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없고 '시'자 들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살지 않는 전업주부, 라면 과연 자기 시간이 많을까?

집에서 인형 눈깔 붙이는 일을 대여섯 시간 하는게 아니라면.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또...

아침저녁으로 러시아워에 낑겨서 운전을 하건, 대중 교통을 이용하건 힘들게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상사 눈치보고 치고 올라오는 젋은 세대 눈치보지 않아도 되고,(직장인)

일을 어떻게 운영해 갈까 스트레스로 침이 바작바작 마르지 않아도 되고(자영업 혹은 전문직)

그런걸까?

출장가는 남편의 트렁크를 꾸리는 일? 집안을 정리정돈 하고 보기좋게 꾸미는 일?

퍼지지 않기 위해서 운동하고 몸매 가꾸는 일? 자기만의 영역을 잃지 않으려고 꾸준히 뭔가 하는 것?(그게 취미건, 외국어 공부건, 집안일에 보탬이 되는 무엇아건, 봉사활동이건 간에..)

누군가의 삶에 대해 '팔자 좋아보인다'라고 말하는 건 질시와 동경이 섞인 것일텐데.

그럼 나는 저런 삶을 동경하는 건가?

3년전쯤만 해도 피식 코웃음치고 말아버렸을 일인데 어쩐지 지금은 잠시나마 생각하게 된다.

최소한, 그들이 팔자 좋아보인다.. 라고는 생각하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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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7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1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솨아.. 타다닥..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장마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 이번주말 비가 내리고 나면 아마 장마도 한풀 꺾이겠지. 틀어둔 라디오에서는 박효신의 서글픈 목소리가 나를 쿡쿡 찌르네. 머리에는 온갖 상념이 뒤엉켜서 멋대로 굴러다닌다. 솔직히 내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있다. 그리고 몸이 이미 그곳에 가있을 즈음을 상상하면서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기억이란 고통스러운 것이 되어버려서, 가능한 무엇도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기억하려 하는 행위를 기피했다. 사소한 기록마저도 접은건 그런 까닭이다.

십 원 단위로까지 쓴 돈을 체크하고 읽은책, 만난 사람들.. 소소한 일상을 적어갔던 나를, 잃었다. 하지만 후회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게 내 최선의 방어다.

누군가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의 대우, 그 대우조차도 못받는 현실에 짜증을 내기 보다는 다른 대안을 찾으려 애써 웃어보이는 건 그런 이유다.

후회대신에 반성을 하면 인생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가끔 반성하고, 대체로 끄덕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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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는 대체로 허겁지겁 짐을 꾸리느라 바삐 공항가는 리무진에 오르곤 한다. 그리고 공항에서 일행과 미팅을 갖고 수속을 마치고 탑승.

긴긴 시간 (대체로 유럽이나 호주나 미국이나 10시간은 넘지 -_-;) 비행으로 다리는 퉁퉁 붓고 안구는 뻑뻑해지고 목은 따끔거린다. 그 와중에 시차적응까지 안되어 주시니 컨디션은 좋을리가 없고, 밴이나 택시로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일정을 체크하고 저녁을 먹거나 맥주 한잔.

이러구러 일정대로 일을 마치고 나면 돌아오기 전날에는 긴장이 풀려 몸이 다시 나빠지기 시작한다. 다시 짐을 꾸려 호텔을 빠져 나와 공항을 향하면서는 아쉬움과 동시에 기사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온다. 또 긴 시간 비행기에서 몸을 구기고 있다가 인천공항이 내려다 보이면 눈을 부비며 나갈 채비를 한다.

공항에서 로밍폰을 반납하고 집에 가는 리무진을 기다리며 드는 생각은 딱 하나. 아, 내 침대. 짐 정리고 기사고 뭐고 다 잊고 쓰러져서 잠들고 싶다라는 것.

그런데 나 지금 새벽 두시반에 뭐하나! 짐 다시 풀어놨고 정리도 얼추 마무리. 청소까지. -_-;;;

자야 하는데 머리와 마음이 모두다 무거워서 주체가 안된다. 물만 마셨는데도 취한 기분이 든다.

