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편지를 받으시는 독자님과 같이 시사IN을 예전부터 아끼고 사랑하는 한 독자입니다.
(안일(安逸)이라고 하면 좀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로 한 달째 월요일마다 시사IN에 다녀갔습니다.
남문희 한반도전문기자를 팀장으로 사진부 안희태 기자, 미술부 이정현 기자, 이번에 새로 입사한 막내 기자인 천관율, 박근영, 변진경 기자, 판매팀의 정은지 씨, 그리고 독자를 대신하여 제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름은 시사IN 블로그팀이라고 하며, 블로그팀이 만들어진 이유는 '독자와 소통하는 시사IN'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예전부터 독자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윤현 기자, 고재열 기자가 애를 써 주었으나 두 번의 큰 선거와 그간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여의치 않다가 이번에 다시 의기투합을 하게 됐습니다.
많은 격려를 바랍니다.
시사IN 독자편지는 블로그팀의 일원인 독자의 눈으로 본 모습을 소개하며, 같은 독자분들의 참여를 권유하기 위해서 매주 월요일마다 편지를 써보내려 노력하겠습니다. 이 편지는 제가 글을 담고, 시사IN 관리자가 일괄적으로 전송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혹시 이 편지를 받지 않으시려는 독자분께서는 답글을 남겨주시면 바로 조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달 동안 적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기자들이 일괄적으로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블로그질에 여간 소질이 없다는 문정우 편집장도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하지만 손에 익숙지 않아서 아직 글을 못 올리는 것 같습니다. 문정우 편집장을 포함해서 독자분들이 즐겨 읽는 기자들의 블로그에 참아가서 인사를 건네주는 것은 어떨까요?
시사IN 공식블로그에 가면 기자들의 블로그 목록이 있습니다.
기자가 마감에 쫓기는 것은 매주 빚을 물어야 하는 것처럼 고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그에 익숙한 젊은 기자라면 더 수월하겠지만, 평생 마감에 쫓겨 살아온 중년의 기자에게 블로그질은 참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격려 바랍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이지만, 현재 시사IN에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선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밤새 고민하고 갈고 닦으면서 독자에게 보일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곧 알게 되실 겁니다^^
 


  • 1. 현재
    시사IN 홈페이지는 시사IN 지면기사 중심으로 업데이트되지만, 조만간 기사가 반으로 줄고, 그 자리에 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채워질 것입니다. 그러자면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기자들의 블로그를 찾아 댓글도 달고, 방명록도 쓰면서 힘을 주셨으면 합니다.

    2. '독자와 소통하는 시사IN'과 함께 하는 독자 블로거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굳이 티스토리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만, 오픈블로그 형태의 블로거라면 누구나 환영입니다. 티스토리에 가입해 기자들과 소통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이 메일의 답글이나
    글쓴이 블로그의 게시글에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티스토리는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을 할 수 있는 블로그입니다. 혹시 티스토리 초대장을 보유하고 계신 분들은 다른 독자분들을 위해 공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초대장을 공유할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이 편지의 답글이나
    글쓴이 블로그 게시글에 초대장의 주와 연락 가능한 흔적(메일주소나 기타등등)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4. 당분간은 블로그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전개하겠지만, 독자가 지면에 직접 참여해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소통하는 언론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시사IN의 소망입니다. 언론이 비빌 언덕은 독자뿐 없으며, 권위적인 자세가 아니라 서비스하는 자세로 독자의 사소한 목소리 하나라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시사IN이 살 길이라는 문제의식을 기자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사저널의 편집권 투쟁과 전면파업, 시사IN의 창간에 이어 '독자와 소통하는 시사IN'은 독자와 기자의 세 번째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사IN의 세 번째 만남에 동참하시지 않으시겠어요?

