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내가 처음으로 벚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1999년 봄이었다.

당시 나는 가회동에 위치한 어느 출판사에 다니고 있었고 근처에는 정독 도서관이 있어 점심 시간이면 잠시 들러 산책을 하기도 했고 필요한 책을 둘러보러 업무 시간에도 찾곤 했다. 도서관 2층 창가에서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다 무심코 내려다 본 길에는 벚꽃이 만발했고 순간, 나는 뛰어내리고 싶어졌다.

벚꽃이 나를 미치게 한것인지, 미친 나를 벚꽃이 알아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일 이후로 나는 벚꽃 하면 한동안 정독 도서관을 덩달아 떠올리게 되었고 그것은 여전하다. 한손에는 자판기에서 뽑은  데자와 캔을 들고 책을 뒤적이던 그 봄날의 오후.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당장 뛰어내리고 싶었던 그 때의 나.

지금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서게되면 어떨까? 뛰어내리고 싶은 욕망은 여전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내 안에 살아 있는 벚꽃과 정독 도서관을 추억한다.

그리고 어쩐지 나는 그 곳에 다시 가지 않을 것만 같다.

이후에 내가 쌍계사에서 본 벚꽃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느껴볼 틈도 없었고, 지나면서 보는 길의 벚꽃들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냥, 아.. 벚꽃.. 예쁘게 피었군.. 정도.

2006년 현재, 나에겐 여전히 정독 도서관의그 벚꽃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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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4-1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뛰어내리고 싶을만큼 아름다웠던 벚꽃이라니.... 오오~ 멋진 추억이군요!^^

이리스 2006-04-1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 네, 그래서 소중한 추억으로 고이 간직하려구요~ ^^

blowup 2006-04-1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회동 출판사라면, 거기구나!
정독 도서관 벚꽃은 얼마나 더 피어 있을까요.

이리스 2006-04-1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 하핫.. 네..거기.. 여요. ^^ 그러게요. 정독 도서관이 그립습니다.

해적오리 2006-04-1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가 어딜까? 궁금궁금..

이리스 2006-04-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라님 / ㅋㅋ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이 1996년, 그러니까 10년 전의 일이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깡그리 기억이 안날수도 있나? 대략적인 줄거리 이외에는 도무지 제대로 들어박힌 기억이 없다는데 새삼 놀라며 개정판을 뒤적여서 보고 있다.

읽다보니 정액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액.. 에 관한 묘사로서 내 기억에 남는 것은 배수아의 소설이다. 그것을 요플레에 비교하며 밥에 비벼서 먹는 어떤 여자 이야기. 배수아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므로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 실현해봤을 사실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여하튼 나는 소설의 그 대목을 읽으며 정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뒤적여서 읽어나가던 <나는 나를..>에서 매일 여자와 섹스하는 대신 앞에서 사정한 채 여자에게 자신의 정액을 마시게 하는 남자, 급기야 에비앙 생수병에 정액을 모아서 담고 그것을 나중에는 자기가 다 마시고 토했던 남자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소설 상에서는 그게 허구일 가능성을 담고 있지만.

10년 주기로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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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4-0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부담스런 내용의...
 

어쩌면 이게 다 <위기의 주부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시즌2의 어느 에피소드 중에서 르넷의 심정에 깊이 공감하며 나 역시 의문을 품었다.오늘, 용기를 내어 나는 내 생각을 말했고 약속을 받았다.

처음투터 약속을 받아내고 싶었으면서도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참으로 유치하기 그지없는 우회질문으로 시작했지만 그래도 어떠랴 싶다.

약속이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는 둥, 아니면 그냥 약속일뿐인데 그게 뭐 대수냐는 등 마음 속에선 부정적인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오고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속안의 이야기를 살짝 꺼냈으니 마음은 후련하다.

존재하지도 않고, 앞으로 다가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미지의 누구까지 짙투하다니, 웃기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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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죠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죠 ^^

이리스 2006-04-0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힛.. 감사합니다. ^^
 

<위기의 주부들> 시즌 1 디비디를 다 보고 나서 끝내 울고 말았는데..

그건 비밀 때문.

그리고 너무나 오래 묻어둔 비밀 때문에, 그 세월 때문에 심지어 나조차도 몰랐던 오랜 기억 때문에 나는 기어이 울어버렸다.

인생이 가혹한건 모두 다 비밀 때문인거다.

<위기의 주부들>이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건 비밀을 건드려줬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살기도 하고 또한 죽기도 한다.

심장마비라도 오려나, 명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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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3-2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추천만 꾸욱.

이리스 2006-03-2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
 

네이버 메인에 뜬 뉴스 기사 중 하나..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S2D&office_id=032&article_id=0000169238§ion_id=102§ion_id2=257&menu_id=102

미혼모가 어린 아이를 방치해두어서...... 넉달된 갓난애를....

내가 의아한건, 이런 류의 기사가 가끔씩 올라올때마다 달리는 댓글들에 대한 것이다.

애가 어디서 솟아났나? 그 누구도 아이 아빠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갖은 쌍욕이 저 엄마에게 쏟아져내리는데, 거 참 신기하여라.

아빠는?? 하는 댓글은 가뭄에 콩나듯 있다.

어찌어찌 하여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아이키울 능력 안되는 미혼모 상태로 아이를 낳으면

아빠한테 아이를 데려다 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다.

미혼부가 저렇게 되었다는 기사는 어째 본적이 없는 것이.. (내 기억 속에는 없다.)

남자가 혼자 아이 키우다가 아이를 학대하거나 기타 등등 유사 행위를 했다는 이야기도 흔치 않다.

아이가 만들어질 때는 엄마와 아빠가 있는데 아이를 낳고 난 다음에는 엄마만 있는 세상인거다.

아빠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모성만을 강조하고 그게 당연한 이 세상에서 아빠들은 존재를 감추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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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3-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공감!

이리스 2006-03-2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 / 으흐, 그러면 추천을 눌러주시는 센스~~

merryticket 2006-03-2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이리스 2006-03-2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 ㅋ 이런이런, 옆구리 찔러 절받았네요. ^^ 감사합니다.

해적오리 2006-03-2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옆구리 찔려서 절했습니다. ㅋㅋㅋ
추천했어요.~~~

이리스 2006-03-24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 / 아이쿠, 이런.. ^^;;

merryticket 2006-03-2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구리 안 찔렸어요..순전한 저의 자의로 했다니까요^^

이리스 2006-03-2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