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새로운 미술관이 지난 4월에 개관했다. 잘 알려진 유현준 건축가님이 설계로 만들어졌고, 내가 즐겨 듣는 유튜브 방송 셜록현준에서 소개가 됐었다. 오랫 만에 친구들과 함께 아침 개관시간인 10시에 맞춰 경주에 도착했더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벌써 줄이 제법 많이 서있다. 그래도 엄청 붐비지는 않아서 들어가자 마자 있는 1층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서 통창으로 펼쳐지는 노서동 고분군의 전망과 함께 오랫만에 만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여기 정말 조용할 때 책 한 권 들고 와서 커피 마시며 읽으면 딱이겠는데 주말에는 불가능할 듯하다. 어쩌다보니 6월에 평일 휴일이 하루 있는데 그 날 오면 로망을 달성할 수 있으려나?


오아르 미술관 외관. 바로 보이는 통창이 1층 카페와 2층 전시실과 연결되어 있다. 어느 층을 가도 왼쪽이 노서동 고분군이 바로 보인다.바깥 풍경을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인 위치 선정이 이 미술관의 최고 매력이 되었다.






1층 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경. 내부의 첫 열과 둘째 열은 바깥을 향해 앉을 수 있게 되어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창쪽에 사람이 다 사진 찍는다고 바글바글이라 테이블과 의자를 못찍었는데 여기 의자 굉장히 편하다. 관람객을 위한 편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1층 카페도 전시실로 꾸며져서 이사라 작가의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아이들이 보면 좋아할 듯.....

벽에는 "작은 상상 하나가 마음이 문을 열고, 예술이 우리를 다시 동심이 세계로 데려가길 바랍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있다. 내게는 너무 동심이라 딱히 뭐라 말하기는.....






오아르 미술관은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One-day Artistic Rendezvous)"이라는 뜻이란다. 개관 전시로 일본의 젊은 작가인 에가미 에츠의 지구의 울림이라는 전시다. 강렬하면서도 유연한 붓터치와 화려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가까이서 보기 보다는 좀 떨어져서 볼 때가 더 좋았는데, 그래도 전시 제목이 왜 지구의 울림인지는 딱히 잘 모르겠다. ㅠ.ㅠ







2층 전시장 맞은 편에는 역시 같은 화가가 그린 팝스타들의 그림들이 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데 여기 그림들이 좀 더 재밌었다. 티켓 인증샷!

대부분의 그림 중 이미 돌아가신 존 레넌, 앨비스 프레슬리, 심지어 바흐까지는 알아볼 수 있었으나 이 그림은 누구지? 나는 데이빗 보위인가 했으나 제목에 힌트가 없다. 미술관 전시실 지키는 분께 여쭤봤는데 작가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지칭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여기 보러 오는 분들이 BTS의 지민이 아닐까라고 많이 추측한다고.... 그러고 보니 그런 듯도.... 다른 벽에 역시 알 수 없는 여성 아티스트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이 지민이라고 하면 그 여자분의 그림은 로제라고 우리끼리 결론 내렸다. ㅎㅎ







오아르 미술관의 백미는 루프탑이다. 경주문화재청에서 지붕은 한옥이 지붕을 따라 무조건 경사져야 한다고 해서 유현준 건축가님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고민이 많았던 만큼 아름다운 루프탑이 만들어졌다. 루프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야외의 빛을 충분히 끌어와서 계단 자체가 예술이 되고, 루프탑에 올라가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이건 진짜 사진으로 설명이 안되고 직접 가서 보는게 최고다.









미술관에서 충분히 놀다가 10분 정도 산책길을 따라 밥 먹으러 가는 길. 친구의 추천으로 전복솥밥집으로 갔는데 맛있어서 과식. ㅠ.ㅠ






식사 후 다음 코스는 경주박물관. 식당에서 걸어서 30분거리여서 배부른 김에 걸어가기로.... 차 주인들만 차량 이동. 걸어가는 길에 보이는 경주의 일상적인 풍경들.









박물관의 전시는 딱히 달라진게 없고, 다만 외부 전시로 많이 대여되었는지 약간 전시품들이 줄었다. 특별전으로 상형청자전이 열려서 오랫만에 좋아하는 청자 구경 실컷한다. 상형청자란 상감무늬를 넣지 않은 순청자 중에서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든 청자를 말한다. 나는 상감청자보다 이런 순청자 상형청자를 훨씬 좋아해서 취향저격이다. 많은 상형 청자 중 인상적이었던 원숭이 연적 - 연적이니 작은 크기인데 항아리 들고 낑낑거리는 표정이 너무 예뻐서 한 컷







그리고 본 전시실에서 본 당나라 의상을 입은 여성의 모습으로 만든 토우. 그렇게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전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확 달라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진으로는 별로 안 예뻐서 실망 중.....






전에 유부만두님이 경주박물관에 도서관 생겼다고 하신게 기억나서 '천년서고'라는 이름의 도서관을 찾아갔으나 도서관은 평일에만 운영한다. 굳게 잠긴 문을 보고 슬퍼하며 새로 만든 연못만 구경.







연못을 한바퀴 돌아 오른쪽에 보이는 이디야 카페를 지나가면 다리가 하나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가면 새로 생긴 수장고 건물이 등장한다. 건물만이 아니라 내부 전시장도 지진에 견디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데 문화재 복원과정을 영상과 함께 전시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에서 나와서는 덕동호쪽으로 이동해 커피 한잔 하고 아쉬운 하루 여행 끝. 경주 가시는 분들 카페는 복잡한 황리단길 보다는 덕동호쪽에 멋진 곳들이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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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5-26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셜록 현준 유튜브에서 경주에 미술관을 지었다는 영상을 보고 반가웠었어요.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으니 언젠간 찾아갈 수 있으니 넘 좋다. 생각했었거든요.
카페가 참 멋지던데 역시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군요.
근데 그림이 진짜 지민이 같네요?ㅋㅋ
루프탑도 엄청 궁금했었는데 사진도 멋집니다.
경주 시내가 확 펼쳐져 풍경 또한 멋졌겠어요.
박물관의 도서관 저도 궁금했더랬는데 평일에 찾아가야하는군요.
여러가지 꿀팁이 많네요.
수장고, 덕동호쪽의 커피.
나중에 저도 경주를 찾게 된다면 구경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5-05-27 09:30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여긴 사람없을 때 가서 1층 카페에서 멍때리고 있고싶은 곳인데 불가능하겠죠. ㅎㅎ 다음에 평일에 가보고 평일은 사람이 많은지 알려드릴게요. ^^

드팀전 2025-05-27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다음에 경주가면 가보겠습니다. 그냥 지나가다 안부인사드려요

바람돌이 2025-05-27 21:03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진짜 너무 오랫만이에요. 너무 반갑고 좋네요. 잘 지내시죠? 작년엔가 책읽는 나무님이랑 프레이야님 만났을 때 드팀전님이랑 바람구두님 안부도 궁금하다고 우리끼리 얘기했었는데요. 이렇게 가끔이라도 출몰해주시어요. ^^

희선 2025-05-28 0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술관에서 바깥을 보면 고분이 보인다니, 그것도 멋지네요 그것 또한 미술품과 다르지 않겠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박물관도 있군요 도서관은 문 안 열어서 아쉬웠겠습니다 경주엔 여러 가지 많을 듯하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5-05-28 09:05   좋아요 0 | URL
제가 부산 살아서 좋은게 경주가 가깝다는 것도 있어요. 그냥 휴일에 바람이라도 쐴까하면 갈 수 있는 거리. 도서관은 다음주 평일 쉬는 날이 있어서 한번 가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