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내고 두 달
몸 상태는 딱히 좋아지지 않아 며칠 전에 병가기간이 끝나 병휴직을 하고 왔다.
내년 2월까지 그냥 푹 쉬는걸로.... 이로써 나의 휴가는 앞으로 8개월 더 연장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 낳았을 때 빼고는 한번도 쉬어본적이 없으니 첫 휴직이다.
돈 걱정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뭐 그래도 내 몸에게 이번 한번쯤 푹쉬는 호사를 줘보자 뭐 그런 기분이다.
그동안 일주일에 작게는 두세차례, 많게는 일주일 내내 병원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딱히 쉬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생활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솔직히 세상 태어나서 처음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보고 있다.
하루 4-5시간 자던 사람이 7-8시간을 꼬박 꼬박 자주고 있는게 첫번째 변화.
처음에는 밤에 잠을 못자고 자꾸 깨고 미치겠더니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지 지금은 완전 적응해버렸다.
11시쯤 되면 잠이 온다. 그리고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면 상쾌한 기분으로 잠이 깬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라니 내 인생의 처음 맞는 경이다.
예전에도 직장때문에 일어나는 시간이야 같은 시간이었지만 일어날 때 정말 죽을 맛으로 일어났는데 말이다. ㅎㅎ
남편 출근하는거 보고, 혼자 아침밥을 차려서 진짜 잘 먹고(방학 맞은 딸래미들은 당연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ㅎㅎ)
그러고 나면 집안 창문을 모두 열고 환기를 시키면서 이 녀석들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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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큰 놈은 나 아프다니까 후배가 언니 꽃보면 기분 좀 좋아져 하면서 갔다준 녀석.
오른 쪽의 야자는 내가 2년 전쯤 시장에서 1,000원짜리 쪼꼬미 사다 기르기 시작했는데 용케 안죽고 견뎌준 놈.
나머지는 이래 저래 사다 기르면서 죽지 않고 살아준 고마운 녀석들....ㅎㅎ
얘들 환기 시켜주고 물줘야 되는 애들 주고, 소소하게 재밌다.
아 참 원래 저 테이블은 이 집 이사올 때 인테이러 해주던 분들에게 부탁해서 티테이블로 마련한 것이었는데말이다.
내 로망은 아래쪽 풍경도 좋으니 저기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고 이러는 거였는데, 살아보니 이놈의 티 테이블에 앉을 일이 없다.
베란다니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춥고, 나머지 계절엔 항상 출근 중.....ㅠ.ㅠ
결국 쟤들이 모두 점령 중.... ㅎㅎ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2번씩 걷기 운동을 하고, 자잘한 집안일들을 한다.
생각보다 나 집안일에 재능이 있는거 같아 하면서 말이다.
확실히 집에 있으니 집안은 매일 조금씩만 치우는데도 반짝반짝 윤이나고, 냉장고는 깨끗하고 반듯하게 정리되어 유통기한 지난 음식이 없게 되는구나.
그토록 많이 시켜 먹었던 배달음식은 거의 끊게 되고, 외식도 확 준다.
근데 이러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잘가서 의외로 책을 읽거나 서재에 글을 쓰거나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다.
그것만이 굉장한 아쉬움.......
며칠전 비가 오고 난 후에는 해가 져서 날은 어둡고 주변의 건물들은 모두 불을 밝히는데 건너편 하늘이 너무 맑아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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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그림 <빛의 제국>까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분위기 연출.
매일 보는 하늘이 이렇게 달라지는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어제는 초승달이 너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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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보이시나요?
아 진짜 예뻤는데 역시 사진은.....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니 23년간의 기록이 뜬다.
늘 있는 기록이니 그냥 설레 설레 보다가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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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많이 샀구나.....ㅠ.ㅠ
요즘 내가 그만사야 된다고 한달에 한번으로 구매를 제한한건(물론 잘 안 지켜지고 있지만......) 당연한거야.
소비를 줄여야 돼. 도대체 다 읽지도 못하면서 왜??????
그래도 돈으로 상위 0.038%란건 뭔가 좀 기분 좋은 일 아닌가?
아니 내가 언제 돈으로 상위 0.03을 하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