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형성된다. 이는 어떤 행동을 위해 생각과 의지를 쏟아야 하는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뇌의 효율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습관이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신체화된 인지이론>이라고 하는데, 반복된 행동이 특정 신경망의 결합을 강화시켜 특정한 사고방식이나 기분, 판단 기준을 만드는 내적 기준의 틀이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반복된 행동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하고 이 틀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 <신의 악단>은 뇌과학적 측면에서 습관이 인지구조를 바꾸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로도 볼 수 있다.
1990년대 북한은 대북제재로 돈줄이 막혀 있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지만, 교회 운영을 위한 종교적 지원은 가능했다. 그래서 당에서 교회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고, 이들이 부흥회를 선보이도록 명령한다. 영화 <신의 악단>은 실제 북한에서 발생했던 가짜 부흥회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영화의 내용을 봤을 때 종교가 억압된 체제 속에서 가짜로 찬양단을 만들고 부흥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블랙코미디로 표현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영화 <신의 악단>을 보면 코미디적 요소보다는 종교적 색채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블랙코미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내용을 다시 뜯어보면 뇌과학적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볼 수 있다. 당의 지시에 따르던 이들이 부흥회를 위해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를 계속해서 되풀이 한다.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뇌는 이런 반복적 행위를 습관으로 만들고 이 습관이 정서와 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젓가락이 겹쳐져 있는 것이 십자가로 보이는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모두 기독교와 관계되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찬송가와 성경을 읽으며 감동이 벅차 오른다. 기독교를 믿는 이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울 영화 <신의 악단>. 하지만 꼭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반복이,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참고해볼 만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
영화 <신의 악단>. 드라마. 대한민국. 110분. 25년 12월 개봉. 넷플릭스 26년 7월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