    ★ 시사IN 공식 블로그 :
    http://blog.sisain.co.kr/
    ★ 글쓴이의 편지 목록 보기 :
    http://jagong.sisain.co.kr/category/시사IN%20독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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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2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7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7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8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르샤빠 2008-05-2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뭔 비밀이 많은지 그부분은 명박이랑 똑같지 않나
     

    순이삼촌 현기영 작가의 중앙정보부 고문사건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 씨에 대해 검찰이 국보법으로 기소한 태백산맥 필화사건

    문학에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나 봅니다.
    고발하고, 증언하고, 취재하고, 알리는 일은 이제 보도기자나
    애꿎은 내부고발자에게 맡겨졌나 봅니다.

    삼성문제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기자회견문이 유언이 될 수도 있음을 고백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자식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였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 첨단환경연구실에서 근무하는 김이태 연구원(46)은 정부에서 포장한 한반도 물 길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은 사실 대운하계획이라고 고발했습니다. 그 계획의 입안을 주도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일을 진행하며 이른바 “보안각서”를 강요받았는데, 점점 영혼이 없는 사람으로 변모해 가는 학자적 양심을 찾기 위해 불이익과 법적조치, 국가연구개발사업 자격박탈 등을 감수하고 이런 사실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전율이 납니다.

    "한참 입시준비중인 고3의 딸고 고1의 아들만 아빠를 믿어주면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회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일 수도 있습니다. 내부고발자가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사회는 실낱 같은 희망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내부고발을 했다는 사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국가나 대기업과 같은 파워집단의 거악을 제재할 수단이 우리 사회에서는 전무하기 때문에, 약한 개개인이 자신의 생명과 모든 것들을 희생해서 이렇게 십자가를 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 내부고발을 강요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기념할 만한 기사에 다녀가서 댓글을 남기거나 하는 행위를 '성지순례'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명박 탄핵 청원이 대표적인 성지순례였죠. 김이태 박사의 내부고발 게시글 역시 성지순례로서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다녀갔고 1만1천 건이 넘는 추천을 기록했군요. 늦기 전에 다녀가시죠~

    주소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668165&pageIndex=1&searchKey=subjectNcontent&searchValue=김이태&sortKey=depth&limitDate=0&agree=F



    한반도 물 길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대운하사업임을 고발한 김이태 박사


    네티즌 청원 - 대운하 양심선언 김이태 박사를 지킵시다
    주소 :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46777&


    <관련기사>
    "한반도 물길잇기가 왜 특급비밀인가
     머리 쥐어짜도 반대논리 뒤집을 대안 없다"(오마이뉴스)
    주소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07794&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NEW_GB=


    정부 연구원 양심 고백…"'4대강 정비 계획'은 한반도 대운하" (프레시안)
    주소 :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5232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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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phistopheles 2008-05-2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생각해도 물류 관광이 목적이 아닌 것 같아요.
    운하를 빌미로 그 지역 땅값 상승으로 차기 이익을 노리는 것으로 밖에는
    안보인다죠. 암튼 저 분 앞으로 엄난한 가시밭길을 자청하셨네요..
    보통 각오가 아니면 택할 길이 아닐텐데...그만큼 운하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승주나무 2008-05-27 13:56   좋아요 0 | URL
    정말 땅값상승 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적인 목적으로 강산을 쪼개려고 하다니~
    저항이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죠

    순오기 2008-05-2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성지순례 다녀왔어요.^^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 용기있게 처신하는 분들을 응원하는 일도 우리의 몫이겠죠!

    승주나무 2008-05-27 13:56   좋아요 0 | URL
    다녀오셨군요.
    덕분에 수십만 명이 조회를 하고 수만명이 이름을 올렸더라구요.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고 공익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일견 다행스러우면서도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전 여의도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경험은 나에게 무척 소중한 일이었다.
    촛불을 들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고,
    시민기자라는 이름으로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학부모 등 여러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날 새벽에 취재내용을 정리하고 송고한 기사가 오전 내내 메인에 올라가
    그것으로 상금도 받아서 좋았다.

