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맛있게 먹고 있는 라면, 과자, 초콜릿에는 팜유(Palm Oil)가 쓰인다. 높은 열 안정성과 저렴한 가격 덕분에 전 세계 가공식품 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마법의 기름' 식용유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열대우림을 잿더미로 만드는 참혹한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대형 산불이 번져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네팔 홍수의 참혹한 피해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구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사건이라 생각된다.

최근 유럽중앙기상예보센터(ECMWF)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CAMS)에 따르면, 2026년 9월 첫째 주(1~7일) 단 7일 동안 인도네시아 산불로 방출된 이산화탄소(CO₂)는 무려 1,970만 톤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수치다.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팜유 기업과 농가들이 기름야자(Palm Tree)를 심기 위해 인위적으로 불을 지르는 불법 개간 관행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장비보다 불을 지르는 편이 비용이 월등히 절감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물을 빼낸 이탄지(Peatland)다. 수천 년간 유기물이 쌓여 만들어진 이탄지는 지구 지표면의 3%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토양 탄소의 30%를 저장하고 있다. 물이 마른 이탄층에 불씨가 붙으면 지하 수 미터 깊이에서 연소하는 '지하 산불'로 변해 몇 달 동안 엄청난 양의 독성 연무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이탄지 화재가 배출하는 유독성 연무(Haze)는 동남아 전역의 대기를 오염시키며 대규모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있다. 또 오랑우탄과 수마트라 호랑이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연일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전 세계 항공 산업 전체가 일 년 내내 내뿜는 온실가스 비중이 약 2.5%라고 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팜유 개간 화재' 하나가 전 세계 모든 비행기나 배가 일 년 내내 뿜어내는 온실가스와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는 양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팜유 방화 사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기후 위기의 핵심 변수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팜유는 식물성 기름임에도 전체 지방산 중 포화지방 함량이 약 50%에 달한다. 이는 돼지기름 라드 약 40%보다 높은 수준이다. 포화지방은 혈중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나의 건강을 넘어 지구의 건강을 위해서도 팜유를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해야 할 지 깊은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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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보는 오랜만의 중국 본토 영화. <소실점>은 숨겨진 시체, 사라진 아이, 감춰진 성폭행이라는 세 가지 사건이 공동주택단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경이 되는 도시는 영화 속에서 특정되어 나오지는 않지만 인구 3천 만의 충칭시로 보여진다. 거대 아파트와 공동주택단지가 몰려 있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수많은 집과 가구들이 즐비한 곳에서는 그 어떤 이야기라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영화 <소실점>에서는 세 가지 사건이 점점 하나의 특별한 장소로 모아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사라진 아이의 경우엔 집 안에 들어간 건 확인되지만, 나온 것은 확인 안 된 사건이다. 일종의 밀실 추리인 셈. 여기에 이 사건이 벌어지기 몇 달 전 알려지지 않은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또한 범인이 CCTV에 잡히지 않고 외부에서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기 어려운 조건. 이 또한 밀실 추리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집에서는 시체를 감추기 위한 일이 벌어진다. 


밀실 추리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지만, 단서가 충분하지 않아 범인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꼼꼼히 짜여진 단서를 합쳐서 범인을 맞추기 보다는 누군가 범인일 것 같다는 추정 정도만 가능하다. 즉 범인 찾기의 머리 쓰는 재미는 없다. 다만 시간을 꼬아 놓아서, 세 가지 사건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측면에서 스릴러 또는 미스터리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현재를 보여주다 갑작스레 다른 사건의 주인공들 관점에서 사건 발생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구조를 통해 점점 비밀의 소실점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공동주택단지에서 벌어지는 이 세 가지 사건은 각각 별개의 사건 같지만, 감추고 싶은 욕망이 빚어낸 사건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 속 공안이 내뱉듯 "각 집마다 비밀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을 꼭꼭 감추고 싶다는 것이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 비밀들이 밝혀지면 그것을 감당해야 할 현실의 무게는 지독히도 무겁다. 모든 비밀이 다 밝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엔 과감히 비밀을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다. 세 사건의 주인공들은 용기를 내기도 하고, 뒤늦게 용기를 내지 못함을 후회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용기도 내지 못한다.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 만들어 낸 공간을 통해 벌어진 사건들. 영화 <소실점>은 욕망과 비밀이 대도시 공동주택단지에서 숨죽인 채 드넓게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미스터리. 스릴러. 청불. 넷플릭스 26년 9월 10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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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커버리>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만약 사후세계가 증명이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이며, 만약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넷플릭스에서 2017년 공개된 영화 <디스커버리>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사후세계를 증명한 하버 박사로 출연하는 SF 미스터리 영화이다. 청불. 미국 인디영화.


