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컨대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맨틱 무비를 보겠다고 영화표를 산 관객들은
십중팔구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거나
자막이 다 올라가기 전에 앞자리 관객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불만 가득한 말을 내뱉게 될 것이다.
그 말 중에는 아마 이런 내용을 담겨 있을 것이다.
임신한 여자가 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
애를 낳아 키우는 것은 결혼한 여자면 지극히 당연하게 또 감사하게 해야 할 일 아냐?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고 영화 표를 산 자신 탓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절망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는 냈지만
그 절망을 희망으로 돌리는 방식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부의 가슴 아픈 결말이 담겨 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하려면 원하는 삶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원하는 삶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때 비극이 잉태된다.
잉태된 비극은 반복되는 일상의 날들이 더해질수록 무럭무럭 자라난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견고한 일상 아래서 자라난 비극은
어느 순간 너무 커져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삶을 통째로 집어 삼키거나 다시는 전과 같이 살 수 없도록 무너뜨린다.
나이가 들수록,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들이 혹독해진다.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 역시 그러하다. 영화 속 설정과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결국 비겁한 선택을 하고 말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배우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입가 주름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훌륭했다.
그럼에도 케이트 윈슬렛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까닭은 캐릭터 자체의 매력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