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깊고도 깊었던 우울은, 너무 깊어서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숙이고 끝을 보려해도 도무지 보이지 않던 천년은 된 듯한 땅굴 같았던 우울은 이제, 사라졌다. 대체 어디로, 왜, 사라졌는지 미처 생각해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그렇게 사라졌다.

몇번의 클릭질로 장바구니에 뭔가를 담고, 그게 배달되어 오면 뜯어보고 환하게 웃는게 인생에서 유일하게 의미있고 즐거운 일이었기도 했다. 단순히 말초적인 본능이 가져다 주는 쾌감만이 날 웃게하는 유일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뭐?

뜻하지 않게 평소에는 무서워하던 오토바이의 뒷좌석에 앉아 시원한 밤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짜릿한 스릴에 전율하던 어느 봄날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쓸데없는 고집과 배신감으로 유치한 복수 따위나 하던 슬픈 날들도 떠오르기도 하는데. 역시, 그래서 뭐? 라는 생각.

의미를 찾으려고 몸부림칠수록 모든게 다 무의미해지고, 다 그렇고 그래.. 라고 접어버리는 순간 반짝 하고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이 떠오른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데.

반짝하는 순간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눈이 부셔서 눈을 못뜨고 아마도 눈이 멀어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아주 이따금 반짝거리는 순간들은 그것으로 족한것이다. 지나간 반짝거림들이 떠올라 문득 고마워졌다.

비록,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반짝임이라 할지라도.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일이라서 살만한거다. 알 수 있다면 대체 무슨 의미.

# 문득, 내 지나간 반짝임의 현재를 보다가 생각나서 끄적임. 그나저나 동영상까지 직접 찍어 인터넷에 올리니 이것 참 좋긴 좋구나. 너의 춤과 미소는 여전히 가히, 살인적이다. 이 매력덩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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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0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품을 점원 손에서 건네받을 때, 쇼핑몰 물건이 배달되어 와서 포장을 뜯을 때. 나는 참 말초적이고 단말적인 것에 즐거워하는구나, 싶어요. 마지막 말은 웬지 생은 예측불허, 그래서 의미를 지닌다, 하고 읊던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이 생각납니다.

2006-09-05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9-0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아, 아르미안의 네 딸들.. 에 그러한 대사가 나오는군요. ^^
속삭님 / 가끔 오는 건 오히려 괜찮지 않나요? 건강한 자극이 될테니까요.
 

딱히 그렇게 생각해본적은 없으나, 나는 진심을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 아닌듯 하다.

다시 말해, 진심을 말로 전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_- 없다고 봐야지.

지금은 맥주 오백과 반 잔에 넘어지는 신세지만.. --; 예전에 술을 좀 마실 적에는 자주 취하곤 했다. 그래서 술 김에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여 뒤에 수습하느라 당혹스러웠던게 한두번이 아니었다만. 그런걸 제외하고는 제대로 진심어린 감정을 말.. 로서 전하는게 상당히 어색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헙,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술을 마시고서가 아니면 뭔가 진심 비슷한 것을 끄집어 내어 말을 잘 못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역효과가 나서 술을 마시고서는 진심은 커녕 전혀 반대 방향의 끔찍한 말들이 튀어나왔던 것 같은.. 흐읍..

진심, 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단어로, 말로.. 입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것이 백배쯤 가벼워 진다고 생각했던 걸까? 칭찬에 인색하거나 고마워할 줄을 몰라서 그런 탓도 조금은 있었을 거다. 어쩌면 이렇게 나는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말하는데 상대방이 가볍게 받아들이면 어쩌지? 하는 소심함도 있었을 거다.

여하튼 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내게 힘을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내 인생을 통틀어 타인에게 그런 말을 해본게 오늘이 처음이라는 것. 흐어어어억... -_-;;;그냥 가볍게.. 거마어 (이런 식인거다..) 라고 하는 것 이외에 이렇게 정식으로 말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게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는게 처음이라고도 솔직하게 말했다. >.<

