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아니면 원래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그때 비로소 정체성이 찾아지는 건지 모르겠다.

어제 시비돌이 님이 택시까지 마중나와주셨던 것까지는 기억합니다.
그 후로 침대에서 몇 번 떨어지긴 했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하이드 님~
서재질도 하고 좀 그러삼 ㅋㅋ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5-1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하이드님의 요즘 서재질 패턴은...
롯데가 이겼을 때 페이퍼가 올라오더라...입니다.

승주나무 2008-05-16 14:04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당장 수배해야겠따~~
저도 10년 전 롯데가 코리안시리즈 준우승할 때부터 롯데 팬이었어요 ㅋㅋ

Jade 2008-05-1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승주님의 변신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승주나무 2008-05-16 14:04   좋아요 0 | URL
제이드 // 정도의 문제가 아닐까..
술 먹으면 더 한다는 거겠지~~요ㅋㅋ

시비돌이 2008-05-16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쉬셨나요? 근데 술은 승주나무님이 드시고, 절 만나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고
절 이상한 사람으로 모시는 건가요? ^^

승주나무 2008-05-19 22:03   좋아요 0 | URL
제주도에 급한 일이 생겨서 다녀왔습니다. 페이퍼나 댓글을 일찍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야 남기네요.
시비돌이님은 연금술사나 산파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잘 자고 있는 나의 자아를 깨웠으니까요 ㅋㅋ 실은 제가 제 기분에 취한 것이지만요 ㅎㅎ

웽스북스 2008-05-17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봤는데 ㅋㅋㅋ

승주나무 2008-05-19 22:03   좋아요 0 | URL
웬디양 님~ 쉿!!
 

1. 87년 민주항쟁에는 거대한 승리와 거대한 착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87년은 시민의 형식적인 승리와 노태우의 실질적인 승리를 모두 함의하고 있다. 때문에 87년을 진행형으로 보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87년을 과거형이나 완료형으로 보려는 관점들이 착각을 일으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우석훈 씨에 의하면 87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지금 아이들을 외국으로 유학보내거나 사교육 열병을 주도하는 부모가 되었다고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나, 첫 술에 배가 부르다고 하는 현상. 이것을 87현상, 또는 87의 법칙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87은 박제된 현대사이며, 87 이후는 또다른 슬픈 현대사다.

2. 4.3특별법이 발의되던 2000년 벽두에 나는 제주도에 있었는데, 당시 작가들과 문학비평가 등 지식인들이 4.3의 이름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했다. 4.3은 아직도 이름이 없는 상태인데, 나는 그때 4.3특별법 발의 이후에 우리들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질문했으나 시원스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4.3을 내게 처음으로 '학습'시켜주고 특별법 발의를 간절히 기원했던 선배는 특별법 발의 이후에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특별법이 통과되었으니 이제 다 해결된 거 아니냐?" 나는 참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세간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4.3특별법은 아직도 보수 세력의 폐지 압박을 받고 있다.

3. 시사IN은 전직 시사저널 기자들이 사장의 편집권 전횡에 항거해 거리로 나오면서 독자들의 지지를 모아 발간한 자유언론의 완충지대다. 나는 거리에서부터 기자들을 응원했다. 극적인 과정을 통해 시사IN이 창간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더러는 함께 하였다. 하지만 첫 깃발만 세웠을 뿐 독자들의 염원에 대해서 시사IN은 아직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즉, 시사IN은 아직 빚을 갚지 못한 상태다.

4. 김용철 변호사는 다소 진보적이고 정론지라 평가되는 신문사를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제보를 실어주는 용감한 신문사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때 김 변호사와 그의 친구들의 시선에 시사IN이 들어왔다. 언론에 크게 실망한 김용철 변호사는 처음에는 시사IN을 특별히 보지 않았지만, 시사IN이 창간되는 과정을 듣고 제보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삼성의 압력으로 벼랑 끝까지 갔다가 독자들에 의해 구조된 시사IN의 특종으로 인해 삼성 문제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언론사는 일제히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87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뜻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삼성문제의 시작으로 보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삼성문제의 끝으로 보고 말았다. 삼성문제는 삼성쇄신안이라는 조삼모사로 일단락이 되어 쇠고기에 가려졌는데, 이 국면이 당장 어떻게 될지 바람 앞의 촛불이다.


