대의 해리 홀레. <스노우맨>에서의 그 지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좀더 액티브한 모습이 보인다. 요 네스뵈가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서 이 책을 썼기 때문에 배경도 오스트레일리아고 그 곳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린 살인사건들이 일어나는 데에 해리 홀레가 뛰어들게 된다.

 

사실 흥미로운 캐릭터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애버리진 형사인 앤드류 켄싱턴. 상당히 재미있는 것이 예전에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 가정에서 구출해 문명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부모에게서 격리시켰던 적이 있었다 한다. '도둑맞은 세대'라고 불리는 이 아이들은 대부분이 정체성 혼란에 빠져서 피폐한 삶을 살았다고 하고. 별 그지같은 정책이었다. 이런 걸 어디 가서 보상을 받을 수 있겠는가. 요 네스뵈는 이들의 아픈 역사도 함께 묘사하고 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전해지는 전설 같은 것들을 전면에 내세워 신비로움도 자아낸다. 앤드류 켄싱턴 형사는 그 핵심에 있는 사람으로 인간적이고 뛰어나고... 그 아픔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이었다.

 

고대 오스트레일리아의 전설인 왈라와 무라, 버버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것이었다. 이 책의 소제목들도 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아주 먼 옛날에 왈라라는 전사와 무라라는 아가씨가 사랑에 빠졌는데, 왈라가 무라와 혼례를 치르기 위해 지참금으로 바칠 전리품을 가져오기 위해 잠시 떠난 순간, 무라가 잔치에 쓸 꿀을 따러 갔다가 황갈색 거대한 뱀인 버버에게 목숨을 잃게 되고. 돌아온 왈라는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버버를 이겨낼 방법을 찾아내서는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 앤드류는 말한다. 교훈이 뭐에요 라는 질문에.. '사랑은 죽음보다 더 신비롭다. 그리고 뱀을 조심해야 한다."

 

이야기는 점점 비극으로 치달아 가고 알콜중독자로서의 해리 홀레가 등장하게 된다. 사건이 해결되었으나 남은 것은 상처뿐. 해리는 높은 곳에서 생각한다.

 

어쩌면 그녀의 선택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약통이 비어 있었던 걸 보면 적어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일말의 미련이 없었던 것 같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끝이 나야 했다. 언젠가는 그때가 올 터였다.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이 세상을 떠나려 하는 건 소수의 사람들이 가진 자만심, 즉 나약함 때문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4500피트.

다른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을 만큼 나약했다.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어쩌면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사람들 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까마득한 저 아래 사는 모든 사람... - pp451

 

 

 

 

 

맨날 모자 뒤집어쓴 사진만 있어서 찾아보니 요 네스뵈는 이렇게 생겼더라. 우리나라 나이로 55세. 뮤지션이자 경제학자이자 소설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 멋쟁이. 항상 사회의 약자에 대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점이 맘에 든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지금까지 10권이 나왔다 하고 번역은 5권이 되었다. 이제 다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만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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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Hole Series

 

Harry Hole #1. The Bat.

 

 

 

 

 

 

 

 

 

Harry Hole #2. The Cockroaches.

 

 

 

 

 

 

 

 

 

Harry Hole #3. The Redbreast

 

 

 

 

 

 

 

 

 

Harry Hole #4. Nemesis

 

 

 

 

 

 

 

 

 

 

Harry Hole #5. The Devil's Star

 

 

 

 

 

 

 

 

 

Harry Hole #6. The Redeemer

 

 

 

 

 

 

 

 

Harry Hole #7. The Snowman

 

 

 

 

 

 

 

 

 

Harry Hole #8. The Leopard

 

 

 

 

 

 

 

 

 

Harry Hole #9. Phantom

 

 

 

 

 

 

 

 

Harry Hole #10. Po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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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3-0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가끔 이런 리스트를 만들다보면 물만두님 생각이 난다. 모든 쟝르작가들의 연도별 작품들을 이렇게 올려주곤 하셨었는데. 한번도 실물로 본 적 없음에도 참 안 잊혀지는 물만두님.

알케 2014-03-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스뵈는 번역자 노진선씨께 감사인사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레오파드를 영문판과 한국어판 번갈아 읽었는데 노진선의 번역이 참 좋더군요. 위화감없는 번역...

비연 2014-03-06 10: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정말 번역자를 잘 만난다는 건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도련님>을 읽은 후 어라? 생각보다 재밌네? 라는 생각에.. (그러니까 내가 정식으로 소세키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었다는 얘기...;;;; 세상에나) 냉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샀다. 근데 도착한 책을 보고 아주 뒤로 넘어갈 뻔. 무슨 국어사전이 하나 툭 튀어나오지 뭔가. 무려 600여 페이지!

