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내가 처음으로 벚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1999년 봄이었다.
당시 나는 가회동에 위치한 어느 출판사에 다니고 있었고 근처에는 정독 도서관이 있어 점심 시간이면 잠시 들러 산책을 하기도 했고 필요한 책을 둘러보러 업무 시간에도 찾곤 했다. 도서관 2층 창가에서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다 무심코 내려다 본 길에는 벚꽃이 만발했고 순간, 나는 뛰어내리고 싶어졌다.
벚꽃이 나를 미치게 한것인지, 미친 나를 벚꽃이 알아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일 이후로 나는 벚꽃 하면 한동안 정독 도서관을 덩달아 떠올리게 되었고 그것은 여전하다. 한손에는 자판기에서 뽑은 데자와 캔을 들고 책을 뒤적이던 그 봄날의 오후.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당장 뛰어내리고 싶었던 그 때의 나.
지금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서게되면 어떨까? 뛰어내리고 싶은 욕망은 여전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내 안에 살아 있는 벚꽃과 정독 도서관을 추억한다.
그리고 어쩐지 나는 그 곳에 다시 가지 않을 것만 같다.
이후에 내가 쌍계사에서 본 벚꽃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느껴볼 틈도 없었고, 지나면서 보는 길의 벚꽃들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냥, 아.. 벚꽃.. 예쁘게 피었군.. 정도.
2006년 현재, 나에겐 여전히 정독 도서관의그 벚꽃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