시사인이 세 번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시사저널 투쟁을 첫 번째 이야기, 시사인 창간을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면, 시사인 제2 창간은 세 번째 이야기쯤 될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에는 '독자'가 들어가는데, 독자 대표로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전쟁의 한 줄기를 전선이라고 하는데, 전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 살점과 무수한 피가 희생되어야 한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거리로 나오고 독자들이 호응하면서 '전선'이 성립됐다. 기자들은 위험과 생계를 희생했고, 독자들은 십시일반으로 시간과 약간의 돈을 할애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선은 아직 미약하게나마 유지되고 있다. 전선에서 구를 만큼 굴렀다는 내가 다시 전선으로 뛰어든 이유는 거창하게 말하면, 87법칙의 결계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서다.

천착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시대정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천착해서, 그 문제가 87법칙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바둥거려야 하지 않을까?

내가 시사IN의 세 번째 이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쟁이가 되는 길은 고되고 길다. 길어서 길인가부다 ㅋ

1. 동시 쓰기


어려서 병약했다. 한달에 여러 번 병원에 갔던 것으로 기어하는데, 나는 보물섬 세대여서 병원에 비치된 최신 보물섬을 보았다. 누가 그 책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아픈 데가 더 아픈 것만 같았다. 보물섬에서 즐겨 보던 부분은 뒤에 나온 사컷만화, 독자가 허접하게 그린 그림이라 애정이 갔다. 나도 집에서 종이에 십자를 그어 놓고 그림을 그려 보았으나 포기했다. 의사가 부르면 마음 속으로 '다음에 아프면 또 와야지'하고 의사방에 들어가곤 했다.
그래서 아이들처럼 뛰놀지는 못하고 동시를 썼다. 그때 쓴 시를 생각하면 별로 자랑할 만한 일은 못 되는 것 같다. 이오덕 선생에게 내 시를 직접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뭐 이런 식이다.
5월은 / 어린이 달 / 우리의 푸른 세상 //들로 산으로 / 뛰쳐 나가자...노래하자 다 함께 / 얏호
이에 대한 이오덕 선생의 평은 "이것은 초등학교 1학년이 아니라 6학년이 썼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말이 아니다. 이 글에는 어린이의 마음이 없고 삶이 없다. 어른의 말이요 구호요 개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 시절 반공이야기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 국군 아저씨가 공산군의 탱크 아래나 적군의 바위 기지에 바싹 다가가 수류탄을 던져 깨뜨리는 장면에 아주 통쾌해하던 아이, 대응댐에 모금을 해야 한다며 엄마를 조르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요즘도 자주 는실난실 끼어든다. 그리고 7.5조라는 이상한 법칙에 매여 제대로 내 생각을 풀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처음으로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지.


2. 백일장 시 쓰기, 시인과의 만남, 축시 쓰기


고등학교 때 문예반에 들어갔다. 책읽기를 싫어해서 단 한 권의 시집도 보지 않았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시 실력이 형편 없었다. 도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 가면 가작 이상은 입선할 수 없었다. 그때 부모님에 관한 시를 썼는데, 지금도 얼굴이 확 달아오를 정도로 추상어 투성이었지만, 이모는 그 시를 보고 우셨다고 한다. 엄마도 매우 흡족해 하셨는데, 그 시가 어떻게 사람을 울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내가 시인이 아니라 우리 이모와 엄마가 시인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지금도 시인이다.
대학은 공대를 들어갔지만, 문학동아리에 발을 붙였다. 전공을 비실비실하다가 국문학과로 전과를 했다. 그때 선배들의 영향으로 많은 책과 시집을 읽었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나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참 내 이야기와 같아서 감명을 받았다. 박노해 식 시쓰기의 세례를 받고 사회문제에 관한 시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도현을 만났다. 안도현의 감성적인 시들은 나를 흥분시켰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같은 시는 당시 산문시 중심으로 썼던 나의 시 쓰기에 하나의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하면 빼뜨릴 수 없는 시인이 그로테스크의 요절 시인 기형도가 있었다. 기형도는 하나의 유행이었던 것 같다. 특히 메모하듯 써내려가는 시어들이 시가 되는 모습이 환상적이어서 그와 비슷한 시를 쓰려고 막 흉내를 냈던 것 같다. 천상병의 아이 같은 시도 좋았다. 천상병의 출세작을 보고 우연히 천상병 주제의 연극(최초로 본 연극)을 보았는데, 시인의 인생이 마음에 들어오는 듯했다.


