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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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저자 고관수

지상의책(갈매나무)

2024-09-13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 생물학

과학 > 기초과학 / 교양과학





인간의 탄생 이전부터 존재했고 인간의 멸종 이후에도 살아남을 것만 같은 유일한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요?

지구에 최초로 나타난 생명체는 다름아닌 미생물입니다.

이미 인류 등장 전부터 존재했을 미생물은 갓 400년이 되어서야 현미경을 통해 그 존재를 알리게 됩니다.

자세히 알지 못했을 뿐, 미생물은 그 영향력이 매우 지대하죠.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인류 진화에 함께 했던 미생물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균이 무너뜨렸던 최초의 민주주의, 면역 전쟁이라 불리웠던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을 휩쓸었던 팬데믹, 포스트 항생제 시대에서 공존해야 하는 미생물의 이야기 등 과거부터 현재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추가로 미생물을 통해 보는 인간의 미래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인류의 진화에는 미생물이 있었다?



포도주는 몹시 지혜로운 사람에게도 마구 노래하라고, 실없이 웃으라고 부추기고, 춤을 추라며 일으켜 세우기도 하잖아요. 심지어 하지 않아야 더 좋았을 말을 내뱉게도 합니다.

_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성경에선 태초에는 빛이 있다고 하였지만 지구의 태초에는 미생물이 있었습니다.

즉,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지구는 수십 억 년 동안 미생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생명에 꼭 필요한 먹거리 또한 미생물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빵과 술, 모두 미생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스인부터 로마인까지, 고대 서구세계 주역들은 포도주를 즐겨 마셨습니다. 

그리스인들은 포도주를 물로 희석해 마셨는데 포도주 대신 맥주를 마셨던 북쪽 민족인 바르바로이를 야만인이라 칭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문명인이라 칭했던 그들이 마셨던 포도주나 북쪽 민족이 마셨던 맥주 모두 미생물인 효모의 작품입니다.


효모란, 세포내에 핵이 있고 막 구조로 된 세포내 소기관을 갖고 있는 진행생물입니다.

곰팡이나 버섯과 같은 균류로 묶이죠.

참고로 균류는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급의 계 수준의 커다란 분류군으로, 이른바 진핵미생물이라 불리는 존재입니다.

여기에 속하는 효모라는 미생물이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 전쟁보다 사람을 많이 죽인 바이러스는?



역병에 걸렸다는 느낌은 무덤 저편에서 건너온 듯 그 무엇으로도 완화되지 않는 오한, 늪에 빠지는 듯한 열병, 몽둥이질을 당한 듯한 두통, 눈과 목이 타는 듯한 열기, 바로 눈앞에 사신이 찾아온 듯 끔찍한 섬망으로 시작되었다. 감염자의 살갗은 청보라 빛을 띠며 점차 시커메지고 손발은 검은색으로 변했고, 숨을 못 쉴 정도로 기침이 터져 나오고 폐가 부글거리는 피거품으로 가득 찬 채 고통으로 신음하다가 결국 숨이 막혔다. 제아무리 운 좋은 사람도 몇 시간 안 걸려 목숨을 잃었다.

_이사벨 아옌데, 《비올레타》


이 시기의 독감 이야기는 대체로 미국과 유럽에서 군대가 겪은 일을 따라가면 된다.

_196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한 면역학자, 맥팔레인 버넷



20세기, 인류는 두 차례의 커다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여러 대륙에 걸쳐 벌어진 전투는 단순히 군인들만의 전쟁이 아닌 국가 총력전의 양상을 띠었죠.

1914년 6월,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피살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쟁이 촉발되었지요.

다만, 국가 사이에 맺어진 상호조약들로 인해 전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총성 한 발에 제1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오르게 되죠.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국지전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독일을, 독일이 오스만 제국을, 세르비아가 러시아를, 러시아가 프랑스를, 프랑스가 영국을 끌고 오면서 국가 간의 총력전으로 확산되고 맙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기관총, 참호 그리고 철조망을 상징합니다.

참호를 파고 철조망을 펼친 전선은 움직이지 않았고 기관총은 많은 이들을 살상했죠.

이렇듯 비위생적인 참호는 자연스레 병원균들을 배양했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해도 병사들의 팔다리를 썩게 했고 결국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당시 윌슨 대통령은 중립은 선언하였는데, 영국 중심의 협상국과 독일 주축의 동맹국 모두 미국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애를 쓰게 되죠.

결국 미국은 협상국의 편에 서게 되는데, 치머만 전보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미국이 참전을 결정한 후, 시골 출신 청년들이 군사 훈련을 위해 캠프에 모이게 됩니다.