    또 좋았던 것은 거기서 시사IN의 안희태 사진기자를 만난 점
    항상 사무실에서 만나다가 현장에서 만나니까 새롭고 반가웠다.
    안희태 기자를 따라 용달차에 올라가서 군중들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
    그 아슬아슬함에 흥분돼 있었다.
    조금 위로 올라왔을 뿐인데,
    사람들이 다르게 보이고, 그림이 다르게 보였다.
    사진기자들의 동선에 발을 담아 보았다는 것도 소중한 체험이다.

    얼마 전 안희태 기자가 내게 사진을 보내 왔다.
    내가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모습을 찍었다고 한다.
    이런 깜찍할 데가~
    사진기자에게 포착됐다니 우쭐한 기분도 들고 좋다.

    안희태 기자님, 사진 잘 받았습니다.
    안희태 기자의 블로그 => http://studio404.sisain.co.kr/



    <여의도 광장에서 시민들과 인터뷰하는 장면>



    <절대로 설정사진 아님~ 이런 순간은 어떻게 포착할 수 있을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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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lla.K 2008-05-2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네. 난 사진 찍히는 것 별로 안 좋아해서 저런 자연스런 포즈가 안 나와.
    좀 있으면 MT를 가서 사진 찍힘을 당할 것 같은데 걱정이다. 난 왜 이리 사진이 안 받는지...
    누군가에게 포착당한다는 거 그거 묘한 끌림이야. ㅋㅋ

    승주나무 2008-05-24 11:31   좋아요 0 | URL
    시나리오팀 엠티인가요. 잘 안 움직이는 스텔라 누나가 엠티를 갈 정도면 그건 엄청난 압박을 주는 배후가 있다는 얘긴데.. 궁금하네요 ㅋ

    stella.K 2008-05-24 11:5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봤더니 내가 너한테 포착 당하고 있었구나!
    잘 안 움직이긴 뭐가? 내가 갈 자리 안 갈 자리 심하게 따져서 그렇지
    가야한다면 기동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뭐.>.<;;
    다른 이유는 없고 사람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어서나 할까?
    사람들 수업 끝나면 뒤풀이 가는데 난 모범생처럼 집에 오거든.
    그러니 사람들을 알 기회가 없다는 거지. 그래서...ㅋㅋ

    마늘빵 2008-05-23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정샷!이 틀림없어. 중얼중얼.

    승주나무 2008-05-24 11:31   좋아요 0 | URL
    뱃살이 안 나와서 참 다행이야 ㅋ

    순오기 2008-05-2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멋져요!!
    절대 설정샷 아니라고 굳게 믿는 1인.^^

    승주나무 2008-05-24 11:32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제가 설정하면 100% 다 들키더라구요. ^^

    세실 2008-05-24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승주나무님의 진심을 믿을래요. 굳게 믿는 2인 입니다^*^ ㅎ
    어 그러고보니 가수 누구더라...음 잘생기고 노래 잘하던 가수 있었는데...우리들 사랑이 담긴 조그만 집에 옹기종기 모여~~ 아 조하문 닮았어요.

    승주나무 2008-05-24 11:34   좋아요 0 | URL
    역시 세실 님~~
    아~ 그 가수가 조하문이었군요.
    이 밤을 이 밤을 다시 한번~~ 이 노랫 맞나요?
    사진으로 보니 잘 생겼구뇽(제 사진 말고 조하문) ㅎㅎ
     
