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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ㅣ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평점 :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저자 고관수
지상의책(갈매나무)
2024-09-13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 생물학
과학 > 기초과학 / 교양과학
인간의 탄생 이전부터 존재했고 인간의 멸종 이후에도 살아남을 것만 같은 유일한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요?
지구에 최초로 나타난 생명체는 다름아닌 미생물입니다.
이미 인류 등장 전부터 존재했을 미생물은 갓 400년이 되어서야 현미경을 통해 그 존재를 알리게 됩니다.
자세히 알지 못했을 뿐, 미생물은 그 영향력이 매우 지대하죠.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인류 진화에 함께 했던 미생물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균이 무너뜨렸던 최초의 민주주의, 면역 전쟁이라 불리웠던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을 휩쓸었던 팬데믹, 포스트 항생제 시대에서 공존해야 하는 미생물의 이야기 등 과거부터 현재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추가로 미생물을 통해 보는 인간의 미래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인류의 진화에는 미생물이 있었다?
포도주는 몹시 지혜로운 사람에게도 마구 노래하라고, 실없이 웃으라고 부추기고, 춤을 추라며 일으켜 세우기도 하잖아요. 심지어 하지 않아야 더 좋았을 말을 내뱉게도 합니다.
_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성경에선 태초에는 빛이 있다고 하였지만 지구의 태초에는 미생물이 있었습니다.
즉,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지구는 수십 억 년 동안 미생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생명에 꼭 필요한 먹거리 또한 미생물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빵과 술, 모두 미생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스인부터 로마인까지, 고대 서구세계 주역들은 포도주를 즐겨 마셨습니다.
그리스인들은 포도주를 물로 희석해 마셨는데 포도주 대신 맥주를 마셨던 북쪽 민족인 바르바로이를 야만인이라 칭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문명인이라 칭했던 그들이 마셨던 포도주나 북쪽 민족이 마셨던 맥주 모두 미생물인 효모의 작품입니다.
효모란, 세포내에 핵이 있고 막 구조로 된 세포내 소기관을 갖고 있는 진행생물입니다.
곰팡이나 버섯과 같은 균류로 묶이죠.
참고로 균류는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급의 계 수준의 커다란 분류군으로, 이른바 진핵미생물이라 불리는 존재입니다.
여기에 속하는 효모라는 미생물이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 전쟁보다 사람을 많이 죽인 바이러스는?
역병에 걸렸다는 느낌은 무덤 저편에서 건너온 듯 그 무엇으로도 완화되지 않는 오한, 늪에 빠지는 듯한 열병, 몽둥이질을 당한 듯한 두통, 눈과 목이 타는 듯한 열기, 바로 눈앞에 사신이 찾아온 듯 끔찍한 섬망으로 시작되었다. 감염자의 살갗은 청보라 빛을 띠며 점차 시커메지고 손발은 검은색으로 변했고, 숨을 못 쉴 정도로 기침이 터져 나오고 폐가 부글거리는 피거품으로 가득 찬 채 고통으로 신음하다가 결국 숨이 막혔다. 제아무리 운 좋은 사람도 몇 시간 안 걸려 목숨을 잃었다.
_이사벨 아옌데, 《비올레타》
이 시기의 독감 이야기는 대체로 미국과 유럽에서 군대가 겪은 일을 따라가면 된다.
_196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한 면역학자, 맥팔레인 버넷
20세기, 인류는 두 차례의 커다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여러 대륙에 걸쳐 벌어진 전투는 단순히 군인들만의 전쟁이 아닌 국가 총력전의 양상을 띠었죠.
1914년 6월,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피살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쟁이 촉발되었지요.
다만, 국가 사이에 맺어진 상호조약들로 인해 전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총성 한 발에 제1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오르게 되죠.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국지전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독일을, 독일이 오스만 제국을, 세르비아가 러시아를, 러시아가 프랑스를, 프랑스가 영국을 끌고 오면서 국가 간의 총력전으로 확산되고 맙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기관총, 참호 그리고 철조망을 상징합니다.
참호를 파고 철조망을 펼친 전선은 움직이지 않았고 기관총은 많은 이들을 살상했죠.
이렇듯 비위생적인 참호는 자연스레 병원균들을 배양했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해도 병사들의 팔다리를 썩게 했고 결국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당시 윌슨 대통령은 중립은 선언하였는데, 영국 중심의 협상국과 독일 주축의 동맹국 모두 미국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애를 쓰게 되죠.
결국 미국은 협상국의 편에 서게 되는데, 치머만 전보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미국이 참전을 결정한 후, 시골 출신 청년들이 군사 훈련을 위해 캠프에 모이게 됩니다.
이때 문제가 생기게 되죠. 바로 독감이 발생한 것입니다.
식사 당번이던 앨버트 기첼이 열, 두통, 목구멍 통증으로 의무실을 찾게 되었는데 이날 오전에만 100명의 환자가 같은 병명으로 의무실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전 세게를 감염시킬 독감의 시작을 알린 신호였습니다.
신병훈련소에서 시작된 독감은 이내 미국 동부 해안과 프랑스 항구도시로 퍼졌으며 4월 중순 무렵에는 서부 전선의 참호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후 프랑스 전역은 물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으로까지 번져 스페인 국왕이 쓰러지게 됩니다.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공황에 빠뜨릴 만큼 큰 피해를 남긴 것은 아니지만 군대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미국이 참전하기 앞서, 독일군은 총공세를 펼치려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는데, 이유는 바로 싸울 병사가 없었던 것입니다.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역사에 대해 알아가니 생물학과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효모를 시작으로 미생물 역사의 흐름을 연대순으로 구성시켜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인류와 전쟁중인 세균을 역설적으로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여러 노력들을 살펴보니 인류의 과학이 얼마나 발달되어 왔는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듯 했습니다.
뼛속부터 문과체질이지만 책을 통해 접하는 생물학은 참 재미있게 읽혀져 미생물과 관련된 책을 이미 여러 권 읽었었습니다.
이 책은 특히 과학과 역사가 접목된 이야기라 과학이 멀게 느껴지는 독자들도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패닉에 빠져 모든 것이 올스톱되었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백신 개발로 인해 지금은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박멸했다고 믿겠지만 예전에 성행했던 바이러스들이 언제 다시 부활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어떤 세균이 증식될지도 모르고요.
현대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밝혀지는 미생물의 세계!
미생물학은 생명, 면역,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알아두면 좋은 상식과도 같아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186427810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2770334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