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그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언젠가 나도 40대가 되겠지?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나이를 잊은 채 아직 내가 열일곱 살인 듯, 스무 살인 듯한.

특히 친구들을 만날 때면, 지금의 나이를 어느 순간 잊어먹게 된다.

열아홉 때까지는 안 그랬는데 스무 살이 딱 되고나서는 브레이크 없는 시간이 흐르는 듯 했다.

지금의 나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뭐랄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아쉬운 마음에서 나오는 일종의 투정이랄까.

열 다섯 명의 여성 작가들이 풀어낸 마흔의 이야기를 접해보니 '멋진 마흔'을 마주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 같다.


저자, 린지 미드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영어학 학사를,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으며 다수의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다.

그 외 열 네명의 저자들이 있다.



소울메이트, 옷으로 쓰는 우리의 연대기 _캐서린 뉴먼


저자, 캐서린 뉴먼은 소설가로 월간지를 비롯해 「뉴욕타임즈」, 「오프라 매거진」, 「보스턴 글로브」 등 여러 간행물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1972년

나는 청 나팔바지, 그리고 모자에 인조털이 달린 물려받은 파카를 입고 있고, 내 친구는 빨간색과 흰색 체크무늬 바지에, 내가 엄청 탐내는 빨간색 고급 코트를 입고 있다.


1975년

우린 가장자리에 술이 달린 스카프에 샤워커튼 고리를 주렁주렁 꿰매 달아 머리에 두르고, 분홍색 립스틱을 발랐다.


1978년

우리는 얼굴에 계란을 바르고 있다. 아니, 흰자만 바른 것 같다. …… 우리는 '고래를 구해요!'배지를 달고, 줄무늬 스니커즈를 신고, 본벨 화장품에서 출시한 케이크 향, 그리고 소다 향 립밤을 줄에 달아 목에 달랑달랑 걸고 있다.


1980년

나는 무지개 멜빵을 하고, 무릎 보호대를 차고, 반짝거리는 빨간 바퀴가 달린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있다. 앞머리를 내리고 머리는 땋았다.


1981년

바르미츠바에 갈 때, 우린 아주 얇은 골지의 카키그린 코듀로이 바지에 하얀색 레이스 블라우스를 입고, 통굽 샌들을 신었다.


1983년

우리는 발목에 지퍼가 달린 청바지를 입고 있다.


1986년

우리는 그룹 R.E.M.의 티셔츠를 입고 빈티지 라인석 액세서리를 하고 마돈나 스타일의 머리띠를 머리에 둘렀다.


1989년

사진 속에서 친구는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색 미니스커트, 그리고 예일 대학 스웨트 셔츠를 입고 있다.


1990년

우리는 리바이스 501 청바지를 입고, 정치적인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침묵=죽음) 아래에는 검은색 레이스 속옷을 입고 있다.


1994년

뉴욕에 사는 친구는 닥터마틴 신발을 신고 유명한 브랜드의 짧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다.

캘리포티나에 사는 나는 싸구려 군화를 신고 중고 가게에서 산 짧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었다.


1996년

난 여전히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스에 살고 있다. …… 친구도 여전히 뉴욕이다. …… 우리는 서로의 삶을 부러워한다. 우리는 둘이 같은 삶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2003년

친구는 내가 입던 검은색 임부복을 입었다. 그 옷은 친구의 첫 아이를 감싸고 있다.


2007년

우리는 참을성이 바닥나는 걸 느끼며 억지로 좋은 척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함께 호텔 방을 쓰고 있는데, 아기는 울어대고 잠이 깬 큰애들은 기분이 안 좋고, 우리는 서로 '저런 건 참 저렇게 안 하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나처럼 헐렁한 탱키니를 입고 있는 건, 이 나이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아줌마 뱃살을 감추기 위함이지 소변 주머니나 항암 치료를 위한 케모포트, 그리고 여러 차례 수수릉ㄹ 받고 생긴 수술 자국 같은 것을 숨기기 위함이 아니다.


