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현장21>에서 김호철 감독과 문경은 감독의 리더십을 다뤘다. 프로배구와 농구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 팀의 감독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더군다나 모래알같은 조직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 이런 성과를 이루었는지 관심이 갔다. 특히 '버락' 김호철 감독이 어떻게 얼굴에 웃음을 띠며 선수들을 지휘하게 됐는지 '미소' 김호철로의 변신 과정이 사뭇 궁금했다.

전문가는 이 두 감독의 리더십을 가치와 욕망을 적절히 자극할 줄 아는 능력으로 보았다. 그것은 꿈을 제시했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김호철 감독은 목표 제시가 뚜렷했다는 것, 문경은 감독은 규율과 자유를 잘 조절했다는 것이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런 원동력이 있게 하는데는 현실상황판단 능력이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드림식스팀은 모기업이 없는 상태다. 올해가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채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선수들은 나라도 잘해서 좋은 팀으로 스카우트 되어야 겠다는 욕망을 지닐수밖에 없다. 한데 김 감독은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모기업을 찾아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뚜렷한 목표점이 생긴 것이다. 이 목표가 선수들을 움직였다. 그리고 의기소침한 선수들을 위해 호통보다는 미소로 다가갔다. 팀 색깔에 맞추어 자신의 지도 스타일도 색깔을 바꾼 것이다.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SK 나이츠는 10년 가까이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팀이면서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개개인이 뛰어난 만큼 개성도 강해 하나로 묶이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라 지적됐다. 이에 문 감독이 내놓은 해결책이 아침 7시 기상해서 모두가 자유투 100개씩 하고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한식구라는 느낌이 들게하려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 공격은 자유롭게 하되 수비는 철저한 약속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약속을 어기면 호된 질책이 따른다. 개성을 살려주되 팀웍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계산인 셈이다.  

이 두 감독의 리더십은 조직의 문제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문제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특성이라 여겨진다. 개인이 처한 현실에 대한 상황을 적확하게 판단하고, 그 판단을 바탕으로 먼저 뚜렷한 목표를 정한 후, 개인의 성격과 특성에 맞추어 규율과 자유를 적절히 배합한 일과를 계획한다면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당당한 걸음걸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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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문을 연지 8개월 만에 50억이 넘는 매출을 거둬 화제다. 이곳의 물품 80%는 신선식품이고 20% 정도가 가공식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신선식품의 신선함을 위해 매일 매일 출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직매장에 대한 개념도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실제로 직판매를 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 있지만 완주군의 성공이 이례적이라고 평가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리고 무엇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끈 것일까. <SBS 현장 21>의 취재가 만족스럽게 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추론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줬다.

먼저 거론해볼 수 있는 것은 큰 도시와의 근접성이 아닐까. 전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농수산물을 소비할 주체인 소비자가 없다면 모든 것이 허사일테니까 말이다. 꼭 큰 도시가 없더라도 군의 중심지엔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런 곳도 직매장이 성공할 수 있는 터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래도 시골까지 사람들이 물건을 찾으러 오는 것은 또다른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것은 매일매일 농약품 잔류 검사를 한다는 것과 남은 물건을 수거해 감으로 인해 소비자들과 신뢰를 쌓아갔다는 데 있을 것 같다. 싱싱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믿음을 준 것이다. 이런 밑바탕에는 교육과 관리라는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고 여겨진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판매량을 즉각 즉각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게다가 착한 가격까지 더해졌으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중간유통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거품이 낄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포장에서 진열, 가격 책정까지 모두 생산자가 책임진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직매장은 그저 판매 장소만 빌려주고 10%의 수수료만 챙긴다는 것이다. 물론 철저한 관리를 기본으로 한다. 자체 규율을 어기면 페널티를 주고 삼진아웃제까지 만들었다.

