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의 귀여운 후드 티셔트, 분홍색 피그렛 슬리퍼.

귀여운 동물이 그려진 무릎 담요.

새로 산 바닐라 비의 검정 코트.

해물 야채 군만두.

부어오른 잇몸.

 

2006년 11월을 보내며.

조금씩 자라나고 또 조금씩 무너지면서,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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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11-2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가을과 이별을 준비하시는군요. 보낼 것은 빨리 보내는 것이 좋긴좋죠 ^*^

이리스 2006-11-22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 가을은 예전에 가버린것 같은데요. ^^
 

이십대로 보인다(주로 후반 잘봐주면 중후반)는 말에 기뻐하는 삼십대 초반.

얼굴에 크게 걱정할 만한 주름이나 잡티가 별로 없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던 나로서는 얼마전 우연히 거울을 보다가 발견한 엄청난 목주름을 발견한 이후 큰 충격을 받았다.

목주름! 아, 이것은 결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얼굴과 손에 비해 조금은 시선이 덜 가는 곳이라서 그런가?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 아침에 목에 주름이 생긴건 아닐텐데 나는 왜 이제서야 내 목의주름을 인식하게 된걸까?

목주름이 한 번 눈에 들어오니 주변 사람들을 봐도, 심지어 홈 쇼핑의 쇼호스트를 봐도 그들의 목주름부터 보곤 한다. (미쳐가는건가?)

지나치게 또렷하고도 선명한, 나일론 끈으로 세게 잡아당겨 그 흔적이 남은 것 마냥 시원하게 뻗은 목주름을 보며 입을 벌리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가 그만 정수리에 난 흰머리까지 발견했다. 마감을 할 무렵이면 꼭 두세개 그 부분에 보인다. 또, 뽑아버렸다. 하나는 너무 짧아서 뽑지 못했고.

늙는다는 것을 이렇게 명확하게 가시적으로 보는 기분은 생각보다 별로 좋지 않다. 육체의 노화 과정과 쇠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인데 진시황이 되어 불로초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는 둥 삼십대에 접어드니 편안해 졌다는 둥 하는게 거짓은 아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서적인 부분의 이야기였다. 육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호들갑 떨지 마라, 과민 반응이다. 정신차려라! -_-;; 이렇게들 말하지만 나름의 객관성을 적용해서 보자면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서른이 넘은 친구들을 보면 흰머리가 하나둘 나기도 하는것은 놀랄 일이 아닌듯 하고 피부 상태가 절망적이라 거울 보면 울화가 치민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저 목을 어쩌란 말인가. 내내 목폴라만 입어?

굵고 선명한 주름도 주름이지만 내 목의 주름을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못봤던지 그게 더 속상하다. 자고 일어났더니 다섯살 쯤 확 늙어버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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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

저도 얼마전 거울에 목주름을 보고 왜 내 목이 갑자기
닭모가지가 된거야! 라면서 개탄을 금치 못했다죠 ㅜㅜ

blowup 2006-11-1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스무 살 적부터 희미하고 가느다란 목주름을 여러 개 갖고 있었어요.
어쩌면 십대 때부터인지도 모르겠어요.
목이 길고 가늘어서라고 흰소리를 하고 다녔지만.-.-
제 경우엔, 완전히 습관형 주름이에요.
고개를 푹 숙이고 책을 보죠. 걸을 때도 땅만 보고 다니죠.
잠잘 때도 얼굴을 어찌나 요상하게 돌리고 자는지.--;;
목주름 하나 정도야, 어지간한 여배우들도 다 있는 거라구요.
(위로를 위해, 제 신체의 치명적 결함도 공개한 거예요.^^)


그린브라운 2006-11-1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굵게 세 개 있어요 ^^;; 목주름 생기는 자세로 몇 시간씩 책보는 습관때문인듯한데 그냥 포기했어요 그보다는 흰머리가 여러 가닥 이마끝자락에 돋아났을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요

날개 2006-11-1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도 다 있는 거예요. 본인도 이제서야 발견한거면 남들눈엔 아예 안보일거니까 걱정마시라구요...ㅎㅎㅎ - 낼 모레면 40되는 아줌마가....-

기인 2006-11-1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거울보고 와야겠습니다 ^^; ㅎ

Mephistopheles 2006-11-16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신 원숙해지신 겁니다..
라고 말하면 위로가 될까요?