2015년 2월

나는 사흘째 똑같은 회색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다. 친구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의료용 압박 스카팅을 신고, 폴리 재질이 섞인 환자복에 정맥 주사를 꽂고 있다.


2015년 6월

"아무 것도 갖고 싶지 않아." 모두가 차례로 말한다. 아마도 죽은 사람의 옷이라는 게 영 기분이 이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전부 다 갖고 싶다.




이렇게 보면 '일기'라는 것은 단순히 기록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는 단위로 환산할 수 없다고 자부한다.

무엇을 입고 다녔는지에 대한 짤막한 일기에 불과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괜스레 서글픔이 몰려오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나의 스타일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옷'이다.

옷 입는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의 평소 성격이나 취향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일기를 보면 성격 외에 환경 또한 스타일의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로서, 코미디언 박나래님을 보면 굉장히 패셔너블하다. 그녀의 밝고 활기찬 에너지가 옷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반면에 그 옷을 내가 걸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물론, 밝고 웃음도 많다. 그러나 박나래님의 활기찬 성격의 턱 끝에도 못 미치는 나는 평소 깔끔하고 단아하게 입는 편이다.

외출할 때 열에 아홉은 거의 정장식으로 입고 아주 가끔씩 캐쥬얼하게도 입지만 대부분은 블라우스, 치마, 슬랙스 혹은 원피스가 전부이다.

좀 웃길 수도 있긴한데 집에 있을 때도 깔끔하고 예쁜(?) 홈웨어를 입고 있는 편이다.

엄마의 앨범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닮은 것 같으면서도 살짝 안 닮은 듯한.

엄마도 내 나이 때에 대부분 입었었는데 프릴이 있는 예쁜 원피스 혹은 깔끔하고 단아한 느낌을 주는 정작식 원피스가 대부분이었다.

여기까지 엄마를 꼭 닮긴 했는데 90년대의 도전적인, 패셔너블한 옷을 걸친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마주해 볼 때면 내가 절대 소화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아, 그 부분은 아마 둘째 동생이 엄마를 닮은 듯 하다.)

극중 저자의 마지막 일기를 보자.

저자는 친구의 옷을 가져왔을까? 아님 가져오지 않았을까?

그녀는 친구의 줄무늬 튜닉을 입고 출근하며 잠자리에 들 때는 친구의 잠옷을 입는다.

다른 친구들이 행복하냐고 의아해하며 물을 때면 그녀는 행복하다고 답한다.

농담을 잘하는 다정한 그녀의 십대 딸이 "절친이 난소암으로 죽고, 내게 남은 건 이따위 티셔츠뿐."이라는 글씨를 찍어주겠다고 하는데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만 남긴 것이 아니다. 친구는 자신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사람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누군가와의 영원한 이별을 몇 번이고 맞게 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다가올 40대에도 누군가와 이별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몇 주 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마침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해주셨다. (선생님은 누가 봐도 30대 같은 40대의 예쁜 선생님이다.)

살아보니 인간관계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물론 넓은 인맥을 가지는 것이 능력 중 하나이니 어떻게든 다 챙겨주려고 하지만 내가 준 마음을 돌려주기는 커녕 오히려 상처로 답하는 이들도 분명히 많다고.

꾸려진 가정 때문에 혹은 바쁜 일 때문에 자주 연락하지 못해도 끝까지 남는 친구는 분명히 있다고.

그들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이다.




꼭 다가오는 40대 혹은 40대가 그 대상은 아니다.

그저 살아오는 이야기가 한 책에 묶여 있어 '인생'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된다.

언니, 오빠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여자 나이, 서른은 이제 아이에 불과하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인생에서의 시작은 20대가 아닌, 이제는 30대, 조금 늦어지면 40대가 될 수 있으니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라는 말을 덧붙여준다.