 

 

 

그때 매문이라는 것을 처음 썼다. 문학동아리의 집행부를 맡고 있었는데, 항상 자금이 바닥이다. 그러면 주요 전략은 '축시 비지니스'
나도 결혼을 해봐서 알지만, 결혼식 이벤트로 축시는 제격이다. 제법 운치도 있고, 손님들도 부러운 눈치로 본다. 대충 노래부르거나 하는 것보다는 훨씬 격조 있지 않느냐.
축시를 쓰면서 시 쓰기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꼈다. 나의 시 쓰기는 그래도 엄격했던 모양이다. 둘은 좀처럼 섞이기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든 축시든 그 사람에게 기쁨이 되고 소용이 된다면 외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최근에 썼던 축시는 돈 안 받고 마음으로 쓴 가족축시였는데, 나보다 "한 살 어린 일본인 손윗동서"(허걱~길다)와 일본으로 시집가는 처형을 위해 일본의 개국신화를 바탕으로 시를 지었다. 내가 시를 쓰고, 처제는 그림을 입히고, 큰 처형의 가족들은 열심히 낭송을 연습했다. 큰 처형이 시낭송 모임의 회원이기 때문에 그 가족은 시적인 향취가 대단하다. 조카 둘은 일본인 손님들을 감동시켰고, 처형은 일본에서 잘 지내고 있다. 시 하나로 가족이 하나되는 경험은 그 전의 시 쓰기에서는 보지 못한 체험이었다. 만약 내가 축시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었다면 이런 체험에 도달하기는 어려웠겠지. 암튼 대학 때 만났던 시인들이 지금은 다른 시인에 의해서 모두 헤어지게 되는데, 그 시인은 다음 회차에 공개한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아이들


시작 : 승주나무 (손아랫동서)
낭송 : ***, *** (조카)
시화 : *** (처제)






        처음에는 파란 하늘이 마냥 좋아
        거기 서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차분한 마음이 땅에 닿았고
        또 한 사람은 뜨거운 열정이 하늘에 닿았습니다.
        둘 사이로 지난 여름처럼 뜨거운 계절이 지나갔습니다.
        힘센 태풍이 혼돈의 바다 같은
        두 사람의 마음을 쓸어내는 동안
        그들은 파란 하늘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물방울로 땅과 섬들을 만들던 그때의 기억으로
        섬처럼 튼튼한 아이들이 나고 자라는 동안
        파란 하늘은 감귤빛으로 익어가고 있었고
        그들은 아직도 거기 서 있습니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아이들이 서 있던 땅에는
        오늘도 잘익은 하늘이 비추고 있습니다.



- 2008년 1월 27일 둘째 처형과 손윗동서 형님의 결혼을 축하하며

※ 이 시는 일본인 가족을 위해 일본 개국신화를 토대로 재구성했으며,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부부를 상징하는 개국신이며 우리나라의 단군왕검에 비유할 수 있다. 부부는 음양을 상징하므로 뜨겁고 차가운 이미지를 대비시켰고, 이들이 물방울로 땅과 섬을 만들었다는 모티브를 활용해 가족의 번성을 기원했다. 감귤빛 하늘은 제주 특허이므로 차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각을 지나거들랑
얼굴 한번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준비에서 진행, 뒤치다꺼리 모두 하느라고 고생 좀 했죠.
처음에는 타이밍을 잘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쇠고기한테 한방에 나가 떨어질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삼성이든 쇠고기든 여론에 가려졌다고 그 문제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때 오늘 이 자리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 한두시간 종각에 들러서
심상정, 김성환 님 이야기 듣고 싶은 분이 있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번 촛불집회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입장을 밝혀 온 시민단체와 인터넷 모임 등이 모두 참석해 서울에서만 최대 1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 1500여 시민단체와 인터넷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를 연다."
<경향닷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8-05-09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0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1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3시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고,
띄엄띄엄 일기처럼 쓰는데,
생활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개의 단상과 감상이 지나가기도 하고,
격정이 치올라오기도 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이지만, 새벽3시의 기운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
새벽3시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새벽2시 정도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길게 가야 1시간을 넘기지 않아야 다음날 지장이 없다.
새벽3시만으로도 충분히 지장이 있다.
앞으로 새벽2시에 글을 올릴 수도 있지만,
새벽3시가 주는 영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제목을 바꾸지 않을 계획이다.