스스로에게 이렇게 깜짝 놀랄 때가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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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3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9-0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 술마시고 나면 맘에도 없는 말을 과장해서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친구로서 좋아했던 사람에게, 결혼한다 했을 때 섭섭했다는 둥 -_-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저에게 헉;스럽게 놀랐지요. (그래요. 정신은 멀쩡한데 혀가 지멋대로 어흑. ㅜㅜ;) 흠. 낡은구두님의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저역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던 적이 언제였나 아득해집니다. 구두님의 마음, 그 분 역시 진심으로 느끼셨을 거에요. 아아, 문득 부러워져요. ^^

이리스 2006-09-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아, 어제 계속 시스템 에러나서 실행이 안되었소. 오늘 다시 시도!
문나잇님 / 어흣, 그러셨군요. 한때 저는 술만 취하면 독수리오형제가 어쩌구 해대던 적이.. -_-;; 그러니까 애는 무조건 다섯이야! 라고 ㅋㅋㅋ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기도 참 쉽지가 않더라구요. 문나잇님에게도 곧 그런 분이.. ^.^
 

여전히 문을 열어놓고 잠드는 늦여름, 어제도 그랬다.

어제밤 꿈에 나는 누군가를 만났다. 하도 애틋하고도 즐거이 시간을 보냈던 꿈인지라 깨자마자 무척 아쉬웠고 내내 그 느낌에 젖어서 몽롱했다. 일찍 잠든 탓인지 주변은 캄캄했고 찬 바람이 느껴졌다. 새벽 세시 무렵, 나는 문을 닫고 다시 잠을 청했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간밤의 꿈을 떠올리며 나는 그 누군가의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보았다. 새로 글이 올라와 있다는 표시가 뜨자 곧바로 클릭. 맙소사!

그 사람이 새로 글을 올린 시각은 오늘 아침 여섯시 경이지만 글의 내용상 그는 잠들었다가 새벽 세시 무렵에 깼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꿈에 누굴 보면 다음날 그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흔하다고는 하나 이건 또 무슨 조화?

꿈을 꾸었다며, 안부라도 물어볼까 했었는데 저 글을 보고는 깜짝 놀라 황급히 마음을 접었다.

우연이겠지만, 우연치고는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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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8-3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작두를 탈일이 생기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여? ㅋㅋㅋ

비로그인 2006-09-01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경우가 있어요. 저도 어제 기기묘묘한 일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나저나, 꿈에 저도 좀 만나주세요~

이리스 2006-09-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 ㅋㅋ 그런가요?
쥬드님 / 아흣, 저도 쥬드님 만나고파요 +.+
 

어떤 의미에선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시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 하지만 취향 같은 것은 변하기 쉽다. 취향이 변하면 사람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6년 가을을 앞둔 지금, 나에게 익숙한 것들 중에서 예전엔 상당히 낯설었을 그 무엇들을 생각해본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들. 취향.. 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법한 것들.

1. 다양한 화장품

- 화장을 한지 몇년 안되기도 했고, 이전에는 화장이라고 해봐야 여기저기서 얻어온 샘플이나 엄마가 쓰다가 괜찮다고 한 무엇..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되는대로 스킨이나 로션을 썼다. 심한 건성이라 여름을 제외하고는대부분 광대뼈 주변과 이마에 크림 정도만 찍어발랐다. 파우더나 대충 쿡쿡 몇번 찍어발랐고 수정 화장을 전혀 안했다.  지금? ㅋㅋ 화장품 가게 차려도 된다. 피부 관리에 대한 강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2. 가방과 구두

- 딱히 일부러 멋을 안낸것도 아니지만 그때는 그냥 남들도 다 그러고 사는 줄 알았다. 구두는 검은색과 갈색 딱 두 켤레였다. 굽도 통굽에 별로 높지 않은 것. 굽이 얇으면 아무래도 걷는게 힘드니까. 겨울에 부츠를 신어본것도 22살때가 처음이었고 그 이후로는 신지 않았다. 작년까지. 가방도 그냥 검정색 커다란 가방하나 혹은 어디서 만원 정도에 건진 색깔과 디자인이 전혀 기억에 안남을만한 무난한 가방 하나. 이렇게 두개 정도였던 것 같고 그냥 한개만 있었던 것도 같다. 지금? 가방은 25개 정도 된다. ㅎㅎㅎ 구두는 안 세어봐서 모르겠음.

