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게 그렇다. 어쩌다가 보면, 난데없이 위에서 돌덩이가 날아오기도 한다. 회사생활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거에 일희일비하기에는 내 경력이 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푸르르.

 

아침 9시. 임원이 날 불렀다. 무슨 무슨 일이 추진이 안 되고 있으니, 정리해서 보고하라는 거다. 그 일이 추진이 안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담당자들이 허당인 것도 알고 있었다. 담당자 중 하나는, 정말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유형으로, 상무랑 얘기하면 자기가 상무인 줄 알고 부사장이랑 얘기하면 자기가 부사장인 줄 아는 인간이다. 허세만 많아서 폼만 잔뜩 잡지, 일은.. 개뿔. 또 하나는 막 일은 벌이고 뒷수습이 안되는 인간이다. 그리고 일을 주면 다 받는다. 그래서 매일 아프다고 허덕거리고... 심지어 일 자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거다. 이걸 왜 해? 라면서 나는 계속 피해다녔던 것인데, 결국.. 그날 눈에 띄였고.. 걸렸다.

 

10시. 담당자들한테 연락해보니, 한 넘은 외근, 한 넘은 그 전날 술 드시고 휴가, 상사 한 분은 교육. 현황 파악이 어려웠다. 그래서 임원에게 메일을 썼다. 현황 파악해서 월요일에 보고하겠다. 기다릴까봐 메일 보낸 거였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10시 30분. 메일이 왔다. 왜 월요일이냐며. 난리가 났다. 거기다 대고 휴가에 외근에 교육이라고 말하기가 그래서 참고 백그라운드를 조사했다. 어쨌든 내일은 내야겠구나 하고.

 

11시. 전화가 왔다. 난리. 난리.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살다가 그런 욕을.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있는데 이게 뭔가. 혼자서 15분 정도 난리를 치더니 뚝. 이거 뭥미..=.=;;; 점심시간에 라면이랑 김밥을 쌓아두고 먹기 시작. 아 열받아. 내가 왜 이런 질책을 당해야 하지? 아 화나. 우걱우걱. ... 나만 손해지 뭐.

 

점심 먹고 올라와서 다른 한 분에게 일을 좀 도와 달라고 했다. 임원도 그 사람이랑 일을 같이 수습하라고 했는데. 이 분... 아니 이 넘... (선배인데..ㅜ) "할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냉정하게 얘기하고 스윽 지나치더니 그대로 나가버렸다. 헐. 어이상실. 할 수 없이 여기저기 전화하고 뭐라 하고 자료 받고 해서 보고자료를 만들었다. 엉망진창인 구조였다. 아이고. 이걸 어쩌나.

 

금요일 아침 10시. 임원에게서 메일이 왔다. 왜 안 보내냐고. 헐. 그리고는 그 어제의 집에 가버린 선배(넘)이 출장을 올렸더니 자기 절대 결재 못해준다고 큰 소리로 얘기한다. 그랬더니 다급해진 선배(넘). 자료 달라며 빨리 보고하자며. .. 나한테 맡겨두었나?... 아직 정리 안되었다고 냉정하게 짜르고 버텼다. 도와 달랄 때는 모른 척 하더니 자기 출장 못 가게 하니까 허둥지둥 난리치는 모습이,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미쳤나 싶고.

 

12시. 보고했다. 나의 팔(?)을 하나 내주었지. 말도 안 되는 일에 난 이제 involve가 되었고, 말도 안 되는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천안까지 가서 회의하게 생겼고. 내가 왜? ... ㅜㅜ 억울할 뿐이다.

 

어제 오늘 그 일로 분주했다. 이런 걸, 전문 용어로 '삽질'. 이번 주 내내 약속을 잡아 버렸다. 퇴근 후에라도 풀어야지 하면서.

 

덕분에 며칠 동안 분해서 책이 눈에 안 들어왔다. 몇 글자 못 읽은 듯. 어제 그래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책을 5권'만' 샀다. (이건 무슨 맥락인지) 내일 도착한단다. 흠... 기분이 좀 나아지려고 하네. (어쩔...)

 

이상 비연의 일주일 생활 보고다. 젠둥.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06-13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3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6-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좋은데...ㅠㅠ

비연 2017-06-13 21:4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으흐흑 ㅠㅠㅠㅠㅠ

오거서 2017-06-1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남은 팔로 책을 구매하셨군요. 그나저나 앞으로 팔이 남아 날런지, 남 얘기 같지 않네요…

비연 2017-06-14 18:56   좋아요 0 | URL
시바(?)의 여왕이라도 되어야 할 듯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