이때 문제가 생기게 되죠. 바로 독감이 발생한 것입니다.

식사 당번이던 앨버트 기첼이 열, 두통, 목구멍 통증으로 의무실을 찾게 되었는데 이날 오전에만 100명의 환자가 같은 병명으로 의무실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전 세게를 감염시킬 독감의 시작을 알린 신호였습니다.

신병훈련소에서 시작된 독감은 이내 미국 동부 해안과 프랑스 항구도시로 퍼졌으며 4월 중순 무렵에는 서부 전선의 참호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후 프랑스 전역은 물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으로까지 번져 스페인 국왕이 쓰러지게 됩니다.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공황에 빠뜨릴 만큼 큰 피해를 남긴 것은 아니지만 군대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미국이 참전하기 앞서, 독일군은 총공세를 펼치려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는데, 이유는 바로 싸울 병사가 없었던 것입니다.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역사에 대해 알아가니 생물학과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효모를 시작으로 미생물 역사의 흐름을 연대순으로 구성시켜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인류와 전쟁중인 세균을 역설적으로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여러 노력들을 살펴보니 인류의 과학이 얼마나 발달되어 왔는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듯 했습니다.


뼛속부터 문과체질이지만 책을 통해 접하는 생물학은 참 재미있게 읽혀져 미생물과 관련된 책을 이미 여러 권 읽었었습니다.

이 책은 특히 과학과 역사가 접목된 이야기라 과학이 멀게 느껴지는 독자들도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패닉에 빠져 모든 것이 올스톱되었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백신 개발로 인해 지금은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박멸했다고 믿겠지만 예전에 성행했던 바이러스들이 언제 다시 부활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어떤 세균이 증식될지도 모르고요.

현대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밝혀지는 미생물의 세계!

미생물학은 생명, 면역,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알아두면 좋은 상식과도 같아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186427810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277033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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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저자 고관수

지상의책(갈매나무)

2024-09-13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 생물학

과학 > 기초과학 / 교양과학





포도주는 몹시 지혜로운 사람에게도 마구 노래하라고, 실없이 웃으라고 부추기고, 춤을 추라며 일으켜 세우기도 하잖아요. 심지어 하지 않아야 더 좋았을 말을 내뱉게도 합니다.

_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자연 상태에서 효모는 당분이 풍부한 과일의 표면에 산다. 포도의 표면을 하얗게 덮고 살아갈 정도로 포도 껍질을 좋아한다. 포도 껍질에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도당이 넘쳐나기에 여기에 사는 효모는 대사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효소가 필요한 호흡 대신 빨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발효를 선택한다. 굳이 에너지 효율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효모는 살아가는 데 가장 적절한 방식을 택했고, 인간은(또는 그 맛을 아는 다른 생물은) 효보가 전혀 의도치 않게 내놓는 부산물을 즐기는 셈이다.

_「인류의 진화에는 미생물이 있었다?」



그리고 이 밖에도 여러 가지로 사람의 지혜가 미치는 한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의 가호를 얻으려고 신전에서 조력을 구하거나 예언이나 그와 유사한 것에 의지해도 전혀 영향이 나타나지 않아, 종당에는 병에 쓰러진 자들도 이것을 믿지 않게 되었다.

_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장내에 침입한 살모넬라균은 장내의 황화합물을 산화시켜 테트라티오네이트(tetrathionate)라는 호흡 전자수용체(electron acceptor)를 합성한다. 이 방법으로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발효가 아니라 효율이 좋은 세포 호흡으로 생장한다. 그런데 살모넬라가 이용하는 황화합물인 테트라티오네이트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물리치기 위한 인체 면역반응의 부산물이다. 그러니까 살모넬라균은 우리 면역체계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다른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장내에서 폭발적으로 숫자를 늘려간다.

_「최초의 민주주의를 세균이 무너뜨렸다고?」



"널 보러 왔어, 헬렌. 네가 매우 아프다는 소리를 들었다. 너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

"그럼 나한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거구나. 아마도 제시간에 딱 맞춰 온 것 같아."

"어디 가는 거야, 헬렌? 집에 가는 거야?"

"응. 오래 지낼 집, 내 마지막 집으로."

"안 돼. 안 돼, 헬렌!" 나는 슬퍼서 말을 멈췄다. 내가 눈물을 삼키려고 애쓰는 동안 헬렌에게 기침 발작이 일어났다.