마흔이라는 나이의 기점을 맞으며 가족, 친구, 결혼, 일과 꿈 그리고 사랑과 우정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한숨 쉴 겨를 없이 나는 내일도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3-03 1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아보니 인간관계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넓은 인맥 관리하다가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홀하게 되고 어떻게든 다 챙겨주려고 하지만 내가 준 마음을 돌려주기는 커녕 상처로 답하는 이들이] 정말 많아요!
그냥 뭐든지 누구든지 적당히 거리두기 !
비대면시대에 인간관계도 미니멀리즘으로 ㅋㅋ
하나님 오늘하루 화사하게 보내세요 ^ㅎ^

하나의책장 2021-03-17 16:22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 마음 그대로 받는 걸 바라지도 않는데 도리어 상처로 주는 이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인연들은 과감하게 끊어내니 오히려 더 편하더라고요. scott님 말대로 누구든지간에 적당히 거리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ㅎㅎ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비슷한 나이대의 이들에게 층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마다, 월마다 기록하는 책탑


한참 된 책탑을 이제야 올려본다.

세 번이나 더 올릴 수 있는 책탑(찍은 사진)이 있으니 그만큼 써야 할 리뷰도 한가득이다.

마지막 글이 벌써 2월 초였고 오늘이 3월의 첫 날이니 이십여 일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잠깐이나마 눈을 감고 떠 보면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 버리니 아쉽고 또 아쉽다.

내 몸이 내 마음 같지는 않은 날들이었기에 아쉬운 마음도 삼켜본다.


2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설날이 있는 주에는 내게 정신적 지주를 담당해주시는 선생님 외에 가까운 분들에게 약소한 선물을 보내곤 한다.

그 선물 중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이번에는 다양하게 책을 선별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인디고 리버커북 시리즈, 나태주 시집 등으로 예쁘게 포장했다. (TMI)

아무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쏙쏙 뽑아 읽었던 한 주였는데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는 새 책이었던만큼 얼른 리뷰써서 올려야겠다.

『아주 특별한 독서』는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전에 읽었던 것이 기억나  오랜만에 재독해 보았다.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는 한참 전에 읽은데다 리뷰까지 썼지만 정작 업로드를 하지 못해 살을 더 붙이고 싶어 재독하였고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은 책장에 새 책들을 꽂다가 신기하게 그 책 제목만 유난히 눈에 띄어 다시금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찾아보니 아직 리뷰를 안 썼다;)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 신은영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 10점

신은영 지음/세나북스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리 우드러프 외 14인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0점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주)태일소담출판사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10점

박완서 지음/세계사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 제이미 셸먼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10점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아주 특별한 독서』 | 박균호



아주 특별한 독서 - 10점

박균호 지음/바이북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 박균호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 10점

박균호 지음/소명출판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 정재경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 10점

정재경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 곽준식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 10점

곽준식 지음/갈매나무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청아 2021-03-01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구구 아래 책 이미지가 다 깨지네요. pc에서 올리실때 어디선가 오류난듯해요!

하나의책장 2021-03-03 09:55   좋아요 1 | URL
앗, 그런가봐요ㅠ 다시 수정해야겠어요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 2021-03-02 0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2월달에 정말 다양한 책 읽으셨네요 올려주신 사진들이 오늘 내린 비에 색과 글씨들이 뿌염 ㅋㅋ
하나님 포스팅 반가움에 달려온 1人

하나의책장 2021-03-03 10:06   좋아요 1 | URL
2월 2-3주에 읽었던 책들인데 너무 늦었죠?^^; 그래도 scott님 글은 빠지지 않고 다 읽었지요ㅎㅎ

새파랑 2021-03-02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탑 멋있어요~!! 보기만 해도 뿌듯합니다. 🌟도 다 다섯개라니~! 리뷰 잘 읽겠습니다^^

하나의책장 2021-03-03 10:11   좋아요 2 | URL
책탑은 언제 봐도 예쁘죠? ^^ 그래서 한 주간 읽은 책들은 꼭 책탑으로 기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책탑만 모은 사진들 보면 아주 장관이에요ㅎ

2021-03-02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책장 2021-03-03 10:14   좋아요 2 | URL
앗,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 저도 워낙 수줍수줍한 성격인지라 댓글달지 못해도 파이버님이 게시한 글은 다 읽고 있어요. 아무래도 초창기에 친구맺은 그룹들의 글을 하나라도 더 보게 되더라고요ㅎ 시작이 반이니 파이버님과 이제라도 소통의 장을 열어봐야겠어요. 파이버님도 3월, 행복한 날들로 가득하길 바랄게요^^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법칙 75
장원청 지음, 김혜림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주관적인 견해지만) 심리학은 꼭 '미로'같다.

