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바람이 불었지만 그리 춥지는 않았던 오늘 오후, 나는 약속이 있어 압구정으로 향했다. 약속 시간은 두시였고 장소는 압구정 미성 아파트 근처였다. (강남은 언제나 심리적으로 멀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주말에 강남에 가는 일은 너무 싫다!) 하지만 약속을 한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사무실로 찾아가 보니 사무실 문이 열려진채 아무도 없었다. 황당하기 그지없음.. 나와 함께 동행했던 사람과 사무실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 잔 손에 쥐도록 연락두절. 사무실에 메모를 남기고 돌아왔다.
다시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이제는 디자인 팀장이 얼굴을 안내밀었다. 전화했더니 역시 받지 않는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다시 한 번 디자인 팀장과 전화연결 시도. 겨우 통화가 되었다. 사무실로 이동 조차 하지 않은 상태. 아직, 집.. 이란다.
나에게 외고를 전달할 필자 셋은 짜기라도 한 듯 어제 주기로 한 캡션들을 단 하나도 주지 않았다. 그 셋에게 모두 전화를 돌리고 독촉을 하고 나자 기분은 더욱 좋지 않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또 사정이 생겨 오늘 저녁 약속도 취소되어버렸다.
약속이 100% 지켜질 수는 없겠지만 연달아서 이렇게 약속이 도미노처럼 무너지자 기분 참 씁쓸했다. 되는대로 말을 내뱉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이 없을 텐데, 어쩌다 실수야 이해하면 그만이고 사정이 있는 일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가끔 보면 아주 대놓고 약속을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본다.
만나기로 했으면 만나야 할 것이고, 전화를 하기로 했으면 전화를 하면 된다. 사정이 생겨서 약속을 못지킬 것 같으면 못 지킬것 같다고 말하면 된다. 최악은 그 말조차도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해서야 겨우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미안하다, 라고 말하지도 않는 인간도 있다.
전화를 못받았으면 문자라도 나중에 확인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라도 응답을 해줄 수 있는게 아닐까? 전화는 고사하고 문자라도 말이다.
화를 내면 뭐하나, 화를 낸다고 나한테 이득 될것도 없는데. 어이없는 사람들 때문에 날아간 시간들과 내 정신적 스트레스를 달래려고 난 겨울용 스타킹을 샀다. (마지막 문장이 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