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천진난만함과 완전한 것에 이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아이들이 끊임없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무서운 것으로 되어 버릴까!" (故이오덕 선생)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며 어버이"라는 말은 내게는 진리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어린이날'은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시간을 내서 놀아주거나 문구점에서 선물을 사다가 바치는 날이 아니라, 어린이에게 반성문을 쓰는 날이 되어야 한다.
나는 집안에서 막내로 자라서 철이 없었는데, 지금도 철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것은 나에게 단점이기보다는 자랑이다. 어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어린이의 시체를 안고 있는 어른과, 살아있는 어린이를 안고 있는 어른이다.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나의 어린이가 몇 살때 죽었는지. 그때는 어린이가 죽어야만 어른이 된다는 이상한 상상이 만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학원강사로 일하면서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을 자주 접했고 더러는 어린이들도 접했다. 이들을 접하면서 내가 새롭게 깨달은 사실은 어린이 역시 두 종류가 있다는 사실이다. 죽은 어른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어린이와, 살아있는 어른을 머릿속에 그리며 살아가는 어린이다.

내 마음속에 어린이가 죽는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죽어야 어린이가 죽는다는 것을 안다면, 그야말로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육체적인 죽음은 맨 마지막에 찾아온다. 때로 어린이 시절부터 간직해온 꿈을 잃지 않은 어른들은 육체적인 죽음'만' 찾아오기도 한다. 그것은 사실상 살아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앞선 시대를 살다간 성인이나 지성인들은 인사치레로 어린이를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가능성으로서 어린이를 염원했다. 그들이 어린이에게 가졌던 관심은 '인간'에 대한 절실한 관심이었다.

● 천재성이란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이제 튼튼한 기관과 제멋대로 축적된 재료들을 모두 정리해 주는 분석적 정신을 갖춘 마음껏 되찾은 어린 시절에 지나지 않는다. (보들레르, 꿈꾸는 알바트로스)

● “대인이란 그 어릴 적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맹자, 이루하)

● 만약 너희가 어린이처럼 되지 않는다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처럼 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하다. (예스 그리스도)

● 중후한 덕을 품은 이는 갓난아이와 같으니, 독충이 쏘지 않고, 맹수도 덮치지 않으며 독수리도 할퀴지 않는다. (노자, 도덕경)