끝이 없는, 헤어나올 수 없는 길들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매우 복잡하다.

허나 미로 끝에 출구가 있듯이 복잡한 심리학의 길에서도 출구가 있다.

총 열 세개의 파트 속에서 나눠진 심리학의 여러 법칙들을 읽으며 심리학의 매력에 더 푹 빠져 버린 것 같다.


저자, 장원청은 중국 최초 국립 종합대학인 런민대학에서 사회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심리와 경제 분야 도서를 저술하고 번역해 왔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람의 마음도 세상도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은데 수많은 문제 앞에서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복잡한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우리의 행동 뒤에는 언제나 재미있으면서도 괴상한 심리학적 효과가 숨어 있다.


그렇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이유없이 어떠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모든 행동 뒤에는 심리학적 요소가 담겨 있으니 열 세개의 파트에서 다뤄진 심리학적 법칙들을 따라 읽다보면 문득 심리학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나를 뛰어넘어 진정한 나를 만나다


"자아 관념은 타인과 교류하면서 형성되고 타인의 견해를 반영한다. 또한 자신에 관한 생각은 타인으로 인해 생기며 타인의 태도로 결정된다."

1902년 사회학자 찰스 호튼 쿨리가 '미러링 효과'를 제기하며 말한 내용의 일부이다.

미러링 효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서 오는 것인데, 대개 우리의 자아관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오기 때문에 타인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자아관이 변화하면 행동 또한 변화한다.

개인과 사회는 밀접한 관계의 위치에 놓여있는데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사회적 피드백에 결정될 때가 많다.

즉, 개인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진짜 자아 의식을 완성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에 대한 걱정이 많을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미국에는 역사상 최고의 공중곡예사 칼 월렌다라는 인물이 있다.

그의 사전에 실패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73세의 나이로 작별 공연 후 은퇴 선언을 하게 된다.

그렇게 푸에르토리코의 해변 도시 산후안에서 작별 공연을 하던 도중 그는 난이도가 높지 않은 동작 두어가지를 보여준 후 수십 미터에서 떨어져 사망하게 된다.

그의 사망 직후, 그의 아내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저는 이번 공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남편이 공연을 나가기 전 '이번 공연은 진짜 중요해. 실패가 없어야 해.'라고 끊임없이 말했거든요. …… 그러나 이번은 작별 공연이다 보니 너무나 성공하고 싶어 했고, 그러다 보니 일 자체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노심초사하고 실패할까 봐 걱정했던 것이죠. 만약 그가 와이어 타는 것 외에 실패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이후, 거대한 심리 압박을 통해 끝없이 근심 걱정하는 심리 상태를 심리학자들은 '월렌다 심리 상태', 즉, '월렌다 효과'라 부르기 시작했다.

선과 악이 존재하듯, 크게 대조적인 부분으로 분류했을 때 스트레스에도 이로운 스트레스와 해로운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이로운 스트레스는 크게 동기부여를 주며 성취를 위해 고군분투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에 해로운 스트레스는 그 어떤 상황에도 무기력하고 실망감이 전체적으로 지배해 신체 및 심리 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월렌다 효과는 바로 후자에 속하며 자신이 실패할 것을 염려하여 어떻게든 성공시킨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끊임없이 실패를 걱정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아직 빠지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분명 빠졌던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상황이 직면하게 될 지 모르기에, 살면서 우리도 '월렌다 효과'에 충분히 빠질 수 있으니 그저 무력하게만 있지 말고 희망을 품고선 행한다면 절대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을 멈출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부력의 법칙은 유체물리학 중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레카'라는 단어 또한 여기서 나오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헤론왕이 아르키메데스에게 자신의 왕관이 순수한 순금인지 그 진위여부에 대해 조사를 부탁하게 되었는데 며칠간 머리를 싸매며 고심했지만 답은 전혀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그는 긴장을 풀고자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뛰어들었고 욕조 밖으로 흘러넘친 물을 보고선 아르키메데스는 외쳤다. "유레카!"

