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 이 영화를 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아, 저 표정. 바나나를 물어뜯고 있어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내겐 매혹적이다. 남자 배우지만 매혹적이란 말을 가져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배우다.
딱히 나는 어떤 스타나 유명인에게 미쳐본 전례가 없다. 광팬이었던적도 없고. 그런 나에게 오랜 시간동안 특별한 존재로 남은이가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제레미 아이언스.
오늘 집에 오는 길동무로 선택한 이번주 씨네21에는 그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고 나는 두눈을 반짝이며 기사를 삼킬듯이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기사는 아직 웹에 올라오지 않아 퍼오기가 안되고..
나는 언제나 그의 표정에 압도 당하고 그의 마르고 큰 외모에 이끌린다. 아울러 그가 인터뷰 마다 던지는 인상적인 한 마디는 완전히 나를 그 앞에 엎드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말들이다.
"커리어라는 것은 내게 징역처럼 느껴진다. 바닥에서 시작해 사다리를 타고 기어오르고 겨우 은퇴했다 싶으면 잠시 뒤 죽는 것이다. 별로 내키는 일이 아니다."
"나는 리무진의 길이, 스크린에 비친 얼굴의 크기, 주변 사람들의 친절한 평가 등 온갖 사소한 요소로 인해 길을 잘못 들 수 있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것들은 내 일의 진정한 본성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내가 무대와 영화에서 진실과 접점을 잃는다면, 나의 진정한 자아와 진정한 감정을 잊는다면, 이 비쩍 마른 183cm의 몸뚱이가 갖는 중요함과 하찮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때 나는 길을 잃을 것이다. 나는 악기다. 가능하면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이길 바라지만, 그보다 못한 악기일 수도 있다. 내가 내는 음향이 순수하지 않고 내 자신의 중요성을 잘못 저울질 해 오도될 때, 나는 망할 것이다."
아울러 인터뷰 중에는 이런 글도 나를 쾌락으로 몰아넣었다.
'알 파치노가 연기하기 위해 사는 배우라면 제레미 아이언스는 살기 위해 연기하는 배우다. 그는 배우로서 성공을 즐기고 완벽주의자로서 갖는 만성적인 불만과 그에 따른 노력을 즐긴다.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그 과정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묘한 무심함, 자신의 일이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그것이 건강하다고 믿는다."
사실, 제레미 아이언스는 반골기질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가 맡아온 캐릭터를 보자면 이건 사실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대체로 그는 모든 역할에 대한 인터뷰에서 그것은 그저 감독의 생각일 뿐이라고 잘라 말하며 기자들을 실망시킨다. 그런 그는 27년째 안정된 결혼 생활과 사생활을 영위해 오고 있다. 다만 그가 반골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을 굳이 찾아내자면 이런 정도다. 얼마전 하바나 시가 축제를 방문해 "나이가 나이인 만큼 담배를 줄이려 한다. 대신 시가를 늘리려고 한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고.. ㅋㅋ 그답다.
나는 런던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갈일이 없을 것 같지만(출장을 간다면 몰라도 개인적으로 여행은) 적어도 제레미 아이언스를 보기 위해서라면 런던에 백번도 더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