나는 이번 어린이날을 특별한 어린이날로 삼으려고 한다. 조카들에게 선물이나 사줄 걱정을 하지 않고, 나의 어린이정신은 온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살펴서 어린 시절의 나에게 배움을 얻어야겠다. 시골에 태어난 나에게는 유년시절의 원형이 남아 있는데, 그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나는 방학이 되면 아침 먹고 바닷가로 뛰어갔다. 해변에서 잘 생긴 짱돌을 하나 쥐고 썰물이 만들어놓은 신천지를 걸어서 갔다. 신천지에는 언제나 소라며 성게, 굴 같은 것이 가득했는데 점심은 그걸 깨먹으면서 해결하고 해가 빨갛게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바다의 이름이 세 개 있었는데 각각 오정께, 통밭알, 수메밑이었다. 수메밑과 오정께는 일출봉을 빙 둘렀다. 일출봉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는데, 수메밑으로 해서 일출봉을 삥 둘러서 걸어봐야겠다는 나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출봉 뒤쪽에는 돌고래들이 둥지를 틀었다는데, 직접 보고 싶었다. 오정께는 아침의 바다였다. 물질하는 우리 엄마는 수메밑에서는 해삼물을 캐다가 오정께 옆에 있는 우뭇개에서 관광객들에게 파는 일을 했다. 엄마가 바다에 갔다가 벗어놓은 몸빼바지에서 나는 바다내음이 너무 좋아서 밤새 그것만 붙잡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바다 냄새와 엄마의 살내음이 땀내음이 함께 전해져 왔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붉혀지기도 하고 야릇한 구석도 있을 테지만, 어렸을 때는 그것을 어찌 알겠느냐. 수메밑으로는 멸치떼 같은 것들이 모래사장까지 밀려오기도 하는데, 그때는 잔치라도 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 멸치떼를 잡아갔다. 가끔 밀물에 밀려왔다가 바위 웅덩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어린 고기떼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서너 시간은 족히 재미를 볼 수 있었다. 고기떼들은 쪼로롱 쪼로롱 떼를 지어 가다가 가끔 한번씩 몸을 비틀어서 은빛 비늘을 뽐냈다. 한번은 새끼 복어가 걸린 적이 있었는데, 뜰채로 홱 낚아채니 화가 단단히 난 듯 삐익~ 소리를 내며 몸을 한껏 부풀리는 거다. 나는 겁이 몹시 나서 물가에 던져 버렸는데,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우습기 그지 없었다.
통밭알은 내가 노을바다 또는 설핏바다라고 별명을 지어 주었다. '설핏'(부사)이란 "해의 밝은 빛이 약해진 모양"을 뜻한다. 이 바다는 우리집 마당에서 올레(입구)로 향해 있었기 때문에 저녁마다 마당에 나가서 해가 떨어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아침바다는 이글이글 해를 팔팔 끓일 정도로 거세지만, 설핏바다는 국이 식는 모양처럼 잔잔하고 온기가 배어 있다. 그것은 물만 짰지 거의 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몰은 온갖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어린 시절에도 일몰을 바라보는 것은 슬프기도 하고, 하루 동안 수고 많았던 해가 한숨을 쉬는 듯한 대견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것은 나의 유년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되었다. 해질 무렵마다 마당에 나가서 설핏 바다에 해가 기울어지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봤으니 그러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아쉬우면 바다까지 직접 가서 수면 위로 길게 늘어져서 하늘거리는 빨간 해님을 오랫동안 배웅한 적도 있다.

이러한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마음 속의 어린이를 잃지 않기 위해서 단단히 신경을 썼다. 힘들었던 시절은 중고등학교 때였는데, 어린 남학생들의 치기를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공부를 못해서 상고를 나왔는데, 상고의 녀석들을 3년간 감당하기 위해서 나는 육두문자와 쌍욕을 거의 달고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언어가 존재를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은 입에 담지도 않지만 나의 어린이가 참 힘들었을 것 같다.

어린이를 살해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당신의 어린이는 건강한지 안부를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5-0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글이에요. 지천명을 코앞에 두고도 철들지 못한 나를, 나름으론 동심으로 살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거든요.^^ 내 마음속의 어린이가 천진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앞으로도 신경써야겠어요. 님 덕분에 멋진 어린이날의 의미를 새로 발견하듯 합니다!

승주나무 2008-05-06 00:01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감사합니다. 마음에 와닿는 글을 써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순오기 님이 제 글에 응원댓글을 자꾸 달아주신 덕분입니다 ㅎ

마노아 2008-05-05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어린이를 살해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당신의 어린이는 건강한지 안부를 물어보았으면 좋겠다.'에 감동먹었어요. 승주나무님은 시인이 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참으로 뜨거운 정서가 느껴져요.

승주나무 2008-05-06 00:05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과찬이십니다.
아는 친구가 예전에 제게 "너는 천상 산문이다"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시인은 동경의 대상입니다. 가끔 소설가 중에 시인처럼 멋진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참 부러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새벽세시에는 누구든 정서가 달아올라 있을 겁니다. 자지만 않는다면요^^;
 

서중석 선생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못내 아쉬웠다.
정리한 분량도 짧지 않지만,
문맥에 따라 내용을 맞추다 보니,
문맥에 들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이 실리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67년의 선거 이야기는 꼭 담아야 했던 것인데, 담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67년경부터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베트남 파병이나 각종 차관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선거가 엉망이 되었다.
관광버스에서 사람들을 실어 날랐고,
전국은 향락의 도시가 되었다.
서중석 선생은 그때의 선거를 최악으로 꼽았는데,
그것은 '돈으로 영혼을 산 선거'이기 때문이다.