욕조에서 흘러내린 물의 양은 아르키메데스의 몸무게만큼이었으니 순금이 밀어내는 물의 양과 왕관이 밀어내는 물의 양이 같으면 그 왕관은 순금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과정을 '브루잉 효과'라 정의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요하는 문제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이 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잠시 멈추게 되면 결정적인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브루잉 과정은 사고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전반적인 사고 과정을 잠재의식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중간 휴식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누구나 거칠 수 있는 심리상태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앞서 말했듯이 파트 별로 각각의 법칙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예로서, 나의 내면을 다시금 다지고 싶다면 파트 1에 주목하고, 삶의 목표를 세우고 싶거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파트 4와 5에 주목하면 될 것 같다.

복수전공 할까도 생각했었고 편입을 할까도 생각했었던 게 바로 심리학이었다.

시간에 쫓길 것 같아 차마 꿈만 꾸었고 아쉬운 마음에 심리학을 전공하는 친구에게 심리학 전공책을 추천받아 책 읽듯이 읽기도 했다.

그것으론 모자라, 심리분야의 책은 매달 빼먹지 않고 읽고 있다.

내 경험을 빌려 심리학에 대해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긴 하다.

나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삶만은 아니라서 할 말이 많다.

전날만 해도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다룬 키워드가 있었으니 바로 '7급 공무원'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했던 한 분께서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였다.

유일하게 유튜브에서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보니 당연히 그 분이 나오는 에피소드도 보았다.

분쇄된 알커피를 씹을 정도로 공부에 올인했고 목표를 이룬 그 분을 보며 그저 대단하고 멋진 분이며 존경스러움까지 마음에서 우러나왔었는데 뉴스를 보니 참 속상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사회 속에 우리는 살고 있기에 타인에 의해 상처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유치원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대학교에 들어간 뒤 우리는 비로소 사회에 나와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이다.

철없는 시절에 했던 행동들이 이제는 본인에게 그대로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예로서, 미스트롯에 출연했던 한 여자분도 학교폭력 가해자였고 결국은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했으며 이제 그녀는 '학교폭력을 행했던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냉정하게 보자면 본인이 뿌린 씨앗을 본인이 그대로 거둔 셈이라 할 수 있겠다.

피해자는 가해를 당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하며 아픔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야기가 또 살짝 옆으로 흘러갔지만 우리 주변에는 마음 아픈 사람이 대부분이라 이런 현실이 못내 씁쓸하다.

마음 속으로만 품은 꿈이 있다면, 기댈 곳 없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되고픈 것이 바로 품고 있는 꿈이다.

심리학 전공은 아니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공부하여 면대면 의사소통이 아닌 '편지'라는 매개체를 이용하는 프로젝트도 생각중이긴 하다, 언젠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2-10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러링을 생각할 때 재택에 대해 또 물음표를 던져 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과 함께요.
생각을 멈춘다. 이 또한 좋네요~

하나의책장 2021-02-13 15:50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떡국은 맛있게 드셨나요? 행복한 명절 연휴 보내세요🌻

scott 2021-03-05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오늘은 개구리 눈뜨는날 🐸
하나님 오늘 하루 따뜻 포근하게 보내세요 ^0^

하나의책장 2021-03-17 16:52   좋아요 0 | URL
헤헷 답글이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저녁 맛있게 드시고 오늘 하루 행복하게 마무리하세요♡
 
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수정중]




『하나, 책과 마주하다』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틀림없어. 너의. 마지막은. 틀림없어. 죽은. 솔새."