어떤 글이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독서량에 비해서 배출량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3년간 미친 듯이 신문스크랩을 했는데,
그때 3만건의 기사를 스크랩하는 동안 나의 글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은 어떤 특정한 주제나 뚜렷한 형상(책 제목 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보다는 '접속'이라는 의미가 강했던 것 같다.
내가 책을 읽는 내용은 대체로 나의 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많고
나의 풀리지 않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생각지도 않은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책을 읽을 때는 접속해 있는 상태여서 나의 마음 속에서 어떤 답이 무작위로 떨어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한동안 그 답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고민하다가 또 다시 우연히 그것이 맞아들어가는 상황을 겪어보면 마치 내가 '신탁'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글은 어떤 틀이 있어서 그 틀을 중심으로 내용을 조합하고 완성하려는 자동시스템이 갖춰진 것 같다. 하지만 창조적인 글을 쓰고 싶을 때 이런 시스템은 죄악과 같다. 나의 글쓰기는 이를테면 이 자동시스템을 교란시키기 위함이다. 자동시스템은 진화하면서 스스로를 업데이트하고 나의 교란작전도 업데이트를 거듭한다. 이렇게 아귀다툼처럼 교란이 펼쳐지지만 '접속'이라는 공통분모 덕에 엮이게 된다.

한동안 인문사회 에세이를 읽다가 멜기세덱 님의 고마운 제안에 따라 김유정문학기행을 하면서 김유정을 다시 한바퀴 돌았다. 소설만 전집으로 돌았는데, 새로이 깨달은 바가 많았다. 다시 리뷰를 쓴다면 김유정의 도시적 면모와 치열한 현실저항 의지를 담아보고 싶다. 김유정이 준 선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나에게 문학적 관심을 환기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오덕 선생의 유고집을 보고 이원수 선생의 동화책과 동요집을 하나 샀다. 몹시 기다려진다. 이오덕 선생에 의하면 내가 어릴 적 썼던 동시는 어른의 흉내를 낸 몹쓸 동시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나의 꿈이 하나 생겼는데, 동시를 써보는 것이다. 나의 꿈은 미처 써보지 못한 동시를 쓰는 것이다. 또 멜기세덱의 도움으로 백석의 새로운 책을 구하게 되었다. 멜기세덱 칭찬을 오늘 많이 하게 되는데, 멜기세덱이 없었다면 나는 여태 사회과학 서적이나 인문학 서적을 뒤적이며 사회에 대한 갖은 불만만 토해냈을 것이다. 내가 문학을 읽는 이유는 나의 세계를 갖추기 위해서다.

나의 세계를 갖추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먹고 싸는 순환이 있어야 숨이 유지되듯
읽고 싸는 과정이 나를 숨쉬게 할 것이다. 새벽세시라는 묘한 시간에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까닭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5-06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정한 배출량을 갖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새벽 3시의 글쓰기 멋지군요.
좋은 친구가 님을 멋진 세계로 연결해주었네요.^^

승주나무 2008-05-08 14:11   좋아요 0 | URL
요즘은 새벽3시도 일찍 자는 편인걸요.
그놈의 술이 문제ㅠㅠ

hnine 2008-05-0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하님의 <새벽네시>라는 시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데...
이 페이퍼 아침에 한번 읽고서 지금 다시 읽어보고 가네요.
저도 새벽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봐요.

승주나무 2008-05-08 14:11   좋아요 0 | URL
봄바람이 불어서 댓글을 제때 못 달았네요. 미안합니다.
hnine님이 소개해준 시는 꼭 찾아 읽어볼게요.
김지하 시인의 한창때가 그립군요~~ 요즘은 더욱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