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주말이면 춥다.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진데다 바람까지 세차 피부로 느끼는 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도는 듯하다. 


설 연휴기간 사람들의 이동이 많을듯하여 집안에 콕 박혀 있다가 주말에 바람을 쐬러 나왔다. 산 속의 출렁다리만 찾다가 이번엔 겨울바다를 구경하러 나섰다. 목적지로 정한 곳은 영덕. 


먼저 찾아간 곳은 강구항. 대게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이 많다. 대게와 홍게를 주로 팔고 있다. 크게 수산시장에서 대게를 구입해서 쪄 가거나, 식당에서 대게를 쪄서 먹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겠다. 대게로 국물을 낸 어묵을 먹으며, 식당 주인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장이나 식당이나 어차피 경매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판매를 하기에 가격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식당에서 먹기에는 코로나로 쉽지 않아, 쪄서 집에 가 먹기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강구항을 들르기로 했다. 



강구항 옆에는 해파랑 공원이 있다. 이곳엔 주차장이 꽤 넓다. 무료로 운영된다. (강구항 쪽 주차장은 유료인 듯하다.) 오전에는 제법 한가해서 주차할 곳이 많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주차할 데를 찾지 못할 만큼 사람들이 붐볐다. 



대게로 유명한 곳인지라, 엄청나게 큰 대게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황금칠까지 해놓을 정도이니... 아마도 이곳 사람들에겐 대게가 황금보다 더 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해파랑 공원 끄트머리의 둑에 올라서면 확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짙푸른 바다색과 햇살에 부서지는 새하얀 바닷물이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드러누울 수 있는 의자도 4개 정도 놓여져 있어, 바다를 보며 망중한을 즐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바람이 워낙 거세서 한자리에 오래 있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배가 출출해 이색 먹을거리를 찾아보니 주위에 대게피자를 파는 곳이 있었다. 피자 위에 대게살을 토핑으로 한 것인데, 짭조름하니 나름 색다른 맛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자동차로 15분 정도 가면 해맞이 공원이 있다. 바다를 보며 운전을 하다보면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뒤에 차가 쫓아오지 않는다면 천천히 바다를 구경하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겠다. 

해맞이공원에 다가서니 대게의 집게가 등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마주친다. 창포말등대다. 차를 세워두고 등대 구경을 하다보니,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바닷가로 내려오니 영덕 블루로드, 해파랑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산책길이 여러 갈래다. 약속바위를 찾았다.



왼손등이 보이고 그중 새끼손가락을 편 모습을 바위에서 찾을 수 있다. 파도가 일구어낸 조각품이다. 



바위 사이로 일렁이는 파도와 깨끗한 바닷물이 마을까지 씻어주는 듯하다. 



약속바위에서 육지쪽을 올려다보면 해맞이공원 입구와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차로 6~7분 거리에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다. 전시관은 무료가 아니라 성인 1,500원, 청소년 800원의 입장료가 있다.  



전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정크&트릭아트전시관이 있다.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해맞이공원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차로 30여 분 북쪽으로 달리면 고래불해수욕장에 도달한다. 바닷가를 달리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고래불 해수욕장은 고려 후기 이색(李穡)이 어렸을 때 상대산에 올라 병곡 앞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분수를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은 것이라고 한다. 고래불에서 불은 뻘의 옛말이다. 이름에 걸맞게 해수욕장 입구에는 고래 조형물이 서 있다.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광활한 모래사장에 함성이 절로 나온다. 서해안에서 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천리포 해수욕장은 길이가 1키로미터, 만리포 해수욕장은 2.5키로미터인데, 고래불 해수욕장은 8키로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모래도 고와서 기분마저 살랑살랑해진다.



모래사장 한편으로는 멍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한 조각품이 보인다. 남자와 개 한 마리가 바다를 보고 있는 모습인데, 그 가운데 앉아서 기념촬영을 해도 좋을듯하다. 정말 이들처럼 가만히 않아서 바다멍을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방파제를 알록달록 색칠을 해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또한 고래 형상을 한 조망대도 눈길을 끈다.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면 벽쪽에 여러 종류의 고래 그림과 설명이 적혀 있다. 전망대 위에 올라 바다를 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 몸이 휘청일 정도인지라, 급히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강구항에 들렀다. 수산시장을 지나 항 쪽으로 가면 수레에 대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다리가 잘리거나 조금은 부실한 대게를 싼 값에 파는 것이다. 큰 대게보다 소위 B급 대게를 구입해서 쪘다. 찌는 값은 1만원, 포장비 5천원. 집에서 대게를 먹으니 다리엔 살이 제법 있지만, 몸통은 살이 그닥 없다. 큰 것을 먹는다면 몸통 살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대게가 많다 보니 양은 부족하지 않았다. 게다가 홍게를 서비스로 몇 마리 줬는데, 홍게살이 꽉 차 있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대게는 취향대로 구입해서 먹으면 되겠다.  


