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을 혼밥 했다. 다들 나가고 어쩌고 해서 그렇게 된 것. 혼자 앉아서 일드나 보며 먹을까 하고 막 켜는데, 누가 내 앞에 앉는다. 흠? 하고 얼굴을 들어보니, 아는 얼굴. 이름은 가물..(ㅜ)... 그러니까 몇 년 전인가 2014년인가 회사에서 단체로 교육을 시켜 준 적이 있었다. 십 여개월 완전히 힘들었던 교육이었는데... (그 해에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 때 함께 했던 분이었다. (A님이라고 하자)

 

잠시 누군가 했던 것은, 스타일이 확 바뀌어서였다. 나보다 한두살 아래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철사줄같은 머리를 길고 부시시하게 늘어뜨리고 있었고 화장을 거의 안 했었고... 양말 신고 구두 신기 신공도 발휘했었던... 아울러 매우 명석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오늘 보니 머리를 숏커트를 하고 안경테도 바뀌었고 화장도 좀 했고.. 옷도 알록달록한 모습이었다.

 

비연: "스타일이 많이 바뀌신 것 같아요."

A님: "아. 바뀌어 보이나요?"

비연: "네.. 머리 모양을 확 바꾸셨는데 심경의 변화라도?"

A님: "흠.. 스타일을 좀 바꿔봐야겠다 싶어서 요즘 노력 중이에요."

 

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야 나도 있지. 그리고 이어서 하는 말.

 

A님: 근데 비연님은 하나도 안 바뀌신 것 같아요. 거의 그대로네요.

 

쿠쿵.

 

비연: 네.. 그래서 사람들이 제 머리를 보고 '가발' 이냐고 해요.. 아흑. 

 

내 머리는 단발형이다. 생머리 단발. 나름대로는 더 짧게 자르기도 하고, 파마도 아주 가끔 하고, 길게 기르기도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내 머리가 늘 그대로라며. 정말, 누군가 나에게 가발이냐고 물어봤더랬다. 내가 미용실 가서 시간들여 열심히 정성을 쏟는 건 다 물거품인 것인가. 염색을 싫어해서 머리색깔도 한번 안 바꾸어서 그런가.

 

화장도 늘 같긴 하다. 많이 안 하니까... 립스틱 색깔도 거의 비슷하고. 생각해보니 옷 스타일도 그렇다. 어둡고 칙칙한 색깔 일색으로 모양도 비슷비슷. 안경쓰고... 귀걸이도 안 하고...

 

아. 내가 그러니까.. '무개성' 인가.

 

스타일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다는 게 함정. 귀를 뚫어볼까? 이 나이에? 화장을 좀 진하게? 안경쓰고 화장을 진하게 하면 촌스러워 보일텐데. 안경을 벗고 싶었으나 눈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시도했다가 실패했었다. 옷을 좀 나풀나풀하게 입어볼까. 아. 어째야 하나.

 

갑자기, 나도 변신이라는 걸 하고 싶다는 열렬한 심정이 생겨 버렸다. 뭐부터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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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6-2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이 단발머리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ㅎㅎㅎㅎ 웬지 반가워요^^

비연 2017-06-20 23:17   좋아요 0 | URL
앗 ‘단발머리‘님~ ㅋㅋㅋㅋ
 

 

회사라는 게 그렇다. 어쩌다가 보면, 난데없이 위에서 돌덩이가 날아오기도 한다. 회사생활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거에 일희일비하기에는 내 경력이 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푸르르.

 

아침 9시. 임원이 날 불렀다. 무슨 무슨 일이 추진이 안 되고 있으니, 정리해서 보고하라는 거다. 그 일이 추진이 안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담당자들이 허당인 것도 알고 있었다. 담당자 중 하나는, 정말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유형으로, 상무랑 얘기하면 자기가 상무인 줄 알고 부사장이랑 얘기하면 자기가 부사장인 줄 아는 인간이다. 허세만 많아서 폼만 잔뜩 잡지, 일은.. 개뿔. 또 하나는 막 일은 벌이고 뒷수습이 안되는 인간이다. 그리고 일을 주면 다 받는다. 그래서 매일 아프다고 허덕거리고... 심지어 일 자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거다. 이걸 왜 해? 라면서 나는 계속 피해다녔던 것인데, 결국.. 그날 눈에 띄였고.. 걸렸다.