아, 런던 이야기는 마감이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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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0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어요? 런던 이야기 기대해요.. 좀 쉬세요^^

플레져 2006-07-0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런던 다녀오셨구나~ 천천히 보여주세요~ ^^

moonnight 2006-07-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많으셨어요. 어여 마감이 끝나시길 바라며 런던이야기 기대 ^^

물만두 2006-07-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어요? 건강하시죠^^

2006-07-09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6-07-1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얼마나 피곤하실꼬...

치유 2006-07-10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잘 다녀오셨군요..
 

그러니까, 이 모든게 잘못되었다 라고 가정하고 생각을 시작하면 답은 안나온다.

잘못된건 아니지만 힘들어졌으므로.. 라고 해야 답이 나온다.

욕이 입밖으로 무수하게 튀어나오지만, 정작 내가 깨달은건 난 누군가를 돌보거나 책임질만한 입장이 못된다는 것 뿐이다. 새삼스러운 깨달음도 아니지만 오늘은 제법 쓰다.

쨌든, 내 휴가는 날아갈 전망이다. 온전히 다 날아가거나, 아니면 겨우 이틀 쉬거나. 그나마도 휴가 전 주말에는 일을 하면서 말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워커홀릭이 될 생각이 새발톱에 낀 먼지만큼도 없다.

그런데 나는 누가봐도 워커홀릭처럼 살고 있다.

그러니까, 이 모든게 잘못되었다..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답은 안나온다.

조폭이라면 손가락 하나 정도를 내어놓고 나가버리고, 완전히 다른 생을 살게 되겠지. 그러면 나는 이 바닥에서 나가기 위해서 무엇을 내어 놓아야 하나? 내 밥줄.. 을 내어 놓아야 하는 거다.

아니다, 어쩌면 그건 소심하고 유약한 내 자아의 조잡한 변명에 지나지 않을것이다.

밥줄이란게 놓고 나면 꼭 입에 풀칠도 못하란 법은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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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가? 하면 딱히 그런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새벽의 월드컵 경기를 잠 안자고 볼만한 광팬? 그것도 아니다. 물론, 지금 텔레비젼을 켜놨고, 멕시코가 이란을 3:1로 누르는 광경을 보고 있다. 이란이 지역적 구분에서 아시아에 속하기 때문에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 어쩌구 하여 이란이 이기기를 바래야 한다면, 그것도 지역감정인가? -_-;

며칠째 새벽 3~4시에 잠드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열심히 하는가, 하면 그런것은 아니다. 다만, 반드시 해야하는 몇 가지만을 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할일은 있다. 써야할 에세이 원고가 20매 가량 있다. 보강해야 할 단행본 목차가 있다. 지난달 내내 주말에 일하고 밤새고, 노동절에 못쉰 하루를 쉰다고 겨우 내일 하루 쉬지만, 실상 오늘도 사무실에 나가 일했고, 내일 중으로 편집장에게 보강된 목차를 송고해야 한다. 명목만 하루 쉬는 것 뿐이다.

그밖에도 새로 산 침구세트를 세탁해야 하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골라 정리해야 한다.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것. 오늘 한 이사 준비는 새로 침대를 주문한 것이다.

정작, 나는 불안하고 두려워서 새벽까지 별 신통치 않은 일을 한다는 핑계로 잠을 안자고 버틴다. 내심, 이렇게 안자고 버티고 또 버티면 결국 잠이 몰려와 쓰러지듯 자게 되고, 그러면 불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불청객처럼 찾아들곤 하는 지난날의,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짜증스럽게 날 괴롭힌다. 그것은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미미한 고통이라 딱히 비명을 지를 수도 없고 호통을 쳐 내어 쫓을 수도 없다. 제발 꺼져줄래? 라고 낮게 읖조리는게 전부다.

뿐만 아니라, 점점 다가오는 변화의 날과 변화할 생활들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적응력이 형편없어졌나 모르겠다. 억척스러운 내가 지겨워서 말랑해지고 싶었는데 지금 보니 난 너무 말랑해져버린 것 같다. 말랑하다 못해 흐느적거리고 자꾸 엉겨붙는다. 비겁하게.

새벽 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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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12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시까지기억이 나네요..그러고 또 네시반에 일어나서 또 이러고 있구요..ㅠㅠ
아이들 보내놓고 푹 자고 싶어요..졸려서..눈꺼풀이 내려 앉은 느낌..

2006-06-12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6-1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 엇, 어쩌다 님도 아니 주무시고오.. -_-;;;;
속삭님 / 어이쿠, 힘들겠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