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미국. SF, 스릴러, 공포, 미스터리. 102분. 제작비 4500만 달러. JJ에이브럼스 제작. 2018년 2월 넷플릭스 개봉. 영화 <클로버필드> 프리퀄 적 성격. 평행세계가 뒤섞여버리는 혼돈. 고구마 수십 개는 먹은 듯한 답답한 인물들의 좌충우돌.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쓸데없는 계몽. ★★ 4점/10점
2. 지구 에너지원이 고갈되어 멸망의 의기에 처한 근미래.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양자역학에 기반들 둔 영구 에너지 기관인 입자 가속 장치 '세퍼드'를 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한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진척이 없자, 우주정거장 내 연구원들은 신경이 곤두서 갈등에 휩싸인다. 이 와중에 마지막이라 할 실험이 성공하지만, 그 후폭풍으로 지구와 달이 사라지고, 우주정거장에서도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연구원들은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자신이 살고 있던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3. 영화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지만, 온전하게 클로버필드의 상황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클로버필드에 등장하는 괴생명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어렴풋한 추측만 가능하다.
우주정거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지만, 시각적 재미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양자역학이 갖는 불확정성을 모티프로 입자 가속으로 인해 평형세계가 뒤섞인다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평형세계가 있다는 가정 하에 생각하더라도 왜 단지 두 세계만이 뒤섞이는지, 왜 일부만 뒤섞이는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 등등 영화가 전제하는 현상 모두가 비논리적 공상일 뿐이다. 그저 이야기를 위한 공상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리적 전개가 없어서 아쉽다.
4. 게다가 인물들은 또 얼마나 답답한가. 우주정거장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하다보면 정상적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물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과정이나, 해결하는 과정 모두 납득가는 부분이 별로 없다. 캐릭터에 대한 일목요연함이 떨어지고, 이들간의 관계성이 약하다 보니 고구마를 먹고 체한 듯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5. 그나마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만약 평형세계가 있어서 또다른 나가 현재 잘 살고 있다면, 그리고 머지않아 그에게 불행이 닥칠 것을 알고 있다면, 나는 또다른 나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불행을 막을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 옳을까? 라는 질문이다. 또 단 3명만 죽이면 60억 인구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는 공리주의적 선택 상황. 반대로 죽이는 입장이 아니라 죽어야 하는 3명의 입장이라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까지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