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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 -상 ㅣ 영원의 아이
텐도 아라타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키, 쇼이치로, 료헤이라는 3명의 아이.아동학대 속에서 자신을 두터운 껍질에 감춰버려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다. 하지만 이 세명의 아이는 서로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마음을 열음로써 세상으로 나선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는 법. 어른이 되고 나서도 이들에겐 어릴 적 학대가 악몽처럼 등장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끊임없는 악순환. 소설은 아동학대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눈물샘을 자극하며 보여준다. 게다가 추리소설 기법을 동원해 마지막 반전을 가져옴으로써 읽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특히 이 소설이 주는 생각할 거리는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이슈이외에도 홀로서기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근대적 교육, 특히 서구적 교육을 받아오면서 개인을 강조하고 그 개인의 독립성을 요구받아왔다. 하지만 그러한 독립성이 인간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깨우쳐야 할 때가 온것은 아닐까
혼자서만 너무 애를 쓰면, 자신은 물론이고,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거야.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고 해결하려는 것만이 어른이 취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닐거야. 사람을 믿고, 맡기고 또 다른사람의 어려움을 받아들여주는 것도 사람에게는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되는 게 아닐까? 천천히라도 좋아. 자신의 마음을 열어봐, 어때 다른 삶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어리광이라도 한번 피워보라고. 그걸 자신에게 허락해 보면 어떨까 (3권 P160)
사실 홀로서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그것을 시도해본 사람은 모두가 알 것이다. 그러나 알아서 척척척, 혼자서도 잘해요를 강요당해온 우리에게 있어선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광에 불과했다. 그리고 어른은 어리광을 절대 피워선 안되는 것이지 않은가? 이렇게 혼자서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견뎌내기 위해선 우린 거짓 웃음과 태연함을 가장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선의의 거짓말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을 때만이 홀로서기는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들이 얼마나 타인의 가슴에 시퍼런 멍을 남기는 줄은 알지 못한다. 나의 선의의 행동이 때론 타인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거짓말이나 비밀로 자신을 감싸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일도 있으니까요.물론, 그런 일도 있겠지.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으니까. 그러나 거짓말을 하고, 또 비밀을 오래 숨기고 있다보면,거기에 길들여져 버리지 않을까. 길들여지면 아주 간단한 진실을 말하는 경우에도, 두려워서 거짓말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어. 그래서 오히려 상처를 크게 만들어 버리는 일도 있는 거야.(3권 P350)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기댈 수 있다는 것. 그 기댈 수 있는 사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산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지도 모른다. 삶의 가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니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삶, 어찌보면 나의 등을 살며시 받쳐주고 있는 그 어떤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삶일련지도. 이 시간 비록 비틀거리더라도 누군가에게 내 몸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인다. 순간이며 영원한 삶의 행복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