87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는 민주화 세력들이 분열되어
지역구도가 고착화되기 시작했지만,
67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2007년의 대선과 2008년의 총선에서
67년보다 더 영혼에게 미안한 선거를 남기고야 말았다.
사실 이명박의 '경제'는 어떤 경제인지 살펴 보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BBK 스캔들은 검증의 기회를 동시에 날려버린 셈이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이 되었으면'이라고 적은 어느 취업희망생의 메모가 떠오른다.

영혼이라는 게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하지만,
그 자체로 돈이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혼이 있기에 우리는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돈이 순식간에 거덜날 수도 있고, 돈이 순식간에 나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돈의 처분'에 따른 것으로, 우리는 돈님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영혼을 팔아먹었을 때는 그렇게 된다.

영혼은 뚝배기 그릇이 참 어울린다.
천천히 끓지만, 한번 끓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오래도록 온기를 잃지 않는다는 점.
당장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이 뚝배기와 참 닮았다.
이번에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여러분은 냄비가 아니라 뚝배기입니다."
사실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은 정치선동에 의한 동원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그들에 대한 민심은 오래 전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오늘 아내를 위해서 한우로 만든 소고기를 넣고 미역국을 끓였다.
냄비로 끓이면 편리하지만,
뚝배기를 꺼내서 정성을 들여 끓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5-0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뚝배기로 살자고요~
부인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이신건가요? ^^

승주나무 2008-05-05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미역국 끓이기를 취미로 해서 자꾸 끓인답니다. 저도 먹을 요량으로요^^
얼마 전 처제가 곰탕을 고와 줘서 곰탕미역국을 끓이고,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좀 사다가 소고기미역국을 끓였는데, 소고기미역국이 더 맛있다고 하네요.
나는 소고기 맑은미역국을 만들고 싶었으나, 초짜라서 뿌연색 미역국이 되더라구요 ㅎㅎ

Mephistopheles 2008-05-05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뚝배기는 절대.절대. 세재로 닦으면 안된다네요. 숨쉬는 그릇이라 틈틈히 세재가 잠입한 후 열을 가열하면 다시 밖으로 배출된데요..^^

승주나무 2008-05-05 03:38   좋아요 0 | URL
네~ 예전에 아는 선배네 집에서 좋은 사기 그릇이 왔다길래 구경갔었는데, 서제로 설거지 하는 이야기를 했더니 막 팰려는 눈으로 보더군요 ㅋㅋ
 
4월26일 - 시사IN 3수생

시사인의 젊은 기자들이 '소통의 시사인'을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단 정기구독을 하시거나 가판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시사인에 대한 모든 생각이나 인상, 불만, 느낌 등을 경청하겠다고 제게 약속을 했습니다.

시사인 홈페이지는 앞으로 확연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귀띔을 하면, 블로그 커뮤니티 체제로 재편될 것입니다.
잔치가 벌어지면 윷판이 생겨나듯,
손님들이 필요한데,

1. 시사인을 정기구독하시는 분들은 '정기구독'
2. 가판을 사서 보시는 분들은 '가판'
3. 정기구독은 아니지만 가끔 사서 보는 분들은 '가끔'
4. 1~3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시사인에 애정이 있다면 '애정'이라고 표시해주시면 됩니다.


★ 일단 블로그 중심의 커뮤니티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댓글에 참여할 블로그의 주소를 적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티스토리 적극 환영입니다. 그리고 혹 티스토리 초대장 하나 남는 거 있으면 저한테 하나 보내주세요 ㅠㅠ 

저는 젊은 기자들에게 발목이 잡혀서 이번 국면에 제대로 걸렸습니다.
댓글만 달아주신다면야 제가 추후에 찾아가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홈페이지가 개편되거나 최소한의 블로그 시스템이 마련됩니다.
그때 시사인에 대한 시끌벅적한 말잔치가 벌어지게 만드는 것이 나의 임무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시사인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삼성의 기사 때문에 회사가 반쪽이 나고 파업과 생계단절을 불사하고
독자들과 편집권 남용과 삼성의 불의에 맞서 싸우다가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창간한 매체입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수많은 신문사에 제보를 하다가 실패하자
시사인에 마지막 문을 두드렸을 때
시사인은 김용철의 내부고발을 세상에 최초로 알린 신문사가 됐습니다.
그 이후에 다른 신문사들도 일제히 이 문제를 고발하기 시자했습니다.