_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결핵균은 현생 인류의 출현과 함께했으며, 함께 이동해왔다. 물론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에는 어느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 결핵균은 산업혁명의 세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격한 도시로의 인구 집중, 열악한 노동 환경, 빈약한 위생 시설로 말미암아 인간 스스로 불러온 파괴적인 병원균이다. 결핵균이 인간의 역사를 바꾸었다기보다는 인간이 역사에서 가장 급격하고도 본질적인 변화의 시기 결핵균을 불러냈다.

_「사람마다 시대마다, 결핵은 왜 잠복기가 다를까?」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가는 편지는

사나흘은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_이문재, <푸른 곰팡이>, 《산책시편》



이제 다시 미래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항생제 내성으로 기존의 항생제가 쓸모없어지는(이미 쓸모없어진 경우도 없지 않다)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메커니즘을 갖는 항생제 개발의 어려움, 비용과 수익성의 문제, 임상시험의 복잡성, 내성 문제 등으로 많은 제약회사가 항생제 개발에서 발을 빼는 실정이다. 어쩌면 우리는 흔한 세균 감염에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포스트 항생제 시대(Post-antibiotic era)’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_「포스트 항생제 시대, 미생물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미생물은 지구에 최초로 나타난 생명체이면서, 외치가 그랬듯 인류가 존재하는 순간부터 함께해왔다.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지식이 쌓여가면서 단순히 함께해온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건강은 물론 정신세계에까지 몸속 미생물의 영향이 뻗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생물은 부단히 인간을 바꿔왔다. 어쩌면 인간은 미생물에 종속된 존재가 아닐까?

_「미생물 생태계를 보면 인간 특성이 보인다?」



과거 우리는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을 질병을 일으키는 못된 녀석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해로운 세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뿐만 아니라, 해롭다거나 이롭다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미생물을 나눌 수 없으며, 대신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미국 뉴욕 대학의 마틴 블레이저(Martin Blaser)가 인간 진화의 운명이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듯이, 미생물은 과거뿐 아니라 곧 현재가 될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_「미생물은 의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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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 창비시선 특별시선집
신경림 외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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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제국


이 계절 몇 사람이 온몸으로 헤어졌다고 하여 무덤을 차려야 하는 게 아니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찔렀다고 천막을 걷어치우고 끝내자는 것은 아닌데 봄날은 간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상현은 하현에게 담을 넘자고 약속된 방향으로 가자 한다 말을 빼앗고 듣기를 빼앗고 소리를 빼앗으며 온몸을 숙여 하필이면 기억으로 기억으로 봄날은 간다

당신이, 달빛의 여운이 걷히는 사이 흥이 나고 흥이 나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춤을 추고, 또 결국엔 울게 된다는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간곡하게 봄날은 간다

이웃집 물 트는 소리가 누가 가는 소리만 같다 종일 그 슬픔으로 흙은 곱고 중력은 햇빛을 받겠지만 남쪽으로 서른세걸음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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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9-2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도 이 시집을 선물 받아서 읽은 기억이 있어요. 여러 시인의 시가 있어서 이름을 아는 시인도 많았고요.
목련 사진도 참 예쁩니다. 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찍은 것 같네요.
며칠전까지 폭염이었는데, 비가 와서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4-09-2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도 이 시집을 선물 받아서 읽은 기억이 있어요. 여러 시인의 시가 있어서 이름을 아는 시인도 많았고요.
목련 사진도 참 예쁩니다. 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찍은 것 같네요.
며칠전까지 폭염이었는데, 비가 와서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지식의 탄생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전하는 ‘안다는 것’의 세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신동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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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

인플루엔셜(주)

2024-08-30

원제 : Knowing What We Know

역사 > 역사학

역사 > 문명 > 문화사





현재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뜻 모르는 단어부터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익명의 스팸번호까지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되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정보가 우리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과거와 달리 전화번호마저 외울 필요가 없어지니 지식과 정보에 대한 기억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어렵고 복잡한 것을 인공지능이 대신 수행해주다 보니 경험과 배움을 통해 지식을 쌓아온 인간의 뇌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연스레 의문이 생깁니다.


20세기에 벌어졌던 현장의 목격자였으며, 21세기 변화하는 역사의 증인이기도 한 사이먼 윈체스터는 세계 곳곳을 탐험하던 최고의 지성인입니다.

그 또한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이 의문을 토대로 인간의 지식 세계를 탐구하는 새로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식의 탄생』은 지식의 정의를 시작으로 지식이 지금까지 어떻게 인류에게 전수되었는지, 그 전달 수단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도 중남부에 위치한 도시 벵갈루루는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도시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첨단기술과 사치스러운 문화를 누리는 도시였죠. 그런 도시 한 켠에 아주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가난한지 최저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빈곤은 물론 오물과 범죄가 만연했습니다.