3. 커피나 차

- 커피는 2003년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그 전에 마시지 않았던 이유는 카페인을 조금만 섭취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거렸기 때문. 비슷한 이유로 차도 별로 마시지 않았다. 지금은 드롱기 커피메이커를 구입했다고나 할까? ㅎㅎ 홍차도 가득하다~

4. 담배

- 꽤 오랫동안 피웠으나 2003년부터 끊었다. 지금도 전혀 안피운다. 피우고 싶지도 않다. 신기하긴 하다.

5. 술

- 한때 별명이 주당이었을 만큼 꽤 많이 마셨다. 그러나 지금은? 맥주 오백 반 마시고 넘어진다. -_-;

6. 치마

- 오로지 여름에만 입었다. 그것도 가끔. 너무 더워서 대안이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한 겨울에도 무릎 위의 치마를 입는다. 부츠 신고. --; 봄철에 신으면 예쁜 다양한 스타킹을 가지고 있다.

7. 음악

- 언제나 음악이 생활의 일부였다. 자기전에도 심지어 자는 동안에도. 지금은 예전의 10% 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취향의 변화로 인해 나의 어떤 부분이 변했을까. 아니, 혹은 변하지 않았을까.

혹시 내가 변했다면..변절의 의미가 아니라 나아졌다는 의미라면 좋겠다.

아직은 모르겠으므로 판단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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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6-08-3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동감해요..
저도 이런 페이퍼 한 번 써 보고 싶네요..
(으아악...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거야.. 일을 해야징.. )
흑흑... ㅠㅠ;OTL 다시 일 하러~~~.....

ceylontea 2006-08-3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 그 와중에도 에누리에서 드롱기 에스프레소 머신 잠깐 구경했었다는...
==3==3 헉헉.. 다시 일~~!! (미티겠당.. 흑흑)

비로그인 2006-08-3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페이퍼에요. 저도 따라 해보고 싶은데 변화의 폭이 변절인지 발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변절도 딱히 나쁘지만은 않을걸요. 후훗

치유 2006-08-3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해 봐야 겠어요..하긴 변하니까 살지요..

플로라 2006-08-3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꼽아보고 싶어지는데요... 커피와 구두와 가방, 술 등등...ㅎㅎ 화장품 항목에서 우하하, 웃었슴다. 공감이 마구 된다는...^^

이리스 2006-08-3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 하핫.. 이런 야근중이시군요. 힘내셔요. 으쌰~ ^^
올리브님 / 네, 님의 결과도 궁금하네요. ^^
쥬드님 / 으흐, 변절자..도 매력이 있기는 해요.

배꽃님 / 아, 변하니까 산다.. 그게 정답이네요. ^^;
플로라님 / 힛, 님을 웃겼다니 기뻐요. ㅎㅎ

전호인 2006-08-3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상하는 것은 아니져? ㅎㅎㅎ

이리스 2006-08-3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 변절을 변질로 농담하시는거에요? ㅎㅎ
 

둘다 마음에 안들지만 자기과시와 자 비하 중에서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자기과시를 택하겠다. 물론 중증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

자기과시가 심하면, 뭐야.. 정말 착각이 대단하군. 하고 무시하면 그만인데..자기비하가 심하면, 보는 사람마저 기분이 상하고 또 그 기운이 전염되는 듯 하다.

싸이건 블로그건 간에 뭔가 글을 올리고 사진을 올리는 유형을 보면 과시형과 비하형이 있다.

어떤 사람은 허구헌날 화려한 연예인처럼 사는 듯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우울증 환자같아 보인다. 물론 다 그렇게 극단적이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는 비하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도 과시형에 속하는 듯? 아닌가. -_-;;

난 이런 내 자신의 변화가 꽤 마음에 든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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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8-2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이왕이면 쬐끔 잘난 척하면서 사는 게 건강에도 이롭다고 믿습니다. ㅎㅎ

2006-08-25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6-08-25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시형??/저도 과시형..그러면서 혼자 기분 부웅~!!
우울증환자같이 사는건 정말 싫어요..

달콤한책 2006-08-25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따라 저도 씨익 입니다...그래요...남들까지 우울하게 하는거 시러요^^

이리스 2006-08-2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블루님 / ㅋㅋ 그쵸? 저도 그렇게 믿어요.
속삭님 / 아마도?
배꽃님 / ㅋㅋ 맞아요. 우울한 건 정말 진저리가 나요.
달콤한책님 / ㅋㅋ 같이 웃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