이리스 2006-11-1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 으헙.. 닭모가지라뇨.. ㅠ.ㅜ 정말 걱정입니다.
나무님 / 아, 습관 때문에도 생기는 것 같아요. 흑, 저를 위해 치명적 결함도 공개해주시구.. 감사합니다. &&

다락방님 / 굵은 세개.. 으으.. 저랑 동지십니다. ^^
기인님 / 거울 보고 오셨습니까~~ ㅋㅋ
메피스토님 / 엉엉.. ㅠ.ㅜ

icaru 2006-11-1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주름이 =.=
근데요... 언제부턴가 그렇게 생각해버렸어요..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목주름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피부체질이 있다! 라고...
근거 없는 야그가 아니고요.. 간난쟁이 우리 아가가 다른 아가들이 목이 한번 겹치는데 반해 두번세번 겹치거든요. 저 닮아서 그런듯.. ㅎㅎ

이리스 2006-11-20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오랜만이어요. ^^;
그런가요? 타고나는 것도 아무래도 무시할 수 없는 듯 해요. -.-
 

제법 바람이 불었지만 그리 춥지는 않았던 오늘 오후, 나는 약속이 있어 압구정으로 향했다. 약속 시간은 두시였고 장소는 압구정 미성 아파트 근처였다. (강남은 언제나 심리적으로 멀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주말에 강남에 가는 일은 너무 싫다!) 하지만 약속을 한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사무실로 찾아가 보니 사무실 문이 열려진채 아무도 없었다. 황당하기 그지없음.. 나와 함께 동행했던 사람과 사무실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 잔 손에 쥐도록 연락두절. 사무실에 메모를 남기고 돌아왔다.

다시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이제는 디자인 팀장이 얼굴을 안내밀었다. 전화했더니 역시 받지 않는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다시 한 번 디자인 팀장과 전화연결 시도. 겨우 통화가 되었다. 사무실로 이동 조차 하지 않은 상태. 아직, 집.. 이란다.

나에게 외고를 전달할 필자 셋은 짜기라도 한 듯 어제 주기로 한 캡션들을 단 하나도 주지 않았다. 그 셋에게 모두 전화를 돌리고 독촉을 하고 나자 기분은 더욱 좋지 않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또 사정이 생겨 오늘 저녁 약속도 취소되어버렸다.

약속이 100% 지켜질 수는 없겠지만 연달아서 이렇게 약속이 도미노처럼 무너지자 기분 참 씁쓸했다. 되는대로 말을 내뱉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이 없을 텐데, 어쩌다 실수야 이해하면 그만이고 사정이 있는 일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가끔 보면 아주 대놓고 약속을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본다.

만나기로 했으면 만나야 할 것이고, 전화를 하기로 했으면 전화를 하면 된다. 사정이 생겨서 약속을 못지킬 것 같으면 못 지킬것 같다고 말하면 된다. 최악은 그 말조차도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해서야 겨우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미안하다, 라고 말하지도 않는 인간도 있다.

전화를 못받았으면 문자라도 나중에 확인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라도 응답을 해줄 수 있는게 아닐까? 전화는 고사하고 문자라도 말이다.

화를 내면 뭐하나, 화를 낸다고 나한테 이득 될것도 없는데. 어이없는 사람들 때문에 날아간 시간들과 내 정신적 스트레스를 달래려고 난 겨울용 스타킹을 샀다. (마지막 문장이 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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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11-12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하셨어요,,,스타킹은 님의 손에 남아있잖아요.항상 약속도 지키고

기인 2006-11-12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지막 문장 :) 오. 중고딩, 대딩때 그럼사람들, 회사원되서도 그러나보네요 ^^;;

프레이야 2006-11-1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스타킹으로 마음이 벌써 훈훈해져오죠? 님, 몸도 마음도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이리스 2006-11-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 그.. 그런가요? ^^;
기인님 / 흡.. 마지막 문장.. -.- 그러게요,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가봐요.
배혜경님 / 스타킹을 사놨더니 마음이 든든해요. 호호 ^.^

kleinsusun 2006-11-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짱 났겠다....그것도 토욜에!
스타킹 예쁜 거 샀어? 나도 사야 되는데...ㅋㅋ

2006-11-13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11-1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언니 / 짱났지. 별다방 바닐라 라떼를 마시며 맘 풀고 스타킹 한 묶음에 맘 풀고.. 그렇지 ^^
 

가을은 남자의 계절, 아니면 추억의 계절인가? 어제 나는 두 가지 사건을 겪었다.

하나, 지나간 인연이 집착으로 변해 끔찍하게 나를 괴롭혔다. 연락에 응하지 않자 혼자서 끈길기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는데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일하는 내내 방해가 될 지경으로 (열통 가까이) 전화를 해댔다.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로 공세.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고 나서 너무도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쉬고 있는데 두번째 사건이.

둘, 아주 오래된 기억 속의 사람과 이야기하다.