삼성은 시사인을 제대로 밟지 못한 죄로
시사인에 제대로 밟히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인생지마 '삼성지마'라고 해야겠습니다.


댓글(17) 먼댓글(2)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부산에서 가장 큰 노래방
    from 빛으로 보는 세상 2008-04-26 02:14 
    사직구장은 부산 야구팬들의 커다란 식당이자 노래방입니다. 팬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가족단위로, 직원들과 애인과 음식과 술, 신문을 들고 속속들이 모여듭니다. 야구를 보며 신문지로 응원을 하고 음식을 먹고 허기를 달래며 쓰레기봉투로 응원을 합니다. 치어리더들은 지칠 줄 모르고 응원가를 부르며 몸을 흔듭니다. 관중들도 리어리더의 리듬에 맞춰 응원가를 부릅니다. 부산시민은 사직구장에서 한 몸이 됩니다.
  2. 부산에서 가장 큰 노래방
    from 빛으로 보는 세상 2008-05-19 17:43 
    사직구장은 부산 야구팬들의 커다란 식당이자 노래방입니다. 팬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가족단위로, 직원들과 애인과 음식과 술, 신문을 들고 속속들이 모여듭니다. 야구를 보며 신문지로 응원을 하고 음식을 먹고 허기를 달래며 쓰레기봉투로 응원을 합니다. 치어리더들은 지칠 줄 모르고 응원가를 부르며 몸을 흔듭니다. 관중들도 리어리더의 리듬에 맞춰 응원가를 부릅니다. 부산시민은 사직구장에서 한 몸이 됩니다.
 
 
안희태 2008-04-26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일님 블로그를 새로 만드실 필요없이 이 블로그를 계속 이용하셔도 좋은 듯 합니다.
이사를 하시기에는 글들이 아깝네요

승주나무 2008-04-28 20:47   좋아요 0 | URL
네~ 조금씩 조금씩 특성화를 시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이 블로그가 마음에 들기는 합니다^^

멜기세덱 2008-04-26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기구독하는 1人.

승주나무 2008-04-28 20:47   좋아요 0 | URL
오케~~ 조만간 깃발을 들겠음..

순오기 2008-04-26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로 산다는 것' 이 책을 보고 '애정'을 갖게 된 1인

승주나무 2008-04-28 20:48   좋아요 0 | URL
애정만으로 충분합니다. 순오기 님~ 나중에 구체적으로 계획이 서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智熏 2008-04-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 인터넷을 통해서 보고 있어요. 애정이야 가득하죠. :)
티스토리 초대장은 메일주소 말씀해주시면 보내드릴께요. 남는게 많아요.

승주나무 2008-04-26 10:42   좋아요 0 | URL
허걱.. 감사합니다. dajak97@hanmail.net 로 하나 보내주시면 감사히 쓰겠습니다^^
혹 제가 다른 분에게 증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여러 개를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사인 기자들에게도 아직 초대장을 다 못 보냈거든요~
일단 시사인 기자들을 설득시켜 특성화 블로그를 만들고 자신의 기사와 함께 그보다 좀 덜 엄밀한 글들을 싣기로 했습니다.
예컨대 사진기자들은 1,000건의 사진을 찍으면 본선에 60건 정도가 올라간다고 하는데, 거기서 3건 정도만 잡지에 실린다고 합니다. 나머지 수많은 사진들은 묻히는 거죠. 그거를 블로그에 소개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테마를 넣어서요^^
판매국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인쇄사고나 인쇄소에서 일어나는 일 등을 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쓸 수 있는 소재가 무한하니 시사인 기자 블로그는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시사인 기자와 시사인 독자가 블로그 배틀을 할 수도 있구요^^
감사합니다.