영덕에 가면 대게 뿐만 아니라 깨끗한 바다와 광활한 모래사장이 반겨준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불러지는 여행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22-02-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이 어쩜 저런 색을 낼수 있을까요.
저도 지금 바닷가 마을 와있는데 (남해) 몇달 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깨끗해져가요.

하루살이 2022-02-08 16:34   좋아요 0 | URL
@hnine 님. 가끔 마음을 깨끗이 해주면 살아가는 맛이 나네요. ^^
 

지난 1월 21일 원주 소금산에 울렁다리가 개통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울렁다리? 이건 또 뭘까 궁금증이 생겼다. 웬만한 출렁다리보다 훨씬 긴 현수교로 다리를 건너면 울렁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실제 400미터가 조금 넘는 다리다.



울렁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고 나서 1.3키로미터 정도 더 걸어야 나온다. 소금산 출렁다리의 출발점은 간현관광지다.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입구까지는 800미터 정도. 입구까지 가는 길목에는 상점들이 즐비한데, 사람들도 북적거리고, 꽤나 활기차 보인다. 아무래도 출렁다리 입장료 3,000원 중 2,000원을 지역화폐로 돌려받는 형태이다보니, 상권이 활성화된 듯 보인다. (원주 지역 거주민들은 입장료가 1,000원이다.) 아무튼 이렇게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형태로 상권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 생동감이 느껴진다. 



출렁다리를 건너 울렁다리는 지나 다시 돌아오는 코스가 대략 2시간 정도. 걸음 속도에 따라 30분 정도 더하고 빼면 될 듯 싶다. 걸음이 빠른 편이면 1시간 30분 정도, 쉬엄쉬엄 걷는 편이라면 2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얼추 맞을듯. 나중엔 등산로 일부에 케이블카까지 설치된다고 하니, 시간은 더 줄어들듯 싶다.



입구에서 조금 걷다보면 소금잔도와 스카이타워, 울렁다리가 한눈에 보인다. 눈으로 보기엔 거리가 꽤 있어 2시간 만에 돌아올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막상 걸어보니 생각보다 먼 거리는 아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조금 걸으면 출렁다리 입구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다리가 불편한 분들에게는 다소 힘든 구간이라 할 수 있겠다. 



계단을 하나 하나 오르다보면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500미터 밖에 되진 않지만, 오르막인지라 중간 중간 쉬어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된다.



출렁다리 입구에서 표를 확인받고 입장. 



소금산 출렁다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200미터, 폭 1.5미터, 높이 100미터다. 



출렁다리 중간에서는 앞으로 가야할 울렁다리는 물론이거니와 아래로 굽이돌아 흐르는 삼선천과, 조금 전 걸어왔던 길을 돌아볼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울렁다리까지는 1.3키로. 개통된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데크에서 나무 냄새가 물씬 난다. 살짝 오르막을 오르고 나서는 평지는 걷는 기분으로 간다. 



길을 걷다 돌아보니 저멀리 출렁다리가 보인다. 



다시 길을 재촉하면 소금잔도 앞에 다다른다. 이 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도저히 걸어갈 수 없는 곳이다. 



소금잔도는 밑이 훤히 보이지만 무서운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평지를 걷는 듯 자연스레 걸을 수 있을만큼 튼튼해보인다. 



소금 잔도의 끝자락에서 보이는 스카이타워와 울렁다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 지체. 



출렁다리를 건너 잔도를 지나 스카이타워로 가는 길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간다. 잔도에서 내려오면 스카이타워의 꼭대기와 만난다. 이곳에서 주위를 한 번 휘 둘러본 후에 계단을 내려가야 울렁다리 입구에 닿을 수 있다. 



스카이타워에서 내려다본 울렁다리가 웅장하다. 



