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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 0629 에디션 - 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 기념판
생 텍쥐페리 지음, 전성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그런데…… 너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니?"
"부탁이야……. 양을 한 마리 그려줘……."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안에 있어."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이 양에게 풀을 많이 주어야 해?"
"왜 그런 걸 묻지?"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거든……."
"거기 있는 걸로 아마 충분할 거야. 네게 준 건 아주 작은 양이니까."
어린 시절 읽었던 『어린왕자』는 그저 동화책일 뿐이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오랜만에 원서로 읽게 된 『어린왕자』는 미묘하게 달랐다.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에 속해 있지도 않았고 그저 동화책일 뿐이라 어린 시절 몇 번 읽고선 그게 끝이었던 어린왕자였다.
지금은 『어린왕자』를 동화책부터 원서 그리고 에디션별로 모으고 있으니 어린왕자에 대한 애정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어."
어린 왕자는 '어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과외하던 때에 학생들에게 『어린왕자』 원서 몇 장을 주며 읽고 느낀 바를 영어로 대화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친구들의 의견은 거기서 거기라 할 수 있겠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 지식부터 학벌, 능력, 재력과 같이 자신의 영역이 넓어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즉, 얻는 것이 많아지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면에 체감하지 못해서일 뿐이지 상실하는 것도 굉장히 많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어린 아이의 순수한 감정은 자의에 따라 점점 소멸되는 것 같다. _'그 때, 나 순수했었는데.', '몇 년전만 해도 나 순수했었는데.'와 같은 말이 나오는 순간에.
"수백만 개의 별들 속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속으로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린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지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만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선사했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 절대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련하게 술수를 쓰지만 그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그랬어. 꽃들은 그처럼 모순된 존재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를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아마, 어린 시절에 읽고선 펼치지 않았을 『어린왕자』.
보아뱀, 장미꽃과 같은 상징물과 어린왕자, 조종사의 인물 특성과 관계를 고려하며 읽다보면 잊혀졌던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다시금 생각나지 않을까.
하늘을 바라보라. 그리고 생각해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그러면 거기에 따라 모든 게 변하는 걸 여러분은 알게 되리라.
그런데 어른들은 아무도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