智熏 2008-04-27 01:0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제게 초대장이 총 9장 있고, 이메일 주소가 모두 필요합니다-! 어차피 쓰지 않는 거라 9장 모두 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dajak97@hanmail.net은 이미 가입이 되어있어 초대장을 보낼 수 없다고 나옵니다. 쓰고계신 다른 이메일이 있는지 여쭤봐야겠네요. 이메일 리스트를 meiclamo@gmail.com으로 보내주시는것도 좋을 것 같구요. :)

승주나무 2008-04-28 20:4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그 주소로 목록을 만들어서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승주나무 2008-04-29 14:57   좋아요 0 | URL
智熏 님~ 이메일 주소로 기자 목록 9개를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늘빵 2008-04-2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 1번.

승주나무 2008-04-28 20:48   좋아요 0 | URL
감사 감사~~

깜소 2008-04-2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정).... 가끔 사보기도하고 인터넷은 꾸준히 들어가서 보고 그러네요~^^

승주나무 2008-04-28 20:49   좋아요 0 | URL
깜소 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연락을 드릴 수가 없겠네요. 나중에 이 블로그로 공지를 올려보겠습니다^^

프레이야 2008-04-26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기구독입니다^^

승주나무 2008-04-28 20:49   좋아요 0 | URL
혜경 님.. 감사합니다. 혜경 님의 도움이 필요하면 염치 불구하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시사IN 3수생이다.
시사인 공채에 떨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공채는 내가 알기로 한 번밖에 안 했으니까.

그보다 좀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3명의 시사IN 기자에게 줄을 댔다.
알 만한 사람은 알 테니까 망설임 없이 그냥 쓴다.
A라는 기자와는 창간 국면에 함께 했다.
서포터스를 모아서 판을 만들고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판을 만들기 위해 여기 저기 부딪치면서 뛰어다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만들었다고 기억하지만 A 기자와의 기억은 별로 없다.

B기자와는 더 기막힌 사연이 있다.
A기자의 일이 B 기자에게 이첩되면서 나는 자연히 B 기자에게 줄을 대게 되었다.
B기자는 열정적이었고 다재다능하였다. 시사IN의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B기자에게 올 초에 한 장의 기획안을 제출한다.
시사IN을 일으켜보고 흩어졌던 동지들을 불러모으자고 계획안을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알음알이들을 술집으로 소환해 설득을 했다.
이 문제는 그들에게 이미 지나간 문제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원맨쇼하다가 아파서 그냥 누워버렸다.

실패의 원인을 생각하기보다 나는 재수 실패에 대해서 두 가지 입장을 가지기로 했다.
그것은 내가 빠져나갈 구멍이었고,
나에게는 살길이었다.
그만큼 나는 너무 아팠고 지금도 너무 아프다.
그리고 아픈 것을 기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첫 번째 입장은 연이은 큰 선거였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잔치에 기자들은 음식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름 위안이 좀 되었다.
두 번째 입장은 '리쿠르고스'였다. 리쿠르고스는 국가정체를 완성한 플라톤의 정신적 스승이자 롤 모델이다. 국가정체는 플라톤이 리쿠르고스의 사상을 모델로 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리쿠르고스에 대한 헌사가 되겠다. 리쿠르고스는 실권한다. 주민들에게 맞아죽을 위험을 느껴 도망치다 동네 청년이 던진 돌에 한쪽 눈이 실명하는 사고를 당한다. 리쿠르고스는 그 소년을 자기 집에서 살게 하고 2년 동안 함께 지내 진정한 그의 지지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장단점과 첨단 기법 등을 익혔다. 그의 조국 스파르타는 점점 분열상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계상황까지 직면해 리쿠르고스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리쿠르고스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보다 더 강력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고 이를 관철시켰다. 그는 역사적인 개혁작업을 시작한다. 리쿠르고스 조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1권에 기록돼 있는데(범우사판) 오래 전에 읽어서 생각은 안 나지만 그가 남긴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법은 돌에게 새기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의 가슴에 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스파르타에서는 성문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의 미국도 불문법 체계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시사IN이 자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동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제기'와 '위기의식'이 싹트기 시작하고 그런 상황이 점점 길어지고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 생긴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최악이지만, 언제 맞이할지 모를 개혁의 길을 얼른 선택하는 것만이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되는 상황이 온다. 이것이 나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다가 오늘 시사IN 근처 맥주집에서 C 기자에게 고백한 두 번째 입장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C 기장게 줄을 대기로 했다. 3수째다.