당신의 가족은 이상적인 가족인가요?

속을 파헤쳐보면 대부분은 불완전한 가족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인 완벽한 가족은 대부분이 아닌 '일부'에 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이 '가족'이다.

어쩌면 이해된다 느껴질 수 있고 어쩌면 과하다 느껴질 수 있는 엘리의 가족이야기는 당신에게 충분한 공감과 재미를 느끼게 할 것이다.


저자, 트렌드 돌턴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 한 편으로 그해의 문학상과 올해의 책을 석권하며 전 세계 34개국을 사로잡았다.



여느 여학생처럼 꿈을 품던 엄마는 마약을 팔고 새아빠는 엄마가 마약에 빠져들게 한 연결고리였다.

말문을 닫아버린 형 그리고 살인과 탈옥을 일삼았던 베이비 시터 슬림 할아버지까지.

이 모두가 13살 소년 엘리의 가족이다.

이렇게 간략하게 소개만 해도 말그대로 '문제투성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다.

그러나 엘리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슬림 할아버지가 말한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조금씩 있거든. 항상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려워.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그렇지.”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세게 파도 치듯, 엘리의 삶도 파란만장의 연속이다.

특히, 브리즈번의 전설적인 마약 판매상인 타이터스 브로즈가 엘리의 삶을 더 밑바닥치게 하지만 짙은 어둠 속 한 줌의 희망은 언제나 존재하듯, 결국 엘리와 가족들은 진심으로 사랑을 공유하고 한층 성장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앞서 엘리의 새아빠는 엄마를 마약에 빠뜨린 장본인이라 언급하였는데 덧붙이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를 마약에서 벗어나게 하는 구원자 역할을 하기도 하며 책 말미에 엄마가 마약사범으로 교도소에 가게 되는데 슬림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엘리가 엄마를 직접 대면하여 희망을 심어준다.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이 일부 녹아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다보면 우리네 이웃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엘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듯하다.

줄거리를 막상 다 쓰자니 결말까지 다 오픈될 것 같아 간략하게 줄였는데 언급하진 않았지만 엘리의 친아빠 또한 소설에서 엘리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 사건으로 인해 엘리의 엄마와 아이들이 아빠에게서 떠났는데 가족들이 떠나고선 아빠는 술과 담배에 절여졌지만 그 와중에도 놓치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책'이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엘리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주목하며 읽으면 좋을 듯하다.

아! 베이비 시터 슬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살인자에 탈옥왕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이지만 엘리에게 있어서 굉장한 조력자라 할 수 있겠다.

소설 속, 슬림 할아버지가 엘리에게 해주는 말들은 모두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완벽한 가족은 없다.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이상적인 부모님 혹은 이상적인 형제, 자매 혹은 이상적인 조부모님 혹은 이상적인 친척까지.

완벽한, 이상적인 모습을 바라기란 쉽지 않다. 어긋나고 불편한 일을 당하거나 그 상황을 마주해도 참고 또 참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다음에는 절대 참지 않을거라 다짐해도 '가족이니깐.', '가족이라서.'의 이유로 또다시 모든 것을 삼키고 감내하게 된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이 가족이다.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순간들에 있었으니, 그 시작은 바로 가족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 우리는 사랑을 얻고 나누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책에서는 결말까지 유하게 흘러간다. 가족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살짝 벗어났지만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기에 한마디 더 보태자면, 물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힘든 일도 극복함과 동시에 모두가 성장하는 것이 맞지만 절대 고쳐지지 않는 상습적인 말과 행동들은 잘라내는 것 또한 맞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2-08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어제 알라딘 사진 업로드 오류나서 포스팅 홀라당 날려버리는줄 ㅠ.ㅠ

하나의책장 2021-02-13 15:51   좋아요 1 | URL
앗, 어쩐지! 사진이 계속 업로드가 안 되서 사진명도 계속 변경해보고 HTML도 만져봤는데 안 되더라고요ㅠ 오류였었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