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가부장들


성서에서 나타나는 가족구조는 가부장적 가족이다. 최초기에는 가부장이 그의 가족에 대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며 부인은 남편은 '바알' 혹은 '주인님'이라고 불렀다. 모세의 십계명에는 부인은 하인들, 가축과 함께 남편의 소유물 중 하나여으며,아버지는 딸을 노예나 매춘부로 팔수도 있었다. 군주제 시대가 되면서 가족구성원의 생사에 대한 아버지의 권력은 제한된다.

그러나 당시의 재산 소유구조는 씨족중심이었으며, 이는 당연히 이 재산의 유지와 보존 책임을 가부장에게 위임했고,이는 가족 내에서 가부장의 권력을 강화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지위는 당대의 메소포타미아보다 더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바빌로니아 여성들은 재산 소유, 매매계약 체결, 법률행위의 권리가 있었고 남편의 유산에 대해 지분을 가질 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어머니로서의 여성에 대한 존경과 강조는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좀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어머니가 아닌 여성에 대한 이야기 - 롯과 레위의 이야기에서 롯과 레위를 손님으로 맞은 집주인들은 손님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딸과 첩을 제시하면서 그들을 마음대로 해도 되니 손님은 그냥 두라는 말을 너무도 당연하게 한다. 

또한 유대교에서 여성들은 제례기능에 있어서도 극히 적은 기회만을 부여받는데, 이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여사제들이 여성신을 모시고, 남사제들이 남성신들을 모신던 것과 대비된다. 왜냐하면 유대교의 하느님은 아버지 하느님으로 불리우는 유일신이기 때문이다. 전능한 하느님 아래 세워진 이 새로운 질서는 히브리인들과 성서를 그들의 도덕과 종교지침으로 삼은 모든 사람에게 여성들은 하느님께 직접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하였다.



제9장 언약


창세기는 유일한 창조자 야훼가 당시 주변의 어떤 신들과도 달리, 어떤 여성신과도 제휴하지 않고 절대적 창조자로 자리매김한다. 따라서 이제 생명을 위한 모성적 원천이라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야훼는 아담을 창조하고 그에게 이름짓는 권력을 부여하였으나, 이브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라는 이름 역시 아담에 의해서 명명된다. 

창세기의 상징적 의미 중 아담은 땀흘려 일해야 하는 벌을, 이브는 출산과 양육의 고통을 부여받는다. 부과된 처벌이 남성에게 일을 부담으로 만들지만, 여성은 타고난 섹슈얼리티의 자연적 결과인 여성의 출산하는 몸에 대해서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여성을 존재 자체로 죄의 결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한다. 


하느님에 대한 남성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변화는 언약에 대한 이야기에서 일어나며, 여성을 주변화하는 방식으로 정의된다. 언약의 의례, 즉 할례는 개별 남자아이와 각 가족의 언약 의무에 대한 재헌신을 상징화한다. 

하느님이 대지와 그 자손에 대해 아브람과 한 약속에서 아브람의 '씨'에 대해 축복하는데 이는 생식력이 여성으로부터 남성으로 옮겨짐을 승인하는 의미가 된다. 또한 남자의 재생산 능력과 하느님의 은총의 연결이라는 메시지를 남성에게 가장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로서 할례가 위치하게 된다. 결국 할례에 함축된 상징성은 강력한 가부장적 여운을 갖게 된다. 그것은 이제 생식력이 하느님 안에 그리고 인간 남성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할 뿐 아니라, 토지와 권력을 그것과 연결시킨다. 

또한 에덴동산에서 쫒겨나면서 아담은 여자에게 이브라는 이름을 주고 명명한다. 이는 이제 그녀가 뱀(다산의 여신 또는 자유로운 여성의 섹슈얼리티 그 자체)과의 관계를 끊고 남편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 일신사상의 혁명적 측면은, 유일하며 보이지 않고 말로 나타낼 수 없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에 있었으며, 이 사상은거룩함의 증거인 의례를 거부하고 대신 윤리적 가치에 충실하고 이를 실천할 것을 요구하였다. 종교집회를 위한 장소로서 유대교 회당(synagogue)이라는 대단한 발명을 해낸 것과, 한 분파의 사제들에 의해독점된 제의의 실천 대신 신앙심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면 누구든 성서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유대인들의 종교를 이동성 있고 전파 가능하고융통성 있는 공동의 것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이것은 유대인들의 생존을가능하게 만든 이 종교의 특성이기도 하였다. - P293

성서적 이야기에서 주로 나타나는 가족구조가 가부장적 가족이라는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295

최초기에는 가부장이 그의 가족에 대해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다. 부인은 남편에게 ‘바알‘ 혹은 ‘주인님‘ (master)이라고 불렀으며, 이와 비슷하게 그는 그의 집과 밭의 ‘바알‘로도 불려졌다. 모세의 십계명에는 부인이 하인들, 황소, 그리고 당나귀와 함께 남편의 소유물 중 하나로 목록에 올라 있다. - P295