    세 번째로 찾아온 죽음

    죽음에 관해 친근한 감정을 느끼는 때가 있다.
    이때는 자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매우 묘하다.
    이것은 격정의 풍랑을 견디는 제주인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데,
    그들은 죽음을 초월한다기보다는 죽음을 일상화시키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며칠 전부터의 경험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불의의 사고로 사촌형은 영안실에 고이 누워 있었다.
    흑빛 얼굴을 하고 사촌형의 영정에 절을 하는데,
    사촌형의 형님이 맞절하고 나서 한마디 한다.
    "봐라~ 웃고 있지 않니?"
    묘한 감정과 함께 나는 제주인의 정체성을 되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주는 오래 전부터 샤머니즘이 일상화된 곳으로
    오랜 박해와 학살 때문인지는 몰라도, 죽음에 대해 어느 곳보다도 초연한 동네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촌형님은 매우 행복한 사람인데,
    직장동료들과 형제들이 근 보름간 자리를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망인과 함께 보름을 지낸 사람들은 거의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웃다가 울다가 망인의 흉을 보기도 하고,
    노름판에서 돈을 잃은 녀석들은 괜히 망인 탓을 한다.
    그보다 좀 양심적인 녀석들은 망인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지 용서를 구한다.
    망인과 생인이 뒤섞인 공간,
    그것이 장례식장의 풍경이다.
    망인은 말만 할 수 업을 뿐 생인과 함께 놀고 먹고 울고 대화한다.

    형님의 회사 동료인 듯한 사나이가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한다.
    사촌형님들과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마워한다.
    망인에게 남아 있는 감정과 슬픔을 쏟아 주는 것은 망인에 대한 찬사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좀 이성적으로, 즉 서울 사람의 관점에서 말을 붙이자면,
    망인은 직장 동료들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이런 식의 사고가 없었지만,
    이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
    그 위험이 망인에게서 직장 동료들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사실을 나는 강조했다.
    나는 윷놀이를 해서 1만원을 땄는데, 화투를 쳐서 1만원을 잃었다.
    망인에게 나는 무미건조한 사람이었나 보다.

    장지로 이동해서 하관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매우 다채로운 표정을 보여준다.
    망인을 떠나보내는 것이 슬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슬프게만 볼 수 없다.
    웃고 떠들고 그러다가 울고
    인간의 희노애락이 다 지나가는 날이 바로 장례의 시간이다.
    공교롭게도 망인은 우리 아버지 무덤 앞에 뉘었다.
    어머니는 아버지 무덤에 대고 또 야단을 친다.
    "뭐 얻어먹을 거 있다고 벌써 여기 누워 있느냐?"
    나는 마음 속으로 끄덕였다.
    가끔 어머니를 보면서 놀랄 때가 많은데,
    제주의 샤머니즘을 일상화하고 체화한 보통 제주인에서 내가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 손을 할머니 손에 두며
    "가실 때 우리 승주 병도 다 들고 갑서~~"
    나는 할머니 손을 잡으면서 묵묵히 듣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더러 마루에 누우라고 하고,
    그 위로 아버지의 관이 지나갔다.
    내 병이며 불행을 다 쓸어가야 한다나~
    나는 착하게 누워 있었고,
    아버지는 내 위로 지나갔다.

    지금도 사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죽음이 날짜를 정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리는 짓이 참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거를 한마디로 해석하면
    "삶과 죽음이라는 두 단어로 초기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기분은 망인과 함께 있을 때라야 실감이 날 것 같다.
    1년 전만 해도 '죽음'이란 나에게 전설에 불과했지만,
    세 번에 죽음을 만나며 죽음은 바로 내 옆에 있다.
    세 번의 죽음 안에 내가 들어가서 이상할 게 또 무어랴~

    죽음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손님이기에,
    나는 죽음과 맞절하며 생의 에너지를 뽐낼 뿐이다.


    - 이 글을 쓰는 구차한 병명
    나의 상황이 그다지 어둡지는 않으며, 좀 야릇할 뿐이라는 것을 환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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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오기 2008-05-2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도 생의 한 통과의례일진대 밝게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어떻게 가시든 남겨진 자들에게 죽음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잖아요.

    승주나무 2008-05-22 10:51   좋아요 0 | URL
    남은 자의 숙명은 참 무거운 것 같습니다.

