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인가? 하면 딱히 그런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새벽의 월드컵 경기를 잠 안자고 볼만한 광팬? 그것도 아니다. 물론, 지금 텔레비젼을 켜놨고, 멕시코가 이란을 3:1로 누르는 광경을 보고 있다. 이란이 지역적 구분에서 아시아에 속하기 때문에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 어쩌구 하여 이란이 이기기를 바래야 한다면, 그것도 지역감정인가? -_-;
며칠째 새벽 3~4시에 잠드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열심히 하는가, 하면 그런것은 아니다. 다만, 반드시 해야하는 몇 가지만을 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할일은 있다. 써야할 에세이 원고가 20매 가량 있다. 보강해야 할 단행본 목차가 있다. 지난달 내내 주말에 일하고 밤새고, 노동절에 못쉰 하루를 쉰다고 겨우 내일 하루 쉬지만, 실상 오늘도 사무실에 나가 일했고, 내일 중으로 편집장에게 보강된 목차를 송고해야 한다. 명목만 하루 쉬는 것 뿐이다.
그밖에도 새로 산 침구세트를 세탁해야 하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골라 정리해야 한다.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것. 오늘 한 이사 준비는 새로 침대를 주문한 것이다.
정작, 나는 불안하고 두려워서 새벽까지 별 신통치 않은 일을 한다는 핑계로 잠을 안자고 버틴다. 내심, 이렇게 안자고 버티고 또 버티면 결국 잠이 몰려와 쓰러지듯 자게 되고, 그러면 불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불청객처럼 찾아들곤 하는 지난날의,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짜증스럽게 날 괴롭힌다. 그것은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미미한 고통이라 딱히 비명을 지를 수도 없고 호통을 쳐 내어 쫓을 수도 없다. 제발 꺼져줄래? 라고 낮게 읖조리는게 전부다.
뿐만 아니라, 점점 다가오는 변화의 날과 변화할 생활들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적응력이 형편없어졌나 모르겠다. 억척스러운 내가 지겨워서 말랑해지고 싶었는데 지금 보니 난 너무 말랑해져버린 것 같다. 말랑하다 못해 흐느적거리고 자꾸 엉겨붙는다. 비겁하게.
새벽 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