A,B 기자는 나의 요청에 의해서, C 기자는 기자의 요청에 의해서 3수가 이루어진 것이지만, 4수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 만나게 되든지 간에.
아직도 나는 시사IN이 단순히 언론사나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사인은 대한민국의 완충지대며, 자유언론의 완충지대임을 믿는다. 완충지대가 없어진다면 언론이 살아갈 수 없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지 않은 언론의 상황이 올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부러 글을 도발적으로 썼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변화시키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이기적인 마음에 스스로 다짐을 받아두기 위해서다.


댓글(2) 먼댓글(2)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시사IN 구독하시는 분들, 손 한번 들어봐 주세요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08-04-26 02:09 
    시사인의 젊은 기자들이 '소통의 시사인'을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단 정기구독을 하시거나 가판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시사인에 대한 모든 생각이나 인상, 불만, 느낌 등을 경청하겠다고 제게 약속을 했습니다. 시사인 홈페이지는 앞으로 확연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귀띔을 하면, 블로그 커뮤니티 체제로 재편될 것입니다. 잔치가 벌어지면 윷판이 생겨나듯, 손님들이 필요한데, 1. 시사인을 정기구독하시는 분들
  2. 참언론은 불가능한가? ; '시사IN'의 예
    from 일체유심조 2008-04-27 22:37 
    요즈음 민언련 주관의 언론학교에 다닙니다. 어제는 '시사인' 문정우 편집인 겸 편집국장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이건희 구속'이라는 만우절 거짓말로 강의를 시작한 문국장은 언론과 삼성의 관계에 대한 강의를...
 
 
미리내 2008-04-2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정기구독하고 있는데요~

승주나무 2008-04-28 20:50   좋아요 0 | URL
아~ 미리내 님.. 그래서 시사인에 관한 페이퍼가 있었네요. 혹 부탁드릴 거 있으면 블로그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의 저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더욱 강하게,
혹은 요즘 선택하는 삶과 선택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이 일관되게 둘 중의 하나의 팔자를 갖고 태어나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주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선택하는 삶보다 선택되는 삶이 더 많거나 결정적이었을 때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류'라는 것은 대체로 선택된 삶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주류의 세계에서부터는 매뉴얼이라는 게 존재하며,
로얄급 주류로 가면 갈수골 매뉴얼이 촘촘하고 비정해진다.
진중권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이 있은 후에 TV에 나와 이를 전면 부정하는 홍보실 삼성맨을 비유하여 '로봇'이라고 말했다. 이때 그는 철저히 선택된 삶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선망을 받고 월급을 많이 받으면서. 그가 달리 말할 여지는 전혀 없다. 매뉴얼이 그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스피노자 식으로 표현하면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길은 주류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길이다. 비근한 예로, 영어공부도 목숨걸고 하지 않고 사교육과도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사람, 사회의 관례에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양심의 명령에 따라 내부고발을 감행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자치와 독립만큼 위협당하기 쉬운 것도 없다.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은 대체로 20세가 될 때까지 누가 자동으로 선택을 해주는 삶을 살아간다. 문제는 대학에 가고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핸들을 잡지 않으면 계속 누군가에 의해서 자동 선택이 된다는 점이다.이렇게 선택되는 삶은 A~Z까지 매뉴얼이 확실한데, 문제는 선택하는 삶에 대한 정보는 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택하는 삶에 대해서 알지도 못할 뿐더러 이미 매뉴얼이 서 있는 선택된 삶에서 벗어나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사실 지구가 네모난 모양이므로 어느 지점까지 가다 보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일탈에 대한 공포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것 같다.

