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중학생이던 그 시절, 그 때 그 신해철.
오래 꽂고 있으면 귀가 아파서 발갛게 물들 정도로 형편없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매일 들었던 '신해철의 밤의 디스크 쇼'.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에 갔다가 사람들에게 밟혀 압사 당할뻔 했던 기억.(으어... >.<)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남자이자, 철학과로 진학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남자. 꽃분홍색과 연두색이 어우러진 넥스트 엘피판을 껴안고 부비부비 했던 십대 소녀 시절. -_-;;;
오늘 나는, 신해철.. 아니 이제는 마왕님으로 통하는 그의 이 재즈 신보를 들으며 추억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중학생이라는, 고등학생 보다도 더 못한데다가 혼돈이라고 말해봤자 다들 코웃음 치는 그 애매하고도 힘들었던 시기를 버티게 해준 나의 소중했던 친구인 음악과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신해철이 있었다. 나의 완소남!!
신해철의 목소리로 '러브'와 '문 리버'를 들으니 눈에 눈물이 핑~ 고일 것 같다. 아니 15곡의 수록곡 모두 너무나도 빛나서 그 어느 한 곡만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재즈 보컬로 완벽하게 변신을 했단 말인가. 까칠하고 날선 그가 이제 세월의 흐름에 둥글게 부드러워져 그의 시작에 어린 소녀였던 30대 여성들을 앞에 두고 천천히 그리고 여전히 섬세하게 치유해주는 기분이랄까.
이제는 아내와 딸이 있는 남자인 마왕님. 나는 벌써부터 당신의 또다른 앨범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
나 역시, Thank you and I lov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