직매장은 처음 50곳의 농가가 참여했다가 지금은 300곳이 참가하고 있고, 300곳의 농가가 참여 희망을 내보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은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기업농이나 대규모 농장 위주로 생존 전략이 짜여져 있던 농촌에 고령농과 소농들의 활로가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로컬푸드는 에너지 절약적인 생태적 판매가 아니던가. 온라인 판매까지 연결된다면 더욱 생태적일 수 있겠다. 그러나 개별적 소농들로 이루어진 생산자이다 보니 상품의 다양성이라든가 품질의 균일화, 꾸준한 생산량 등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이런 문제들은 더 많은 농가들의 참여와 이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대부분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전국 곳곳에 이런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겨 생산자도 소비자도 함께 웃으며 농산어촌이 건강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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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에도 자격증이 있다 - 귀농 창업 농업인의 필독서
곽해묵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1995년 팔공산 자락으로 30대에 귀농해 신지식농업인이 된 한 농부의 해외농업연수기다. 뉴질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일본, 말레이시아 등의 연수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사이사이 자신이 귀농해서 지금까지 겪었던 생활을 풀어놓고 있다. 이 이야기들 속에서 현재 우리 농촌이 처한 환경과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조금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자립으로서의 귀농이 아니라 비즈니스로서의 귀농, 즉 농업을 통한 창업 또한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를 실감케 한다. 그리고 자립농이든 기업농이든 농촌에서 삶을 정착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관계에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먼저 글쓴이가 바라본 농업의 흐름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농업도 노동집약적인 농업에서 자본집약적인 농업으로 발전해가는 것을 느꼈다. 즉 경제소득 작물인 벼 재배는 70년대에 증산왕시대가 마감되고 80년대의 시설채소 등장, 90년대 기계화 영농에 이어 IMF 이후 축산농가의 규모화와 21세기 들어와 생산과 유통은 물론 관광농업을 포함한 비즈니스 농업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37쪽 

 

이는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뭇가뭇한 기억이지만 그는 농촌이 체험관광지로 변모해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측대로 선진국의 농업형태는 많은 부분이 체험화, 관광화 되어 있다. 이책 <귀농에도 자격증이 있다> 내용 중 해외 연수부분은 체험관광 형태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상은 평야지대는 기계화 영농의 기업농으로, 그 외 지역은 생산, 가공, 유통, 관광농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84쪽

 

위에서 언급했듯 관광농업과 함께 농촌의 또다른 생존 대책으로 글쓴이는 기업농을 말하고 있다.

나는 세계화 시대에서 열악한 환경의 우리나라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가족 농을 단위조직으로 세분화 전문화로 연합된 기업농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79쪽

가족노동력 중심의 한국농업은 작목반과 영농조합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산지유통센터로 규모화와 집단화, 그리고 효율화로 기업형 농업으로 발전하여야 희망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177쪽

현재 시장유통의 흐름이나 대형유통업체는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의 산지규모화와 품질규격화, 상품의 균질화 및 유통단일화로 경쟁력 있는 친환경농산물산지유통센터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67쪽

 

글쓴이는 이와 같은 상황 판단으로 작목반과 영농조합 등을 만들고 산지유통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애써 왔다. 하지만 사람들간의 알력과 갈등이 발생하면서 끝내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루 20시간씩 일해오면서 구축해온 일들이 인간 사이의 균열로 인해 무너져내린 것이다. 뜨거운 열정과 헌신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비즈니스라는, 경제적 이익을 놓고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소작농 형태의 자립농사를 위한 귀농인들은 이런 갈등으로부터 조금 멀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많은 책들 또는 글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충고하는 말이 있다. 바로 마을에 녹아들어라, 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귀농의 형태가 되었든 그것이 생존 또는 생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귀농의 절망도 희망도 모두 사람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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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13-01-23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염원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과정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
언젠가 한 수 배우러 갈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아기는 역시 부모를 닮는 법(?)인가 봅니다. 고집이 얼마나 센지 ㅜㅜ

윤대권 2013-06-11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곽대표님 그렇게 좋은 책을 펴내사고 바쁘신 와중에보람있는큰일을 하셨네요 곽대표님 같은분이 계시기에 우리농업도 희망과 발전을 기대보 는것 아닌가 쉽네요. 그열정으로 못이룰일 무엇이겠습니까.용기 일치마시고. 원하시는바 꼭이루시길...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 - 삶의 방식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법
크리스 길아보 지음, 강혜구.김희정 옮김 / 명진출판사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자리가 없어서. 일자리를 잃어서. 꿈을 찾고 싶어서. 대박을 꿈꾸며....

창업이 요구되는 시대다. 창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창업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성공하는 창업의 비밀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이 책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는 망해도 별로 손해볼 것 없는 창업의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책 내용이야 성공한 창업가들, 전세계적으로 약 100여가지 사례의 공통점을 모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큰 밑천이 없어도 창업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IT의 발전 덕분이다. 따라서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부분의 창업은 컨설팅이나 온라인 강습, 전자책 출판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 컨설팅이나 강습, 출판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꼭 전문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일반 사람들이 접근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이다. 맛집 추천이나 뜨개질, 재미있는 지도 제작 등 사전 지식없이 열정만으로도 가능한 분야들이 널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처럼 보인다.