이 시기에는 아버지가 딸을 노예나 매춘부로 팔 수도 있었는데, 이후 금지되었다. 군주제 시대가 되면서 가족구성원의 생사에 대한 아버지의 권력은 더 이상 무제한적이거나 무제약적이지 않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전에 비해 딸들의 위치가 나아졌음을 알 수 있다. - P296

우리는 구약성서 내용이 유대 부족들이 연합체에서 국가형성기로 넘어가면서 여성들의 공적·경제적 역할의 점진적 제한, 종교적 기능의 축소, 섹슈얼리티에 대한 규제 증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 P308

나는 다음 장에서 언약의 시초부터 그 공동체는 남성공동체로 정의되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공동체의 남성적 성격은 제례기능에 있어서 극히 적은 기회만을 여성들에게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데, 그 이유는메소포타미아의 전통에서 여사제들은 여성신들을, 남사제들은 남성신들을 섬겼기 때문이다.  - P310

전능한 하느님 아래 세워진 이 새로운 질서는 히브리인들과 성서를 그들의 도덕과 종교적 지침으로 삼은 모든 사람들에게 여성들은 하느님께 직접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하였다. - P311

창세기의 창조설화는 그 지역에 살았던 다른 부족들의 창조설화와는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주와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유일한 창조자는 야훼다. 이웃부족들의 주요 신들과 달리, 야훼는 어떤 여성신과도제휴하지 않으며, 가족적 연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 우주의 창조와 지구상의 생명을 위한 모성적 원천(maternal source)이라는 것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와 전혀 반대로, 하느님의 창조행위는 인간들이 경험할 수 있는 무엇과는 완전히 다르다. - P316

성서에서 성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은유는 남자의 갈비뼈로 창조된여자에 관한 은유와, 신의 은총에서 인간의 타락을 초래한 유혹자이브에 대한 은유이다. 이 두 은유는 여성의 종속을 신이 승인했다는 증거로써 2천년 동안 인용되어왔다. 동시에 이들 은유는 그 자체만으로 성별관계에 관련된 가치와 실천을 정의하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 P318

창세기 이야기의 상징적 의미는 둘 다 야훼의 개입을 통해 신성한 물질들이 스며들었지만, 흙에서 창조된 아담과, 인간 몸의 일부에서 창조되었으며 고대 다산 여신들의 후계자인 이브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분법은 야훼가 벌로써 노동의 성별분업을 명한 타락 이야기 속에서강화된다. 아담은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 속에서 일할 것이며, 이브는 고통 속에서 생명을 낳고 후손을 키울 것이다. 부과된 처벌이 남성에게 일을 부담으로 만들지만, 여성을 고통과 괴로움에 빠지도록 한 벌은 여성의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자연적 결과인 여성의 출산하는 몸에 대해서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323

하느님에 대한 남성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변화는 언약에 대한 이야기에서 일어나며, 여성을 주변화하는 방식으로 정의된다. 언약과 함께 인간들은 역사시대로 들어가게 되고 그 이후로는 그들의 집단적 불멸성이야훼와 맺은 언약의 한 측면이 된다. 시간과 역사를 통한 인간들의 변천은 야훼의 약속을 수행하는 표시이며, 그들의 행위와 활동은 언약에 있는 그들의 의무에 비추어 해석되고 판단된다. 언약은 또한 글자 그대로,
12개의 흩어진 부족들을 하나의 국가로 뭉치게 하는 것이다. 사원건물에앞서, 언약의 성궤는 그들의 종교생활의 중심이다. 언약의 의례, 즉 할례(circumcision. 남성 성기의 포피를 절제하는 것 -옮긴이)는 개별 남자아이와 각 가족의 언약 의무에 대한 재헌신을 상징화한다.1) 이런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언약에서의 여성부재는 결코 우연한 것도,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 P328

창세기에서 일어난 일은, 가부장적 의미를 강화하도록 오래된 은유를 변형시켰다는 것이다. 아브람의
‘씨‘에 대한 하느님의 축복은 생식력이 여성으로부터 남성으로 옮겨짐을신이 승인하는 것이다. - P329

할례에 함축된 상징성은 강력한 가부장적 여운을 갖고 있다. 그것은이제 생식력이 하느님 안에 그리고 인간 남성 안에 있다는 것을 뜻할 뿐만 아니라, 토지와 권력을 그것과 연결시킨다.  - P334

따라서 이브를 다시 이름짓는 것 혹은 그녀 이름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것이 바로 타락한 아담의 첫번째 행위이다. 타락한 이브는 어머니로서 그녀의 새로운 구속적(的) 역할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그녀의 선택폭을 규정하고 제한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둘 다 하느님에 의해 부과된 조건으로서, 그녀가 뱀과 관계를 끊고남편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 P341

성서적 이야기의 무게는 하느님의 뜻에 의해, 여성들은 오직 남성들의 중재를 통해서만 하느님의 언약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어머니-여신이 죽고 그녀가 하느님 아버지와가부장제 아래에서 은유적 어머니 (metaphorical Mother)로 대체된 역사적 순간이 있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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