    무적전설 2008-05-2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일님 중문동에 한번 놀러옵서

    승주나무 2008-05-22 10:51   좋아요 0 | URL
    경 헙주~~!

    바람돌이 2008-05-21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례식을 치렀군요. 그저 가신분의 명복을 빌 따름입니다.

    승주나무 2008-05-22 10:51   좋아요 0 | URL
    네~ 명복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슬픈 이야기.

    아내의 절친한 친구가 영문도 모르게 자살하고,
    아버지는 기약도 없이 돌아가시고,
    얼마 전 내게 무척 잘해주던 사촌형님이 피살됐다.

    근 1년 사이에만 벌써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죽음이 세 번째다.
    더 안타까운 사연은
    두 딸과 형수를 남기고 떠났다는 사실과
    그보다 더 말못할 안타까운 사연 때문이다.

    형님의 죽음은 극단적이며 우발적인 면이 적지 않지만,
    살펴보면 매우 구조적인 데서 기인한다.
    카지노 판촉팀에 근무한 형님의 업무 환경을 안다면,
    유수의 관광호텔에 떡 하니 들어가 가족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던 기억이 몹시도 초라해진다.
    자체적으로 수입이 안 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영업을 뛰어야 한다.
    일본의 도의원 아들이며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그는
    사촌형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3차에 이어 4차에 가자는 무리한 요구를 받아줄 수 없어서 호텔로 안내하려 했던 형의 태도에
    수가 틀렸는지 딴지 걸 곳을 찾았겠지.
    그런데 옷이 몸에 닿았는지 어쨌든 말도 안 되는 핑계로 화를 버럭버럭 냈다고 한다.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사과를 하는 형님은 그야말로 단말마의 비명을 저질렀다.
    그가 건달처럼 구둣발로 형님의 머리를 위에서부터 찍어누르는 통에
    형님은 두개골이 아스팔트에 심하게 부딪히며 뇌진탕을 일으켰고
    일 주일간 생사를 왔다갔다 하다가 끝내 명을 달리했다.

    화가 나고 안타까운 것 세 가지
    1. 경찰은 이 사건은 '과실치사'로 몰고가기 위해 목격자들에게 유도심문을 하거나 현장검증을 게을리하는 등 직무유기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일을 크게 만들기를 꺼려한다.
    2. 일본인은 세를 믿고 있는지 몇 억 정도의 목숨값을 내놓고 얼른 이 일을 처리하고 싶어하며, 처리되는 대로 본국으로 떠나고 싶어한다.
    3. 유족은 살인범의 처벌을 원치 않으며 적절하게 합의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시민기자로서 지금이야말로 사건을 낱낱이 취재해서 고발을 해야 하건만,
    나는 비겁하게 이 일을 다루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그냥 여기서 비겁하게 끄적일 뿐이다.
    이 사건이 얼마나 중대한지 그들이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가르치고 싶지도 않다.
    유족의 뜻이 그러한대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돈으로 살인을 사는" 광경을 목격하니 토할 것 같다.
    이 더러운 것들을 다 게워내야겠다.

    거지같은 자식들~
    형님..잘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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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죽음의 풍경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08-05-20 17:44 
      죽음에 관해 친근한 감정을 느끼는 때가 있다. 이때는 자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매우 묘하다. 이것은 격정의 풍랑을 견디는 제주인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데, 그들은 죽음을 초월한다기보다는 죽음을 일상화시키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며칠 전부터의 경험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불의의 사고로 사촌형은 영안실에 고이 누워 있었다. 흑빛 얼굴을 하고 사촌형의 영정에 절을 하는데, 사촌형의 형님이 맞절하고 나서 한
     
     
    마노아 2008-05-20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에서, 또 빈번히 발생했군요. 게다가 목숨에 값이 매겨져 덮어지는 현장을 보아야 하다니 가혹하고 기막힙니다. 약 20여 년 전 이모는 연쇄 살인범에게 피살되셨어요. 놈은 사형당했지만 반성의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어요. 오늘 낮에 문득 이모 생각이 났었는데 여기서 이 글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승주나무님을 비롯해서 유족들이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목숨이 가벼워지는 것은 결국 사람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08-05-2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다는 말로는 제대로 그 맘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고...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게 그렇게 어려운건지.... 기운내시라는 말로만으로는 안타깝기만 합니다. 형님의 명복을 빕니다.

