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로 보인다(주로 후반 잘봐주면 중후반)는 말에 기뻐하는 삼십대 초반.
얼굴에 크게 걱정할 만한 주름이나 잡티가 별로 없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던 나로서는 얼마전 우연히 거울을 보다가 발견한 엄청난 목주름을 발견한 이후 큰 충격을 받았다.
목주름! 아, 이것은 결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얼굴과 손에 비해 조금은 시선이 덜 가는 곳이라서 그런가?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 아침에 목에 주름이 생긴건 아닐텐데 나는 왜 이제서야 내 목의주름을 인식하게 된걸까?
목주름이 한 번 눈에 들어오니 주변 사람들을 봐도, 심지어 홈 쇼핑의 쇼호스트를 봐도 그들의 목주름부터 보곤 한다. (미쳐가는건가?)
지나치게 또렷하고도 선명한, 나일론 끈으로 세게 잡아당겨 그 흔적이 남은 것 마냥 시원하게 뻗은 목주름을 보며 입을 벌리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가 그만 정수리에 난 흰머리까지 발견했다. 마감을 할 무렵이면 꼭 두세개 그 부분에 보인다. 또, 뽑아버렸다. 하나는 너무 짧아서 뽑지 못했고.
늙는다는 것을 이렇게 명확하게 가시적으로 보는 기분은 생각보다 별로 좋지 않다. 육체의 노화 과정과 쇠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인데 진시황이 되어 불로초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는 둥 삼십대에 접어드니 편안해 졌다는 둥 하는게 거짓은 아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서적인 부분의 이야기였다. 육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호들갑 떨지 마라, 과민 반응이다. 정신차려라! -_-;; 이렇게들 말하지만 나름의 객관성을 적용해서 보자면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서른이 넘은 친구들을 보면 흰머리가 하나둘 나기도 하는것은 놀랄 일이 아닌듯 하고 피부 상태가 절망적이라 거울 보면 울화가 치민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저 목을 어쩌란 말인가. 내내 목폴라만 입어?
굵고 선명한 주름도 주름이지만 내 목의 주름을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못봤던지 그게 더 속상하다. 자고 일어났더니 다섯살 쯤 확 늙어버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