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남자의 계절, 아니면 추억의 계절인가? 어제 나는 두 가지 사건을 겪었다.
하나, 지나간 인연이 집착으로 변해 끔찍하게 나를 괴롭혔다. 연락에 응하지 않자 혼자서 끈길기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는데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일하는 내내 방해가 될 지경으로 (열통 가까이) 전화를 해댔다.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로 공세.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고 나서 너무도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쉬고 있는데 두번째 사건이.
둘, 아주 오래된 기억 속의 사람과 이야기하다.
그래, 그때가 언제였지? 생각하다가 지난 페이퍼를 뒤져서 찾아보닌 딱 일년 정도 전이다. 2005년 10월 28일에 이런 페이퍼를 올렸더랬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60642 정말 어이없이 마주친 지나간 사랑.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그 일 이후에 뭐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제 메신저로 연락을 하게 되었으니.. 정말 오랜만에 이야기하는 것임에도 불구, 오래된 연인들이 다 그렇듯이 엊그제 보고 헤어진 친구마냥 술술 이야기는 잘도 풀려갔다.
하필 같은 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지만 첫번째 일이 나를 미치게 괴롭혔던 반면 두번째 일은 편안하고 포근한 추억 속으로 의 여행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3때 연애질을 한거였냐?' 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터져 나오는 웃음, 대체 이런 웃음이 얼마 만인가. ㅎㅎ맙소사 고3때라니 13년전이다. (흐억)
기억이란 제멋대로 조합된다더니 몇개의 에피소드를 서로 이야기하는데 기억하는 내용이 꽤나 달라서 한참을 또 웃었다. 13년쯤 지나고 보니 뭐 그럴수도 있다 싶다. 그 이후의 재회는 9년 전이니 이것도 역시 십년이 되가다 보니 기억이 변형되었나보다.
며칠전쯤,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불현듯 생각이 났더라나. 그러니까 결론은!! 가을은 남자의 계절 혹은 추억의 계절이라는 거다. 난 가을이라고 해서 딱히 누가 생각나고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어제, 좋거나 싫거나 갑자기 두가지 일이 터져서 힘들었는지, 순전히 감기 기운 때문이었는지 약도 먹지 않았는데 거의 12시간을 혼절하듯 누워서 잠만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