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를 들었다 다시 놓는다.

왜 전화를 안 받는거지? 혼자 생각하며 자꾸 망설여진다.

발신자 표시가 있게 된 후론 쉽게 전화를 걸 수가 없다.

분명 내가 전화를 건 것을 알텐데....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는다는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자꾸만 작아져가는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전화는 이제 이렇게 사람을 작게 만들어버린다.

 

잔인한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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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스타 - 이희재 단편집
이희재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1980년대 가난한 사람들의 지난한 삶들이 녹아 있는 만화책이다.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아가씨, 쓰레기 리어카를 끄는 청소부 아저씨, 운수도 무지하게 나쁜 택시운전사, 일약 등단과 돈을 한꺼번에 쥐고자 했던 룸펜, 딸로 태어난 설움을 간직한 막내딸 끝지 등등.

흔히 밑바닥 인생을 읽어가다 보면 그들을 그 자리에 서게 만드는, 그리고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늪과 같은 사회에 대한 분노를 먼저 느끼게 마련인데, 간판스타는 오히려 눈물을 머금게 만든다. 그 굵직한 필체의 그림 속에서 이렇게도 연약한 마음의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에 경외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다.  경숙이, 황씨, 끝지가 보여주는 희생적인 삶, 자신을 버림으로써 가족을 살리고자 했던 그들의 마음에 눈물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중엔 희생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터이다. 아마 그래서 우리 주위엔 바른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눈물을 머금는 것도 그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내 주위엔 정말로 희생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꿈만을 향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실재한다면 희생이란 단어는 사전에서 사라져버리지 않겠는가? 희생은 사회가 강요하는 것이다. 못난 사회를 아름답게 가려보기 위해 수많은 미담을 만들어낸다. 사회 자체가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라질지 모른다. 난 더 이상 황씨나 경숙이와 같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마음은 영원히 간직하되 그것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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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4-2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덕의 강요.악덕보다 더 싫은 것입니다.왜 약자에게만 예절과 미덕을 강요하는지...
잘 읽고 갑니다.
 

이희재 <간판스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저 푸른 하늘 말이다.

니 것 내 것이 아닌 우리의 하늘인 기라.

끝도 시작도.

니 것 내 것 구분도 없는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하늘이란 말이다.

 

 

대동강 물도 팔어먹었다던 봉이 김선달. 지금은 그렇게 물을 팔아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생수를 사 먹어야 하는 걸 자연스럽게 느껴버리는 곳.

언젠가는 저 푸른 하늘도 팔어먹지 않을까 싶다. 돈 있는 사람만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가난한 이들은 매연 속에서만 살아가야만 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자연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그 무엇임과 함께 우리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공동의 자산임을. 그래서 길에서 자라나는 풀 한포기, 꽃 하나 함부로 꺾어서는 아니됨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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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조림엔 뭐니뭐니 해도 신김치다.

아~그 신맛이 불을 닿아 변해가는 단맛.

오히려 고등어보다 그 김치맛에 자꾸자꾸 손이 간다.

그렇다고 김치가 맛있다고 조림에 김치를 많이 넣는 순간 조림의 맛은 싹 변해버린다.

적절히 조화되었을때 풍기던 그 단맛은 사라지고 오히려 시큼한 맛이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양념과 본재료의 적절한 양이 배합되었을때만 기막힌 맛이 발생한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희노애락애오욕의 7정이 조화스럽게 발생하고 그것을 잘 조절했을 때 살아가는 맛이 있을것이다. 오직 희와 락이 좋다고 그것에만 빠져 있다면 결코 그것은 참다운 행복이 아닐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나치지 않음. 알지만 행하기엔 쉽지않은 인생의 교훈이다. (그 맛있는 것들을 어찌 참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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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11-1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가 과학이 아니라 철학입니다..

하루살이 2004-11-1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리를 하다보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정성을 들여 요리를 했는데 먹을 사람이 나 혼자일 땐, 비로소 주는게 행복임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 내가 한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때 훨씬 더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받는 것보다 주는게 행복임을 비로소 압니다.
 
475번 도로 위에서 - 2004년 제36회 여성동아 장편소설공모 당선작
이경숙 지음 / 동아일보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케이블 방송에서 나온 이민 상품이 불같이 팔려나가는 나라. 한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고 지금은 캐나디안 드림을 꿈꾼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내가 디디고 있는 이 땅을 벗어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그리고 단지 이 땅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실상은?

여기 미국에 이민간지 30년이 된 한 여성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이 있다.  <475번 도로위에서> 인생은 그다지 화려하지도 즐겁지도 않다. 그렇다고 뒤돌아본 모든 것이 후회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저 그곳에선 이곳과 다르지만 또한 너무나도 닮아있는 그저 그런 삶이 있을뿐이다.  세탁소 운영으로 돈 좀 벌었건, 교수로 있건, 의사로 있건 이민 간 사회의 상류로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모여살게 마련이다. 미국 속의 또 다른 한국이랄까? 하지만 분명 다른 것은 그곳의 삶은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아니지만 한국적 정서 속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 그래서 살기가 더 팍팍한 그들.

책을 읽어가면서 점차 동정이 가는 인물이 있다. 주인공 서경보다는 오히려 그의 남편에게 시선이 쏠린다. 고지식한 사람. 믿었던 자식에게 실망하고 기대했던 제자의 죽음을 맞이하는 그는 항상 자신이 옳다고만 생각했는데 한순간 용서를 빈다. 용서를 빌고 용서하는 마음.  마음 속 깊숙히 성자를 숨겨놓자.

어울려 사는 것이 갈대뿐이냐는 마종기 시인의 시처럼 어깨를 부대끼고 산다는 것은 그 어깨를 빌려주고 빌리는 믿음과 정이 있어야지만 따스한 온기를 전할 수 있다. 그것은 한없는 애정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리 저리 흔들리는 외로운 갈대는 서로 모여있을때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바람에 꿋꿋이 버텨낸다.

행복은 유토피아에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미국이 유토피아인 것도 아니다. 행복은 사람에게서 얻어질 것이다. 내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그 속엔 사람의 미소가 있다. 체온이 느껴지는 말, 그리고 마음을 녹여주는 미소. 행복의 나라로 떠나지 말자. 행복한 사람이 되자. 행복한 사람이 모여 사는 곳, 그곳이 유토피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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