이렇다보니 그곳에서 사는 수만 명의 어린이들은 교육조차 꿈꿀 수 없었죠.

그런 그곳을 바꾼 한 여성이 있으니, 바로 슈클라 보스입니다.

벵골인인 중년의 그녀는 검은 물이 흐르는 수로 옆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지요.

교육이 받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앞으로 오라고. 물론 교육비는 무료라고.

이 순간을 기점으로 슈클라 보스 본인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안겨주게 됩니다.

몇 년 후 결혼한 그녀는 딸을 낳았는데 딸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입학시켰고 그녀 또한 미국계 호텔 기업의 유능한 임원이 되었습니다.

인도에서 여성이 이런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 자체가 매운 드문 일이랍니다.

성공의 정점을 찍은 그녀는 딸도 독립시키고 집안도 안정되자 오랜 꿈이었던 학교를 세우게 됩니다.

그녀는 이미 그 프로젝트를 실행중이었죠.

앞서 말했던 수로 옆에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둔 것이 바로 학교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서서히 성장한 학교 프로젝트는 10년이 지나자 크게 번창했으며 꿈꿀 기회가 없던 빈민가 자녀들에게 꿈을 실현시켜주게 되지요.

200년 전 소설가 로런스 스턴은 지식에 대한 욕구는 재물에 대한 갈망과 마찬가지로 습득할수록 더욱 커진다고 했었습니다.

즉, 학교 프로젝트는 지식이 더 많이 스며들수록 지식에 대한 욕구가 더 강렬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 것입니다.


행복의 에너지가 가득한 이 학교들에서는 활기가 넘쳤다. 교문에 들어서서 모래가 깔린 운동장을 가로지르기 전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농촌에서 동틀 무렵 외양간에 있던 소 떼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는 "소 떼 흙먼지 시간"으로 불리는 선선한 이른 아침, 아이들의 발걸음으로 길에 흙먼지가 일었다. 친구들과 놀거나 수업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북적북적했다. 아이들은 옅은 파란색과 노란색이 들어간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변화된 삶을 즐기고 있었다.


지식의 소중한 가치를 잘 알아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대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호기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세대와 관계없이 인간은 호기심이라는 유용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300년 전 새뮤얼 존슨이 말했죠. 호기심은 건강한 정신의 확실하고 영구적인 특성 중 하나라고.

호기심은 앎의 요소를 끌어당겨 결국 앎을 얻는 모든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그렇다면 진지한 호기심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윈의 설명처럼 더 큰 이익 도모를 위해 선택된 유전자 변이인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이 궁금하신가요?

조금 힌트를 드리자면, 지평선과 수평선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방대해지는데 그 확장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 오히려 따라가지 못할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지식은 귀하게 여겨져 왔습니다.

Knowledge lies here.

지식이 여기 있다는, 도서관의 근본적인 신념입니다.

메소포타미아는 세계 최초 진정한 도서관의 본고장으로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인 아슈르바니팔이 만든 도서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역사적 자료의 원천이라 칭송받을 정도로 이 도서관은 단순히 지식을 수집하고 저장하는 장소가 아닌 그 건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웅장하고 아름다운 아슈르바니팔도서관은 2016년 말에 무참히 파괴되고 맙니다. IS에 의해 말이죠.

왜 도서관을 파괴시킨 것일까요?

이라크 사람들은 아랍 전역에서 생각이 깊고 교양있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어 IS의 지도부가 자신들의 존재에 위협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먼저 파괴한 것입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으로 파괴된 곳 중 빠지지 않는 곳이 지식을 모아놓은 '도서관'입니다.

오래전부터 지식은 단순히 보관하는 것이 아닌 안전하고 확실하게 보관해야 했습니다.

즉, 모두가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을 아주 소중하고 꼭 필요한 장소라고 여겼음을 의미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배음의 시작이 주는 영향력을 시작으로 최초의 도서관과 도서관의 비극까지 살펴보며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관되어 후대에 전수되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프로파간다와 가짜뉴스가 만들어낸 조작의 연대기를 살펴보며 우리가 지금 안다는 것 즉,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현대 사회에 지혜의 회복이라는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지식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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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

인플루엔셜(주)

2024-08-30

원제 : Knowing What We Know

역사 > 역사학

역사 > 문명 > 문화사





행복의 에너지가 가득한 이 학교들에서는 활기가 넘쳤다. 교문에 들어서서 모래가 깔린 운동장을 가로지르기 전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농촌에서 동틀 무렵 외양간에 있던 소 떼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는 "소 떼 흙먼지 시간"으로 불리는 선선한 이른 아침, 아이들의 발걸음으로 길에 흙먼지가 일었다. 친구들과 놀거나 수업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북적북적했다. 아이들은 옅은 파란색과 노란색이 들어간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변화된 삶을 즐기고 있었다.