길이가 400미터를 넘지만 폭이 2미터로 넓어서인지 꽤나 안정감이 있다. 물론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출렁거리긴 하지만,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중간 중간 놓여진 투명유리로는 산천교와 폐철교를 활용한 레일바이크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울렁다리를 다 지나서 돌아보니 이런 곳에 길을 놓고 사람들을 불러모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겨울산이 보여주는 산의 등뼈를 보는 맛이 제법이다. 이런 시설들이 생태계를 교란시키지 않도록 자연친화적으로 구성되어지길 바랄 뿐이다. 



저 줄들이 하나 하나 모여서 다리를,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울렁다리를 지나 내려가는 길은 출렁다리를 올라가는 길과는 달리 데크로 놓여진 것이 아니라, 버팀목으로 계단을 만들어놓았다. 다소 미끄러운데다 계단 폭도 짧아서 조심스레 내려와야 한다. 


산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상점마다 놓여진 다양한 먹을거리가 발길을 잡는다. 지역에 방문했을 때, 그 지역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여행의 작은 재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엄청 추울 것이라는 날씨 예보에 잠시 망설였지만, 집콕인 딸내미에게 콧바람이라도 쐬어주려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로 향했다. 




지난해 10월 개통했는데 개통 이후 주차장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던 곳이다. 두달 여 만에 30만 명 정도가 방문했다고 한다. 올 3월까지는 무료로 개방되지만 그 이후엔 입장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문객이 몰리는 탓에 출렁다리 입구 주차장 이외 옆으로 주차장이 3개 정도 더 생겼다. 구경하러 간 날은 평일에 추위가 극심한 탓이었는지 입구 바로 옆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출렁다리 입구에서 데크를 따라 100미터 쯤 걷다보면 출렁다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다. 일종의 사진 포인트? 칼바람이 매서워 얼른 자리를 떴다. 



간이 매점을 지나 계단을 살짝 오르고 나면 출렁다리앞이다. 길이가 222미터. 한번에 성인남자 1,286명이 지나갈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초속 20미터 이상을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 칼바람은 정말 초속 20미터는 되지 않았을까. 다리가 휘청휘청이는 것이 아찔하다.



바닥은 양 옆으로 데크식, 가운데는 밑이 훤히 보이는 철망으로 되어있다. 


 

다리에서 바라본 충주호 모습. 바람이 너무 거세다 보니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것이 쉽지 않다. 휴대폰 분실 주의 안내판도 곳곳에 보인다. 다리 위에서 휴대폰을 놓치면 충주호로 풍덩~. 조심 조심해서 사진을 찍어야 할듯.



다리 중간에는 충주호가 다 들여다보이는 강화유리가 놓여져 있다. 겁이 많은 사람들은 조마조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중간에 돌아서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다리 끝에서 입구 쪽을 보고 찍은 모습. 뒤에 빨간색 철교는 옥순대교다. 

출렁다리를 지나서 데크로 이어진 산책길은 150미터 정도. 그 길 끝에서 옥순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지만, 사유지라 이용할 수는 없는 상태다. 아마도 소유자와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등산로까지 개방된다면 옥순봉 정상까지 오르는 재미도 크겠다. 


다만 출렁다리가 사람들을 계속 불러들일만큼 매력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충주호를 바라보는 포인트는 옥순봉 출렁다리가 아니더라도 곳곳에 있으니 말이다. 현재 전국에 출렁다리만 150여개라고 하니, 그야말로 넘쳐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전국 어디를 가나 출렁다리 하나는 만날 수 있을만큼의 숫자다. 이곳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의 편의나, 주위 생태를 살리기 위한 방책으로서의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지 않은, 순수히 관광 목적만으로 지어진 출렁다리가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출렁다리를 건너 돌아오면서 한때의 유행과 업적에 휩쓸리지 않는 관광계획이 세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 우리는 더 이상 성장해서는 안 된다
마야 괴펠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잠시 멈추면서 우리가 마주친 것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경제는 여전히 예전대로 성장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잠시 맑았던 공기는 다시 미세먼지로 가득하고, 지구는 계속 달구어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는 어찌됐든 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라는 속성상 결국 해결되어질 것이다. 다만 얼마나 빨리 해결되는가의 문제이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지구가 달구어지고 있는 위기는 어떤가. 폭염, 폭한, 폭우, 폭설 등 점차 기후변화의 혹독함을 자주 접하면서 그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삶에서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자는 목소리는 들리지만, 그것을 위한 행동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책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의 저자 마야 괴펠은 우리가 지구를 위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더 늦기 전에 즉각 행동에 옮길 것을 주장한다. 