 

 

도대체, 고양이가 사람 관찰하는 얘기로 무슨 600페이지가 넘는 얘길 썼단 말이냐... 라는 못마땅함에 한켠에 휙 밀어두었다가... 괜한 호기심에 슬금슬금 가서 뒤적거리기 시작한 지 며칠 되었다.

 

이 책은 취향도 없고 구조도 없고 시작과 끝이 어설프기만 한 해삼같은 문장이어서, 설사 이 한 권을 내고 사라진다고 한들 전혀 지장이 없다. - '상편 自序' 中

 

해삼이래 해삼... 아 이 단어에 완전 처음부터 빵 터졌지 뭔가.

 

예부터 같은 것들끼리 서로 구한다는 동류상구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그 말대로 떡장수는 떡장수, 고양이는 고양이가 알아보는 것처럼, 고양이에 대해서는 역시 고양이가 아니고서는 알지 못한다. 인간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나 그것만은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 그들 스스로가 믿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곤란하다. 특히 동정심이 결핍된 우리 주인 같은 사람은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것이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마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 pp39

 

고양이의 관점이라니. 왠지 뜨끔하는 이 감정은 무엇인지?

 

미학자 메이테이 선생이 예전에 우리 주인을 평하길 "자넨 참 알 수 없는 사람이야"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역시 일리 있는 말을 한 셈이다. 이 떡도 주인처럼 참 알 수가 없다. 씹어도 씹어도 10을 3으로 나눌 때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이런 번민에 빠져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두 번째 진리를 깨달았다. '모든 동물은 직감적으로 사물의 적합, 부적합을 예견한다.' - pp55

 

비유가 촌철살인이다. 10을 3으로 나눌 때처럼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다니. 마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을 떄의 느낌이 든다.

 

그러나 고양이의 슬픔은, 힘만으로는 도저히 인간을 당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세상에 강한 힘이 권리라는 격언까지 존재하는 이상, 고양이의 논리가 아무리 이치에 맞다 하더라도 고양이의 주장이 통하지는 않는다....(중략)... 이치로 따지자면 이쪽이 맞지만 저쪽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경우, 자신의 뜻을 관철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나는 물론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멜대를 어떻게든 피해야 하기 때문에 숨어들 수밖에 없다. - pp187

 

인생의 진리를 사람보다 민첩하게 알아버린 고양이가 아닌가 말이다.

 

읽고 있으면 시름이 다 잊혀지는 책이다. 백년도 전의 소설인데 하나 낯설지 않은 걸 보면, 그래서 소세키 소세키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참에 현암에서 나온 소세키 전집을 다 사버릴까 하는 마음까지 드니... (참아라 비연 참아라 비연... 아멘)

 

 

 

지금 일차분으로 네 권만 나왔고 나는 두 권을 사두었으니 두 권만 더 사면 되네? 흠.. 급유혹스러운 이 심정이라니. 그냥 두 권까지만 더 살까 싶기도 하고.. (우히히)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근대소설도 꽤 괜챦은 책들이 많은데 말이다. 그런 책들을 놓은 지가 꽤 오래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남의 나라 사람 소설은 좋다 좋다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 사람 소설은 등한시한 듯한 이 죄책감은 뭔지.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쩝쩝.

 

요즘 문학동네에서 나온 현대소설책들을 한권씩 사모으고 있다. 뭐 꼭 우리나라 사람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내셔널리즘 비스므레한 생각은 아니지만. 특히 내가 좋아라 하는 이 사람.

 

 

박민규의 소설은 특별하다. 특이한 게 아니라 특별하다. 읽고 있노라면 뭔가 다른 느낌을 준다. 이 단편소설집도 그렇다. 하나하나 현대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그 무언가를 무리없이 말한다. 그만의 방식으로, 그만의 필체로. 그래서 좋다. 이 책은 통근버스 안에서 읽는 책. 오고가는 길이 그래서 요즘 많이 즐겁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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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2-2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련님>을 재밌게 읽고 이 작가의 역량을 알아 봤죠.
이 글을 읽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찜합니다.
그런데 책이 두꺼워서 약간 부담스럽네요. ^^

비연 2014-02-26 12:45   좋아요 0 | URL
<도련님> 참 재밌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두껍기도 하고 내용도 지루했다 재밌었다 하기는 하는데 중반 넘어가면서부터는 재밌게 술술 넘어가고 있어요. 추천드려요, pek0501님~

안락노후 2015-02-0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무엇을 읽을까 고민중이었는데 ..이글을 읽고 도련님 보러 달려갑니다 일단 보고 나..고양이도 읽어보고 싶네요

비연 2015-02-08 18:17   좋아요 0 | URL
두 책다 추천입니다^^ 제 글을 읽고 책을 고르셨다니 넘 반갑네요~

안락노후 2015-02-0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두권 모두 주문했어요

비연 2015-02-09 13:09   좋아요 0 | URL
오홍!!!!^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