지식이 철가루라면 호기심은 자석이며, 호기심의 끌어당기는 힘은 적어도 몇몇 사람들에게는 네오디뮴으로 만든 것만큼 강력하다. 호기심은 스펀지나 중력처럼 불가피한 힘으로 앎의 요소를 끌어당겨서 결국 앎을 얻는 모든 사람을 변화시킨다.



교육이라는 영어 단어 ‘education’은 ‘기르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educare’와 ‘이끌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educere’의 합성어다. 간단히 말해서 교육은 모든 인간 사회의 성인 구성원이 다음 세대를 양육하면서 그들이 가장 좋은 삶의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키워내기 위해 자신들의 지식을 전달하려는 시도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자신들과 똑같이 취약한 상태였던 인도의 생각에 동참해 서구 지식의 일부 요소는 우월하며 당시 지식 중 최고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음을 은근하고 조심스럽게 인정했다. 그런 뒤에 모두 서양의 지식을 받아들였다. 각 민족은 신성한 산스크리트어 문헌, 유고의 전통적 가르침, 일본 고대 불교의 건축과 미술 등 각자의 핵심적인 문화를 높이 받들어 일종의 '명예 지식'의 지위로 승격했다. 그런 뒤에 빠른 속도로 근대화하는 세계에 재빨리 진입하기 위해 노력했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모든 지식의 원천이었던 나라들을, 그것도 그 나라들이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이기는 진정한 역사적 아이러니를 보여주었다. 서양의 지식은 가장 대단한 상전벽해가 일어나도록 만든 촉매제였으며, 그 시작을 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식이 여기 있다." 비록 의미상 미세하게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이 말은 우리가 확실히 인식하는 도서관의 근본적인 신념이다.



기본적으로 이 모든 일은 하인리히 힘러가 10월 17일 베를린에서 열린 나치 친위대 장교 회의에서 악명 높은 선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힘러 친위대장은 나치 점령군에 헛되이 맞섰던 폴란드 저항군의 63일간의 바르샤바 봉기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이렇게 선언했다. "이 도시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 돌 하나라도 남겨선 안 된다. 모든 건물을 흔적 없이 허물어버려야 한다."



두루마리 문서는 귀중하고 찢어지기 쉬운 물건이어서, 세워서 보관해야 하는지 아니면 알렉산드리아도서관처럼 옆으로 뉘어서 보관해야 하는지를 두고 사서들 사이에 종종 논쟁이 벌어졌다.



신문은 곧 자유로운 세계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어, 이후 400년 동안 특정 상품(즉 뉴스거리)을 모으고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지식과 뉴스의 관계를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식의 정의는 플라톤이 이미 오래전에 제시한 바 있지만, 뉴스는 정확히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담배가 자유의 횃불이라는 인식은 며칠만에 자유의 불빛으로 떠올라, 남성들에게는 자유의 여신상 횃불과 마찬가지로 성적 두려움을 진정시키고, 여성들에게는 평등과 정의를 향한 작은 발걸음을 내디딘다는 생각을 단번에 심어주었다. (…) 그때부터 1964년 이후 흡연에 대한 유행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까지 여성들은 남성들만큼이나 담배를 많이 피웠고 담배 회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힐앤놀튼은 약 1200만 달러의 보수를 받고, 1차 세계대전에서 큰 효과를 거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본 전략인 잔학 행위, 그중에서도 특히 아기와 관련된 잔학 행위를 이용했다. 어린아이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사연이야말로 가해자를 영원한 선전의 지옥에 빠트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구글 효과, 또는 이제는 시리 효과라고도 불리는 현상은 뇌를 좀먹는 것으로 생각하든 지성을 다듬어 더 좋게 만드는 수단으로 생각하든, 명백히 우리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쪽인지는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오기를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세계 역사에서 이런 사건을 굳이 더 많이 들추지 않더라도, 결정을 내릴 때 지혜가 어느 정도 적용됐는지는 그 결정이 무언가를 건설했는지 또는 파괴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간단하고 어쩌면 쉬운 결론을 제안할 수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는 시간과 계획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무언가를 허무는 것은 언제나 빠르고 지저분하며, 생각할 필요가 훨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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