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1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영화 <동사서독>을 보면 동사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저 사막 너머, 산 너머에 뭐가 있을 것인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만 실은 별거 없다고. 그러나 그도 마지막엔 그 너머로 발길을 돌리며 영화는 끝은 맺는다. 이 때의 너머란 그저 망각을 위한 발걸음일 뿐이다. 반면 그 너머엔 더 높은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속 홍칠이가 그렇다. 그리고 배가본드 라는 이 만화 속 주인공 다케조(미야모토 무사시)가 그렇다.

자신의 스승은 산이라고 말하며 검술을 익혀가는 무사시의 삶은 오직 정상만을 향해 오르는 산악인을 생각케한다. 정상에 올라 깃발을 꽂아야지만 그 산을 정복했다고 여기는 사람들. 무사시도 그런 사람이다. 검술에 있어 최고봉에 오르지 않는 한 아무 의미도 없다고 여기는 무사.그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다른 일본 만화가 보여주 듯, 그리고 작가의 전작이 보여주듯, 점차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면서 자신 위에 더 많은 실력가들을 체험하면서 몸으로 배워간다. 그리고 아마 정상에 설 것이다. 만화는 그가 정상에 서는 순간 끝날 것이다.

작가가 말하듯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슨 교훈을 얻으려 할 필요는 없다. 이건 단지 흥미만을 위해 쓰여진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뒤에 감춰진 진실을 애써 외면할 필요도 없다.

죽음 앞에서 찾아오는 공포, 천재와 노력가의 차이 등등 단순히 재미로만 넘기기엔 아까운 장면이 곳곳에 숨겨있다. 그리고 무사시의 스승이 자연이기에 그런 것인지 작가가 그려내는 자연은 숨막힐 정도의 아름다운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쓱쓱 그어대는 빗줄기나 우람하게 자란 나무들과 숲들, 원경으로 비쳐지는 마을 들은 작가가 얼마나 이 그림에 공을 들였는지 가히 짐작케한다.

마치 무사시가 최고의 무사를 꿈꾸듯 자신 또한 최고의 만화작가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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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2010-01-1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가본드1 부터 흥미진진하게 즐겨 보다가....계속 나오니까...지쳐서 그만 구입하게 된 베가본드! 지금도 계속 나오지요....명탐정 코난이 10년 넘게 나오는 것처럼요...우리나라 만화가들도 좀 끈질기게 작품을 내면 좋은데요. (신일숙씨인가...아라비안 나이트가 5권까지만 나오고 연재 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