그래, 그때가 언제였지? 생각하다가 지난 페이퍼를 뒤져서 찾아보닌 딱 일년 정도 전이다. 2005년 10월 28일에  이런 페이퍼를 올렸더랬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60642 정말 어이없이 마주친 지나간 사랑.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그 일 이후에 뭐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제 메신저로 연락을 하게 되었으니.. 정말 오랜만에 이야기하는 것임에도 불구, 오래된 연인들이 다 그렇듯이 엊그제 보고 헤어진 친구마냥 술술 이야기는 잘도 풀려갔다.

하필 같은 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지만 첫번째 일이 나를 미치게 괴롭혔던 반면 두번째 일은 편안하고 포근한 추억 속으로 의 여행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3때 연애질을 한거였냐?' 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터져 나오는 웃음, 대체 이런 웃음이 얼마 만인가. ㅎㅎ맙소사 고3때라니 13년전이다. (흐억) 

기억이란 제멋대로 조합된다더니 몇개의 에피소드를 서로 이야기하는데 기억하는 내용이 꽤나 달라서 한참을 또 웃었다. 13년쯤 지나고 보니 뭐 그럴수도 있다 싶다. 그 이후의 재회는 9년 전이니 이것도 역시 십년이 되가다 보니 기억이 변형되었나보다.

며칠전쯤,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불현듯 생각이 났더라나. 그러니까 결론은!! 가을은 남자의 계절 혹은 추억의 계절이라는 거다. 난 가을이라고 해서 딱히 누가 생각나고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어제, 좋거나 싫거나 갑자기 두가지 일이 터져서 힘들었는지, 순전히 감기 기운 때문이었는지 약도 먹지 않았는데 거의 12시간을 혼절하듯 누워서 잠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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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1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11-0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님 / 그.. 그럴까요? 웅.. 뭐 힘들진 않지만 놀랬어요. ㅠ.ㅜ

sweetrain 2006-11-0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킹하는 내용의 문자나 전화가 20통 이상이 되면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게 입증이 돼서
처벌이 가능하대요.(제가 해본건 아니고 주위분이 하셨다는;;;)
물론 그 이하여도 수위가 아주 높으면 처벌이 되긴하지만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
 

한약을 다 먹고 나자 다시 불면이 계속되고 있다. 뻑뻑한 눈은 붉게 충혈되어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 그런 검은 새벽. 인생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있어서일까. 뿌옇고 답답한 인생이여. 그럴수록 불면에 익숙해져 간다.

어제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침대맡에 놓아둔 노트를 꺼내 한 페이지 가득 생각을 정리해 가면서 간신히 마음을 다독여도 잠은 오지 않았다. 침대에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고 앉아 멍하니 맞은편 화장대를 응시하고 있는데, 순간 포근한 기운이 느껴졌다.

얼마전에 장만한 화이트 극세사 패드가 '괜찮아, 잘 될거야.' 라고 말이라도 걸어오듯 날카롭게 곤두선 내 신경을 누그러뜨려 주는 것이 아닌가.  순간 화이트 침대와 화이트 협탁, 화이트와 월넛의 화장대가 모두 천사처럼 보이면서 주변이 온통 흰색으로 보였다. 그 기운에 밀려 스러지듯 잠이 들었다.

만성 불면증에 하도 오래 시달리다 보니 이제 정신머리도 어떻게 된건가 싶기도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나이가 들면 사는게 조금이라도 쉬워질 줄 알았는데 그건 정말 큰 착각이었다. 지식을 얻게 된다고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니듯, 삶의 기술을 배우게 된다고 해서 사는게 쉬워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경험치가 늘어난다고 해서 안전망이 더 확보되는 것도 아니었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주워섬기다가 뭘 모르던 때보다 더 괴로워져서 모든걸 다 내팽개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뭔가 잘못되었을 때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책으로 이어져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힐난으로 머리를 쥐어뜯는 대신에 스스로를 보호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힘을 기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힘이 되어준 것은 뜻밖에도 극세사 패드였다. 너무 포근하고 보드라워 침대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목청 껏 외치고 싶게 만드는 그것. 세일로 저가에 산 이 물건의 위력이 생각보다 참 대단하다. 그러나 물건도 그 물건의 효능을 알아보고 인정해주는 사람에게나 좋은 법. 아, 그러니 이 일은 또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 주변의 사소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것. 그리하면 그것이 이토록 놀라운 힘을 발휘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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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7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10-27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도 극세사 패드 사고 싶었는데........!
그냥 질러버릴까요?^^

하늘바람 2006-10-28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트 극세사 패드요? 오

이리스 2006-10-3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음, 제가 약.. 이란 놈과 특히나 거리거 멀어서 말이죠. -.- 겁이 많아요.
날개님 / 네, 생각보다 좋더라구요.
하늘바람님 / 음.. 왜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