선택하는 삶과 선택되는 삶은 가려져서 잘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떤 것을 얻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당위와 무언가를 하지 않았을까 나타날 수 있는 불이익에 의해 내가 조종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선택하는 삶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욕망이란 고유한 생명에너지인데, 나의 욕망이 다른 사람의 욕망과 판이하게 같다면 혹은 집단적으로 그 욕망에 열광한다면 나의 인생의 주인은 어디에도 없다.

※ 100분토론의 분위기가 활기차서 좋았다. 이들의 올망졸망한 모양의 욕망들이 한결같지 않아서 좋았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함께 밤새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열정에 흠칫 놀란 하루였다. 나의 욕망은 안녕한가?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8-04-25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조교수는 진짜 청산유수더군요..알아 듣기 쉽게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는데...
그와 반대로 이승환 변호사는 뭐하러 나왔는지 도통 알수가 없고..
더 재미있는 건.
이한유교수...
푸하하..교수 맞나 했습니다.

승주나무 2008-04-25 11:40   좋아요 0 | URL
네~ 김상조 교수는 거의 손석희 급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석희 교수 아침마다 시사코너 진행하지 않습니까? 그 안정된 포스..
김상조 교수는 매일 불려다니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포스를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서 김상조 교수를 섭외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무스탕 2008-04-25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잘 봤어요 (보다 끝부분에서 잤지만요... ;;)
이변호사는 옆에서 막 열불나게 토론하고 질문 던지면 어설픈 한마디 툭 던져서 김빼는데 뭐 있더군요.
이교수도 자기 생각에 너무 충실해서 차라리 앞에 앉은 사람들이 안됐다는 느낌이었고..
김교수는 강의도 저런식으로 할까 싶게 어찌 그리 말이 줄줄 잘도 나오는지..

승주나무님 받아쓰기 많이 하시더군요 ^^

승주나무 2008-04-25 11:41   좋아요 0 | URL
네.. 어디 가서든 받아쓰기 하는 게 취미가 돼 버렸어요. 오마이 시민기자를 하고 있어서요^^
100분토론의 안건과 토론 내용이 뉴스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늘빵 2008-04-2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들 어제 이거 보셨네. 재방송 꼭 봐야지. 재밌겠다.

승주나무 2008-04-25 11:41   좋아요 0 | URL
제가 광고를 그렇게 했잖수 ㅋㅋ

L.SHIN 2008-04-2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놈의 리뷰 쓴다고 끙끙대다가...완전히 깜박 잊어버린....=_=

나의 선택은 안녕한가?

승주나무 2008-04-25 11:41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Lud-S 님.. 아프 님하고 나란히 재방송 보삼 ㅋㅋ

순오기 2008-04-25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게 잘 봤어요~ 간간히 승주나무님 보는 재미도 좋았고요.^^
오늘부터 김상조교수 팬 할래요~ 그렇게 쉽고 자상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지식인이었어요~ 킹왕짱!!

전화로 참여하신 여자분, 시청자가 하고 싶은 말을 확실하게 해 줬죠. 그런걸 내보내는 MBC가 막 좋아지더라고요!

승주나무 2008-04-25 11:42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제 얼굴을 알아보실 수 있으시던가요. 오프 모임에서 뵈지 않은 것 같아서.. 제가 여기저기에 얼굴을 팔고 다니기는 했지만서두요 ㅎㅎ

순오기 2008-04-25 19:40   좋아요 0 | URL
아~ 파란옷 입으셨다고 해서 멀리 잡히는 화면에서부터 첫눈에 알아봤어요.^^
역시 자리도 잘 잡으셨고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