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삽목 가지가 미동조차 없는 듯 보였지만, 20여 일 동안 숨을 들이키고 있었나 보다. 삽목 4주차에 접어들자 하나 둘 새 혓바닥만한 잎순이 연녹색을 품고 살뽀시 얼굴을 내민다. 



굵은 가지는 아직 기미가 없고, 주로 얇은 가지에서 순을 내밀고 있다. 가지 맨 끝부분에 속하는 것들이다. 생명력이 가장 꿈틀대고 있던 곳인가 보다. 굵은 가지에도 소식이 올련지 모르겠으나, 만약 소식이 온다면 더디더라도 훨씬 강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하루하루 잎순을 내미는 가지 수는 늘어나고, 먼저 내민 잎순은 조금씩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꽃샘 추위에 아침에 물이 얼고 있어 밖에 내놓기는 힘들겠다. 조금 더 실내에서 키우다 잎이 쑥 고개를 더 내밀고, 뿌리가 안정될 때쯤엔 밖으로 내놓야겠지. 여리디 여린 잎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행복감에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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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인 25년 3월 19일 산수유꽃이 곧 피려고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매화도 슬슬 꽃봉오리를 맺어가며 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22,23일) 꽃을 활짝 피웠던 산수유는 이제(24일) 만개했다. 한낮 온도가 20도를 넘어서면서 나무들이 물기를 머금는 듯 생기가 돌기 시작해 보인다.



매화도 한두 송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날씨가 요망(?)해도 해가 길어지고 온도가 올라가면 꽃이 피고 잎이 나는 법.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과 잎들도 지금 전국 곳곳에서 불에 타 재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가뭄과 폭우. 극심한 날씨를 만들어 낸 인간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이 재앙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아니, 재앙을 이기려 허튼 짓을 하기 보다는 먼저 재앙을 미리 막는 예방책을 찾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풀과 나무들이 허망하게 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적게 쓰고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욕심내는 생활로 더불어 많이 행복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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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삽목을 한 지 3주차에 접어들었다.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박스 종이로 막았다.



여전히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3주간 아무런 변화가 없나 싶어 궁금한 걸 못참고 삽목 가지 몇 개를 뽑아 보았다. 그 중 일부는 가는 실 같은 뿌리를 내민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문제는 이것을 다시 꼽고 한 번 더 뽑는 과정에서 뜯겨진 것인지 사라졌다는 것. 궁금하더라도 진중하게 기다려보아야겠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최저온도를 최대한 올려주고, 틈틈이 물을 주어 습기를 맞춰주고.... 분명 변화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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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대한민국. 122분. 스릴러. 25년 3월 21일 공개. 연상호 감독. 류준열, 신현빈 주연. 2022년 동명의 웹툰 원작. 연상호 글, 최규석 작화, 복잡하지 않고 깔끔해진 이야기. 아귀가 들어맞는 전개. 연상호 세계관에 자주 등장하는 죽음 이후의 활동체(좀비나 괴물 등) 등장없이 현실 속 인물들 만으로도 자신의 세계관을 이어가다. ★★★★ 8점/10점


2. 사명의 나라 교회 목사 성민찬(류준열). 어느날 아내로부터 자신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낯선 남자와 함께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민찬은 교회에 들렀던 성범죄 전과자인 권양래가 생각나고,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한편 강력팀 형사 이연희(신현빈)는 과거 권양래의 범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복귀한 일선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다 권양래와 민찬을 맞닥뜨린다. 과연 실종 사건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3. '파레이돌리아'라는 현상이 있다. 모호한 형상이나 음원을 일정한 패턴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구름 모양 속에서 사람의 얼굴을 본다거나, 거꾸로 듣는 음악에서 기괴한 음성을 듣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인간은 위협에 대비하고 재빨리 반응함으로써 생존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위협을 간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패턴에 대한 인식이 있다. 패턴을 알면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인식은 또한 뇌의 효율성을 높여주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덕분에 패턴 인식은 진화를 통해 강화되어져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패턴 인식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파레이돌리아다. 


4. 민찬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파레이돌리아 현상에 사로잡힌다. 예수의 얼굴 또는 신의 모습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것이다. 자신이 행하는 행동이 신의 계시를 이루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잘못된 믿음이 사건을 아전인수 식으로 이끄는 것이다. 파레이돌리아적 인식에 아전인수식 해석이 더해져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행동이 신의 계시라고 믿는 광신도의 행태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현재 일부 종교집단이 보여주는 행태가 이와 꼭 닮아 있다. 욕망을 계시로 바꿔치기하고, 맹목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정말 신의 계시인 양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폭력적 형태까지 드러낸다. 


5. 민찬은 벽면에 그려진 신의 얼굴을 닦아낸다. 그가 닦아내고자 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의 얼굴은 어느새 악마로 변해 간다. 그의 잘못된 인식은 신과 악마를 구분짓지 못한다. 파레이돌리아와 아전인수.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 때 나타난 현상들. 대한민국의 위기는 현실을 현실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런 오류에 빠져들어가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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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미국. SF, 스릴러, 공포, 미스터리. 102분. 제작비 4500만 달러. JJ에이브럼스 제작. 2018년 2월 넷플릭스 개봉. 영화 <클로버필드> 프리퀄 적 성격. 평행세계가 뒤섞여버리는 혼돈. 고구마 수십 개는 먹은 듯한 답답한 인물들의 좌충우돌.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쓸데없는 계몽. ★★ 4점/10점


2. 지구 에너지원이 고갈되어 멸망의 의기에 처한 근미래.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양자역학에 기반들 둔 영구 에너지 기관인 입자 가속 장치 '세퍼드'를 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한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진척이 없자, 우주정거장 내 연구원들은 신경이 곤두서 갈등에 휩싸인다. 이 와중에 마지막이라 할 실험이 성공하지만, 그 후폭풍으로 지구와 달이 사라지고, 우주정거장에서도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연구원들은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자신이 살고 있던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3. 영화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지만, 온전하게 클로버필드의 상황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클로버필드에 등장하는 괴생명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어렴풋한 추측만 가능하다. 

우주정거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지만, 시각적 재미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양자역학이 갖는 불확정성을 모티프로 입자 가속으로 인해 평형세계가 뒤섞인다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평형세계가 있다는 가정 하에 생각하더라도 왜 단지 두 세계만이 뒤섞이는지, 왜 일부만 뒤섞이는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 등등 영화가 전제하는 현상 모두가 비논리적 공상일 뿐이다. 그저 이야기를 위한 공상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리적 전개가 없어서 아쉽다.


4. 게다가 인물들은 또 얼마나 답답한가. 우주정거장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하다보면 정상적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물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과정이나, 해결하는 과정 모두 납득가는 부분이 별로 없다. 캐릭터에 대한 일목요연함이 떨어지고, 이들간의 관계성이 약하다 보니 고구마를 먹고 체한 듯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5. 그나마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만약 평형세계가 있어서 또다른 나가 현재 잘 살고 있다면, 그리고 머지않아 그에게 불행이 닥칠 것을 알고 있다면, 나는 또다른 나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불행을 막을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 옳을까? 라는 질문이다. 또 단 3명만 죽이면 60억 인구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는 공리주의적 선택 상황. 반대로 죽이는 입장이 아니라 죽어야 하는 3명의 입장이라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까지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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