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한살 더 먹을때마다 확신이라는 이 단어 하나에 한없이 작아진다.
어릴때는 무수히 많은 확신을 품고 있었다.
난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나라면 이러지 않아(심지어 절대!)
이런 말들을 한 건 몰라서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니까.
확신이 하나 둘 처참하게 부서져 내리는 걸 인생을 통해 경험하고 난 뒤부터는 감히 절대라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졌다. 어이없는 황당한 상황을 겪고 나서도 그저 그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하며 미루어 짐작하고 덮어줄 아량도 아주 조금은 생겨났다. 그게 다 나 역시 그렇고 그런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또 딜레마에 빠져 있다.
꽤 오랫동안 끌어온, 이제는 정말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당당하게 결론을 내렸는데 그 확신이 흔들리고 있음을 감지했다. 순간 현기증이 났다. 또? 다시?
이건 온전히 나 자신과의 독대를 통해 답을 내야만 하는 일인데 좀처럼 그 망할,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이건 단지 부츠 컬러를 선택하는 수준의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어쩌면 좋을꼬.
상황이 이러니 속에선 차라리 무식한게 나을거 같다는 푸념도 들린다. 무식해서 용감했을 시절에 벌려놓은, 그 엄청난 확신에 찬 결정으로 인생이 만싱창이 비슷하게 망가졌었는데도 여전히 이러는 걸 보면 아직 멀긴 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째깍째깍.. 내가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날이 다가온다.
나는 여전히 혼돈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