하버 박사는 믿음의 영역이던 사후세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다. 실은 사후세계 자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고, 죽은 이의 몸에서 어떤 파동이 나와 사라진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파동을 영혼이라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파동이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의 증명이라는 것이다. 즉 기차가 역을 떠나 출발한다는 것은 다른 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첫번째 역이 이승이라면 다른 역이 바로 사후세계인 셈이다. 이 증명 이후 4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택한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이 확실하기에,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운 이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해 지금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하버 박사는 사후세계 즉 디스커버리의 증명이 가져온 부작용에 놀라 잠적한다. 그가 잠적한 곳에는 죽음을 결심했지만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버 박사의 아들 윌은 아버지와 함께 이 사후세계의 존재를 증명하는 실험을 하다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다시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다 아일라라는 여인을 만난다. 자살을 하려 하는 아일라를 구해 아버지와 그 일행들이 사는 곳으로 데려 온다. 

하버 박사는 이제 사후세계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장치를 개발해, 사후세계를 증명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죽은 이의 영혼이 향해 가는 곳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게 됐는데.....


영화 <디스커버리>의 소재는 굉장히 흥미롭다. 믿음의 영역이던 사후세계가 과학적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 세상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지만 영화의 후반으로 가면 사후세계의 비밀이 드러나는데, 영화를 이끌던 질문의 흥미로움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름 반전적 결말이라 할 수 있지만, 다소 아쉬운 설정이다.   


아무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 쯤 꿈꾸어 봤던 인생의 리셋! 만약 죽음을 통해 인생의 리셋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죽음을 택하겠는가? 그럼에도 지금의 삶을 계속해 갈 것인가? 영화는 잔잔하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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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라면 자신의 니즈 시절을, 단체나 국가라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욕망을 갖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욕망은 그 욕망의 주체를 뒤틀리게 만들어 괴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젊은 시절 화려한 외모에 집착해 성형 중독에 걸려버리거나, 과거 제국 시절을 그리워하며 극우에 빠져버린다거나. 


<젠틀맨 더 시리즈>가 2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시즌2를 보려다 보니 시즌1의 기억이 가물가물해 시즌1을 다시 역주행해야만 했다. 그 덕에 잊혀졌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나고, 시즌2의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시즌1은 군인이던 주인공 에디가 공작의 지위를 물려받고, 현재 재정이 가능케했던 것이 아버지가 시작한 대마초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사업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과정을 그렸다. 시즌2는 주인공 에디가 자신의 공작 가문의 과거 영화로웠던 시기를 재현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대마초 사업을 더 확장하려 하면서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젠틀맨 더 시리즈>의 매력은 범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살인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계속해서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지고,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데,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이 펼쳐지지만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는 것에도 있다. 예상할 수 있음에도 긴장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극단적 클로즈업과 강렬한 음악으로 시각 청각적 자극을 극대화한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사실적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고 액션의 강도는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차 강해진다. 범죄 집단도 영국 내에서 남미와 유럽 곳곳으로 확대되어 간다. 


넷플릭스 시리즈 <젠틀맨 더 시리즈>시즌2. 26년 9월 3일 공개. 영국, 드라마. 8부작. 19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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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형성된다. 이는 어떤 행동을 위해 생각과 의지를 쏟아야 하는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뇌의 효율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습관이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신체화된 인지이론>이라고 하는데, 반복된 행동이 특정 신경망의 결합을 강화시켜 특정한 사고방식이나 기분, 판단 기준을 만드는 내적 기준의 틀이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반복된 행동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하고 이 틀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 <신의 악단>은 뇌과학적 측면에서 습관이 인지구조를 바꾸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로도 볼 수 있다.

 

1990년대 북한은 대북제재로 돈줄이 막혀 있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지만, 교회 운영을 위한 종교적 지원은 가능했다. 그래서 당에서 교회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고, 이들이 부흥회를 선보이도록 명령한다. 영화 <신의 악단>은 실제 북한에서 발생했던 가짜 부흥회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영화의 내용을 봤을 때 종교가 억압된 체제 속에서 가짜로 찬양단을 만들고 부흥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블랙코미디로 표현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영화 <신의 악단>을 보면 코미디적 요소보다는 종교적 색채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블랙코미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내용을 다시 뜯어보면 뇌과학적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볼 수 있다. 당의 지시에 따르던 이들이 부흥회를 위해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를 계속해서 되풀이 한다.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뇌는 이런 반복적 행위를 습관으로 만들고 이 습관이 정서와 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젓가락이 겹쳐져 있는 것이 십자가로 보이는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모두 기독교와 관계되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찬송가와 성경을 읽으며 감동이 벅차 오른다. 기독교를 믿는 이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울 영화 <신의 악단>. 하지만 꼭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반복이,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참고해볼 만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


영화 <신의 악단>. 드라마. 대한민국. 110분. 25년 12월 개봉. 넷플릭스 26년 7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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