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 창비시선 특별시선집
신경림 외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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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제국


이 계절 몇 사람이 온몸으로 헤어졌다고 하여 무덤을 차려야 하는 게 아니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찔렀다고 천막을 걷어치우고 끝내자는 것은 아닌데 봄날은 간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상현은 하현에게 담을 넘자고 약속된 방향으로 가자 한다 말을 빼앗고 듣기를 빼앗고 소리를 빼앗으며 온몸을 숙여 하필이면 기억으로 기억으로 봄날은 간다

당신이, 달빛의 여운이 걷히는 사이 흥이 나고 흥이 나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춤을 추고, 또 결국엔 울게 된다는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간곡하게 봄날은 간다

이웃집 물 트는 소리가 누가 가는 소리만 같다 종일 그 슬픔으로 흙은 곱고 중력은 햇빛을 받겠지만 남쪽으로 서른세걸음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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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9-2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도 이 시집을 선물 받아서 읽은 기억이 있어요. 여러 시인의 시가 있어서 이름을 아는 시인도 많았고요.
목련 사진도 참 예쁩니다. 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찍은 것 같네요.
며칠전까지 폭염이었는데, 비가 와서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4-09-2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도 이 시집을 선물 받아서 읽은 기억이 있어요. 여러 시인의 시가 있어서 이름을 아는 시인도 많았고요.
목련 사진도 참 예쁩니다. 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찍은 것 같네요.
며칠전까지 폭염이었는데, 비가 와서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