    순오기 2008-05-20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 신새벽에 이런 기사 읽었으니 어쩌누~~~ ㅠㅠ
    산자는 산자대로 가야할 길이 있으니... 그 유족들이 저럴 수밖에 없는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 따지고 들어봤자~~~ 게란으로 바위치기일테니까, 애들 장래를 담보잡힐 수 없는 엄마 마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ㅠㅠ

    마늘빵 2008-05-2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개XX들이 너무 많군요. 아 화난다. 2000년쯤 제 후배가 군대에서 '자살'이란 이름하에 의문사 '당한' 일이 생각나는군요. 그때도 군부대가 그따위 짓을 저질렀죠. 에혀. 욕이 아까운 새끼들 같으니.

    하늘바람 2008-05-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
    뭐라 드릴 말이 없네요 마치 전국 뉴스를 들은 기분이에요.
    참~

    2008-05-20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0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비돌이 2008-05-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 사람은 살아야지, 라고 하는 이 무지막지한 이데올로기 앞에서 일개인이 저항한다는건 힘든 일이죠. 막말로 죽은 사람만 개죽음 당한거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승주나무님도 기운차리시기 바랍니다.

    시비돌이 2008-05-20 11:34   좋아요 0 | URL
    근데요. 과실치사라도 형은 사는 거 아닌가요? 합의 여부가 형의 감량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두요.

    승주나무 2008-05-20 11:45   좋아요 0 | URL
    유족 측이 탄원서를 제출하면 집행유예가 확정될 수 있다고 하네요~
    그 점이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제 친형이었다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

    승주나무 2008-05-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마노아 님에게도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마노아 님의 말씀을 들으니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목숨값보다 더 소중한게 뭔지..
    바람돌이 님//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단한 삶을 내려놓았을 형님보다 제가 나을 게 있는지 회의가 듭니다.
    순오기 님//신새벽에 슬픈 소식을 전해드려서 저도 안타깝습니다. 좋은 소식, 즐거운 소식을 많이 전해드려야 하는데, 세상이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않네요.ㅠㅠ
    아프 님//글로벌한 개XX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소시민들이 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늘바람 님//제주 뉴스에서 잠깐 다뤘답니다. 요즘 일본 교과서 어쩌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이 참 밉다는 마음이 자꾸 드네요.
    시비돌이 님//그래도 저항하지 못한 자의 비굴함은 남아서 오래도록 저를 괴롭힐 것 같습니다. 시비돌이 님의 위로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stella.K 2008-05-2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가 이래저래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구나.
    그래도 밝은 모습 잃지 않는 너를 보면 참 기특하단 생각을 해.
    너의 마음 이해할 같다. 힘내라.

    승주나무 2008-05-20 16:13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누나~
    이렇게 슬픈 일을 전염시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속셈이 아닐까 해요. 혼자 견디기 어려워서 이렇게 말을 하면 나는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순전한 이기심이죠~ 제 사연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불편하게 해드려 미안하구요^^;

    이리스 2008-05-21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어찌 이런 일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저따위 짓을 한 놈은 저따위 짓의 곱배기 일을 사는 동안 당하리라 생각합니다.

    승주나무 2008-05-22 10:52   좋아요 0 | URL
    그 놈이야 어떤 식으로는 대가를 치르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을 거란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워낙 그런 놈들이 많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