 

10시. 담당자들한테 연락해보니, 한 넘은 외근, 한 넘은 그 전날 술 드시고 휴가, 상사 한 분은 교육. 현황 파악이 어려웠다. 그래서 임원에게 메일을 썼다. 현황 파악해서 월요일에 보고하겠다. 기다릴까봐 메일 보낸 거였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10시 30분. 메일이 왔다. 왜 월요일이냐며. 난리가 났다. 거기다 대고 휴가에 외근에 교육이라고 말하기가 그래서 참고 백그라운드를 조사했다. 어쨌든 내일은 내야겠구나 하고.

 

11시. 전화가 왔다. 난리. 난리.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살다가 그런 욕을.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있는데 이게 뭔가. 혼자서 15분 정도 난리를 치더니 뚝. 이거 뭥미..=.=;;; 점심시간에 라면이랑 김밥을 쌓아두고 먹기 시작. 아 열받아. 내가 왜 이런 질책을 당해야 하지? 아 화나. 우걱우걱. ... 나만 손해지 뭐.

 

점심 먹고 올라와서 다른 한 분에게 일을 좀 도와 달라고 했다. 임원도 그 사람이랑 일을 같이 수습하라고 했는데. 이 분... 아니 이 넘... (선배인데..ㅜ) "할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냉정하게 얘기하고 스윽 지나치더니 그대로 나가버렸다. 헐. 어이상실. 할 수 없이 여기저기 전화하고 뭐라 하고 자료 받고 해서 보고자료를 만들었다. 엉망진창인 구조였다. 아이고. 이걸 어쩌나.

 

금요일 아침 10시. 임원에게서 메일이 왔다. 왜 안 보내냐고. 헐. 그리고는 그 어제의 집에 가버린 선배(넘)이 출장을 올렸더니 자기 절대 결재 못해준다고 큰 소리로 얘기한다. 그랬더니 다급해진 선배(넘). 자료 달라며 빨리 보고하자며. .. 나한테 맡겨두었나?... 아직 정리 안되었다고 냉정하게 짜르고 버텼다. 도와 달랄 때는 모른 척 하더니 자기 출장 못 가게 하니까 허둥지둥 난리치는 모습이,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미쳤나 싶고.

 

12시. 보고했다. 나의 팔(?)을 하나 내주었지. 말도 안 되는 일에 난 이제 involve가 되었고, 말도 안 되는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천안까지 가서 회의하게 생겼고. 내가 왜? ... ㅜㅜ 억울할 뿐이다.

 

어제 오늘 그 일로 분주했다. 이런 걸, 전문 용어로 '삽질'. 이번 주 내내 약속을 잡아 버렸다. 퇴근 후에라도 풀어야지 하면서.

 

덕분에 며칠 동안 분해서 책이 눈에 안 들어왔다. 몇 글자 못 읽은 듯. 어제 그래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책을 5권'만' 샀다. (이건 무슨 맥락인지) 내일 도착한단다. 흠... 기분이 좀 나아지려고 하네. (어쩔...)

 

이상 비연의 일주일 생활 보고다. 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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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3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3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6-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좋은데...ㅠㅠ

비연 2017-06-13 21:4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으흐흑 ㅠㅠㅠㅠㅠ

오거서 2017-06-1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남은 팔로 책을 구매하셨군요. 그나저나 앞으로 팔이 남아 날런지, 남 얘기 같지 않네요…

비연 2017-06-14 18:56   좋아요 0 | URL
시바(?)의 여왕이라도 되어야 할 듯요 ㅠㅜ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워낙 강하다. 그래서 요즘 이걸 읽고 있는데, 술술 잘 넘어가고 내용도 알차다. 와인은 술로만 치부하기에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술 (술이긴 술이지) 이라고 생각해서,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늘 있는데, 시간도 없고 소믈리에 과정 이런 건 (내가 생각할 때는) 과도하게 돈이 많이 들어서 늘 책으로만 대략 읽어내고 있다. 

 

책을 찾아보면, 여러 개가 있긴 하지만, 깊이 있는 접근을 가진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누구 아시는 분, 좀 추천해주세요!) 일단 이 책을 '상식'적으로 읽고 한번 더 읽어서 내용을 숙지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아침부터, 그것도 월요일 아침부터 와인 얘기라니. 아. 와인 먹고 싶은 아침이라니... 오늘부터 전쟁같은 (그러나 아무 쓸모도 없는) 업무에 들어가게 되는 지라 더 그런 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에 누구랑 와인을 같이 먹지. 약속을 잡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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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6-12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이군요. 원래부터 마신다는…

비연 2017-06-12 13:50   좋아요 0 | URL
홋! ㅎㅎㅎㅎ

다락방 2017-06-12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언젠가 저랑 만나서 함께 와인을 마십시다!!! (불끈)

비연 2017-06-12 13:51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락방님. 꼭 함께 한번 와인 마셔요! (불끈2)

레삭매냐 2017-06-12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멀롯이 씁쓸해서 이걸 왜 마시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묘한 맛이 먹다 보니 그 맛을 즐기게
되더라구요 :>

개인적으로는 리슬링을 아주 좋아라합니다.
아우슬리스로 말이죠.