그가 책에서 내세운 여러가지 이유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두 가지 역설이다.


하나는 가치의 역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과, 생존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는 다이아몬드는 그 가치에 있어서는 물이 훨씬 중요하지만, 그 가격은 다이아몬드가 수만 배 높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격, 즉 돈이 가치를 결정하는 듯 여겨지지만, 물과 다이아몬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에게 지구는 물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그 가치는 엄청나지만 가격은 홀대받는 것. 하지만 공기와 자연이 공짜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접할 순 없다. 진정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또하나는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이스털린 역설이란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정체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고 난 이후에는 소득과 행복 간에는 비례관계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을 더 얻기위한 노력보다는 행복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는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고, 이 성장이 행복을 보장할 것이라고 유혹한다. 물질에 대한 욕망을 끝없이 자극함으로써 자본주의는 그 힘을 키워가는 셈이다. 이런 성장의 논리는 지금의 화석연료가 가져온 폐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그린에너지를 택한다. 언뜻보면 지구를, 환경을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막대한 에너지 소비 자체가 가져오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방법만을 바꾸고자 할 뿐 성장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아니 인류를 살리기 위해선 욕망을 덜어내고 성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스털린 역설이 말해주는 듯하다. 


지구온난화가 가져오는 위기는 공유지의 비극을 닮았다. 지구라는 공유지를 개인(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함으로써 지구는 황폐화되고 있다. 지구의 황폐화는 한 개인이나 국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인류, 국가는 물론 후대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우리의 삶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영화 [돈룩업]에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각자의 진영 논리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종말을 맞듯, 우리는 지구온난화라는 혜성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음에도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우리는 돈과 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가져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강추! 하지만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비추! 마냥 웃고 싶다면 다른 영화를 보시길.... ★★★☆


2. 천문학과 대학원생과 담당 교수가 새롭게 발견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이 무시무시한 종말론적 사실을 세상에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먼저 찾아간 곳은 백악관. 하지만 혜성과의 충돌이라는 예견된 사실은 진영 논리에 의해 진실과 거짓의 논쟁으로 바뀐다. 정치가 아닌 언론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하지만, 방송은 무거운 주제마저도 가벼운 농담처럼 다룬다. 사실이 주는 무게감은 사라지고, 출연자들의 이미지만이 소비된다. 이들의 외모와 행동은 밈이 되어 SNS로 퍼져간다. 


3. 정치와 언론이 사실을 다루는 방식을 블랙코미디로 표현했지만, 진짜 현실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왜일까?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을 수없이 목격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과학적 발견이 소재로 쓰였지만, 현실에서는 단일한 사건을 둘러싸고 사실이 진실과 거짓의 싸움으로 변질되고, 핵심을 벗어난 가벼운 즐길거리로 둔갑한다. 사실이 사실인지를 점검하는 팩트체크마저도 진영 간의 논리에 의해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사실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을 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사실은 그 모습도 영향력도 달라진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4. 뭐, 이런 정도의 비판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너무나 자주 접해온 일이었기에, 블랙코미디를 통한 웃음이 유발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어처구니가 없다라기엔 우리 현실이 이보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많은 탓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대목은 어찌됐든 혜성과의 충돌이라는 사실이 인식되면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애초의 핵무기를 발사시켜 혜성을 폭파시키려던 계획은 거대 IT기업 배시의 CEO가 혜성에 수 조 가치의 희토류가 포함되어 있어, 혜성을 파괴하는 대신 드론을 이용해 채굴한다는 계획으로 변경된다. 하지만 드론을 보내기 위한 우주선은 모두 폭파되어 버리고,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5. 실제 우리에게도 지구온난화라는 종말론적 사실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진영에 따라 달라진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입장차는 커보인다. 아니, 지구온난화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가로막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까지 떠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인간의 탓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라는 주장도 있다. 

입장차도 입장차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자세도 큰 차이가 있다. 화석연료를 비롯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해결책 대신 결국 인간의 과학기술, 첨단기술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주위를 떠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인류가 눈앞에 닥친 위기 앞에서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무도 변하지 않는다면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자명한데도 말이다. 

[돈룩업]의 지구를 향한 혜성은 현실의 지구온난화와 닮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