다만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치있는 일, 사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돈을 쫓지 말고 가치를 쫓으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가치를 쫓는 일이 결국 생계를 보장해주는 돈벌이가 되겠지만 말이다. 여기에서 가치란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서비스 등을 말한다. 즉 고객에게 유용한 것을 제공하고, 그것의 숨은 진정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도 가치가 있어야만 한다. 자신의 재능과 열정이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일 때 자신에게도 고객에게도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열정과 남들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부분의 교집합을 찾아서 창업하라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몸담고 잘 해왔던 핵심 역량 뿐만 아니라 잠재적 역량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작법부터 성공까지의 길을 자세히 가르쳐준다. 한쪽짜리 사업계획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하기, 상품 출시, 허슬링(말과 일의 이상적 조합. 말도 많고 그만큼 일도 충실한)과 트위킹(살짝 살짝 정기적으로 손을 대는 지속적 활동)하는 법, 돈을 모으는 법, 아웃 소싱이나 파트너십, 제휴 프로그램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 필요한 일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치를 팔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 그 생각이 강렬할 때, 그리고 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비로소 창업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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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게 바로 인생이다" 41쪽

여기서 무슨 일이란 뜻하지 않은 사건, 사고를 말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런 꿈을 꾼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빈 옆자리에 아름다운 이성이 앉기를, 차갑고 쓸쓸한 겨울바다에서 로맨스가 피어나기를 말이다. 뭐, 어쨋든 여행은 사람이든 사건이든 새로운 만남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변화가 생긴다면 비로소 여행이 관광과 구별되는 어떤 매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1. 이 책 <여행할 권리>는 작가 김연수가 중국, 일본, 독일, 미국 등에 상당 기간 머물며 지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가 어렸을 적 보냈던 곳을 찾는다거나, 작가 이상의 행적을 쫓는 등 다분히 목적이 있는 여행들이다. 현지 가이드나 사람들과의 인연 등이 씨줄로, 강용흘, 이미륵, 김사량, 이광수, 이상, 김수영 등 일제시대 작가들의 행적을 날줄로 엮어 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 씨줄과 날줄을 관통하고 있는 단어는 국경, 즉 경계다.  

 

한번도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관이란 그런게 아닐까?  167쪽

그 어떤 경계에도 갇히지 않는 문학. 진지한 작가라면 바로 이런 소설을 꿈꾼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공간에서 가장 먼 곳까지 가려고 든다.... 진지한 작가들은 필연적으로 볼온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169쪽

문학이란 가장 멀리까지 가본 자들만이 하는 행위다. 275쪽

 

우리가 국경을 넘어 해외를 여행하게 되는 경우 몇가지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고정관념과 체면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끝끝내 고집하고 짊어지고 가는 경우 여행은 고달픈 일이 되고 만다.

하지만 반대로 눈치 볼 일이 없어진 세상은 홀가분하다. 그 홀가분해진 몸뚱아리로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도 더 잘보이기 마련이다. 그것은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경은 또한 우리 인식의 경계이기도 하다.    

 

2. 멀리 가면 풍경은 달라지지만, 인간들은 다 똑같으니까. 지기 싫어서 악을 쓰다가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후회하느라 또 얼마간 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그러면서 조금씩 배워나가는 게 삶이니까. 인간들이 다 똑같은 한에는 우리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72쪽

 

여행은 이렇게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나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열린 사고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여행의 가장 큰 혜택이지 않을까 싶다. 어쨋든 사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그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일도 나의 가치관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을 필요로 한다.

 

하루종일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꿋꿋하게 웃으면서 살 수 있다니, 존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3쪽

주책 바가지들. 평생 철모르는 인간들....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왜 자꾸 우리를 취직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빈둥거릴 텐데, 그 꼴만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09쪽

 

사실 우리가 기계를 발명하고 녹색혁명과 같은 유전자 조작을 시도하는 것들은 배고픔의 문제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요, 노동의 굴레에서도 해방되고자 함일 것이다. 한마디로 놀고 먹는 삶을 위해 이제껏 진보니 발전이니 하며 채찍을 가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열대의 한가로운 섬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이런 욕망의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빈둥거리는 사람들을 그토록 증오하는 것일까. 그것은 질시의 그릇된 표출이지 않을까 싶다. 다같이 유유자적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런 호사로움은 지금 당장엔 극소수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생산기술과 생산력만으로도 베짱이 같은 삶을 유지하는게 어려운 일일까 의문이 든다. 끊임없이 부추겨지는 욕망에 장단을 맞추는 것. 그것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일까.

 

3. 언어 자체는 객관적인 것이 아닌가? 이 질문에 이 친구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주관적이며, 그래서 모든 게 정치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언어라는 게 오염됐다는 이야기인데,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194쪽

 

현 시대가 이야기하고 있는 담론들을 살펴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어 살피기는 또다른 경계를 찾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3년 대한민국은 복지라는 담론이 활개를 치고 있다. 복지가 시혜가 아닌 공정한 출발선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고의 경계선을 확장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행할 권리가 항상 주어져야 한다. 사람을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고 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는 우리의 경계를 저멀리 밀어내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여행할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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