비연 2017-06-12 13:52   좋아요 0 | URL
리슬링을 좋아하시는군요! 전 카베로네 쏘비뇽이나 멜롯을 좋아하는 편인데... ^^
아. 와인의 맛은 참 오묘해요. 먹으면 먹을수록 좋아요 ㅎㅎ
(오후가 되어서도 여전히 와인을 생각하는 비연 ㅎㅎㅎ)
 

어제 대전에 있는 친구를 오랜만에 보러
친구와 내려갔고 회와 술과 맥주와 노래와 수다로
새벽까지 놀다가 오늘 느즈막히 일어나
맛난 곰탕으로 해장하고 올라왔다.

오랜 시간 알아온 친구들은, 참 편하고 좋.다.
며칠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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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분명히 읽었고 심지어 다 읽었다고 중고 서적으로도 내놓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이런 내용의 결말은 어떨까 싶어서 골랐던 기억이 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일드의 소재로도 자주 쓰이는데, 이번에 이 책이 드라마화되어 등장했다. 책도 봤는데 뭐하러 봐.. 그러다가 그냥 보기 시작했는데... 아. 아. 보면 볼수록... 기억이 안난다.

 

이 책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기억이 안 나..!

 

절망이다. 나는 이 책을 왜 읽었을까. 마치 처음 보는 내용인 양 일드에 푹 빠져 재미나게 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 넌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이제 반 이상 왔으니 대충 생각나야 하잖아. 근데 왜 모르는 거야. 왜. 왜...

 

안 그래도 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많아서 머리도 둔해지고 마음도 우울해지고 술만 늘고 밥만 늘고 있는데... 이런 일까지 겹치니 정말 사는 게 낙이 없다. 갑자기 책도 보기 싫은 거다. 기억도 못할 거.. 라는 삐딱한 생각에 말이다.

 

책은 중고로 넘겼으니, 어쩔 수 없이 일드로 결말을 확인해야겠다......................

 

 

 

 

 

 

 

 

 

 

 

 

 

 

 

 

 

 

 

 

 

 

이 중에 <고백>, <꽃사슬>을 읽었고, 일드로는 <N을 위하여>, <속죄>가 나왔던 것 같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너무 음침하고 인간의 속내 중에서도 어두운 부분을 사진 찍듯이 보여줘서 읽고 나면 왠지 토가 나온다. (미안..) 그렇다고 기억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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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6-0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일 너무 왕왕 벌어져요.....

매번 새롭게 읽는 것도 축복이라며 위로해오면 뭐래 이놈 싸대기를 올릴까?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일이지요....ㅠ

비연 2017-06-10 16:20   좋아요 0 | URL
흑흑. 큰일에요~ 우짜면 좋을까요 ㅠㅠ 그냥 자연스러운 거다 받아들이기엔.. 넘 가혹한 느낌이라눙 ㅠ

희선 2017-06-10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드라마는 소설과 거의 비슷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아주 똑같지 않기도 해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갈릴레오 시리즈에는 처음에 여자 형사가 나오지 않았는데, 드라마에 나오게 했더군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중에 여자 형사를 나오게 해서 드라마를 만들 때 나오게 한 건지, 그 반대일지... 미나토 가나에 소설은 드라마로 많이 만들었죠 <고교입시> <야행관람차> <경우>도 만들었어요 <왕복서간>에서 한편은 영화로 만들었더군요 <N을 위하여>는 괜찮았습니다 소설을 보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 봤는데(그걸 보면서 소설도 저랬던가 했습니다), 그 드라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속죄>는 좀 어둡죠


희선

비연 2017-06-10 16:21   좋아요 0 | URL
갈릴레오 시리즈는 좀 많이 바꾼 일드였죠~ 책도 다보고 드라마도 다봤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듯. 미나토 가나에 작품을 드라마로 만든 걸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첨에요. <속죄> 보다가 넘 어두워서 허걱..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