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삽목을 한 지 3주차에 접어들었다.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박스 종이로 막았다.



여전히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3주간 아무런 변화가 없나 싶어 궁금한 걸 못참고 삽목 가지 몇 개를 뽑아 보았다. 그 중 일부는 가는 실 같은 뿌리를 내민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문제는 이것을 다시 꼽고 한 번 더 뽑는 과정에서 뜯겨진 것인지 사라졌다는 것. 궁금하더라도 진중하게 기다려보아야겠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최저온도를 최대한 올려주고, 틈틈이 물을 주어 습기를 맞춰주고.... 분명 변화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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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대한민국. 122분. 스릴러. 25년 3월 21일 공개. 연상호 감독. 류준열, 신현빈 주연. 2022년 동명의 웹툰 원작. 연상호 글, 최규석 작화, 복잡하지 않고 깔끔해진 이야기. 아귀가 들어맞는 전개. 연상호 세계관에 자주 등장하는 죽음 이후의 활동체(좀비나 괴물 등) 등장없이 현실 속 인물들 만으로도 자신의 세계관을 이어가다. ★★★★ 8점/10점


2. 사명의 나라 교회 목사 성민찬(류준열). 어느날 아내로부터 자신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낯선 남자와 함께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민찬은 교회에 들렀던 성범죄 전과자인 권양래가 생각나고,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한편 강력팀 형사 이연희(신현빈)는 과거 권양래의 범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복귀한 일선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다 권양래와 민찬을 맞닥뜨린다. 과연 실종 사건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3. '파레이돌리아'라는 현상이 있다. 모호한 형상이나 음원을 일정한 패턴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구름 모양 속에서 사람의 얼굴을 본다거나, 거꾸로 듣는 음악에서 기괴한 음성을 듣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인간은 위협에 대비하고 재빨리 반응함으로써 생존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위협을 간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패턴에 대한 인식이 있다. 패턴을 알면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인식은 또한 뇌의 효율성을 높여주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덕분에 패턴 인식은 진화를 통해 강화되어져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패턴 인식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파레이돌리아다. 


4. 민찬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파레이돌리아 현상에 사로잡힌다. 예수의 얼굴 또는 신의 모습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것이다. 자신이 행하는 행동이 신의 계시를 이루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잘못된 믿음이 사건을 아전인수 식으로 이끄는 것이다. 파레이돌리아적 인식에 아전인수식 해석이 더해져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행동이 신의 계시라고 믿는 광신도의 행태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현재 일부 종교집단이 보여주는 행태가 이와 꼭 닮아 있다. 욕망을 계시로 바꿔치기하고, 맹목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정말 신의 계시인 양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폭력적 형태까지 드러낸다. 


5. 민찬은 벽면에 그려진 신의 얼굴을 닦아낸다. 그가 닦아내고자 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의 얼굴은 어느새 악마로 변해 간다. 그의 잘못된 인식은 신과 악마를 구분짓지 못한다. 파레이돌리아와 아전인수.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 때 나타난 현상들. 대한민국의 위기는 현실을 현실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런 오류에 빠져들어가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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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미국. SF, 스릴러, 공포, 미스터리. 102분. 제작비 4500만 달러. JJ에이브럼스 제작. 2018년 2월 넷플릭스 개봉. 영화 <클로버필드> 프리퀄 적 성격. 평행세계가 뒤섞여버리는 혼돈. 고구마 수십 개는 먹은 듯한 답답한 인물들의 좌충우돌.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쓸데없는 계몽. ★★ 4점/10점


2. 지구 에너지원이 고갈되어 멸망의 의기에 처한 근미래.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양자역학에 기반들 둔 영구 에너지 기관인 입자 가속 장치 '세퍼드'를 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한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진척이 없자, 우주정거장 내 연구원들은 신경이 곤두서 갈등에 휩싸인다. 이 와중에 마지막이라 할 실험이 성공하지만, 그 후폭풍으로 지구와 달이 사라지고, 우주정거장에서도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연구원들은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자신이 살고 있던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3. 영화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지만, 온전하게 클로버필드의 상황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클로버필드에 등장하는 괴생명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어렴풋한 추측만 가능하다. 

우주정거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지만, 시각적 재미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양자역학이 갖는 불확정성을 모티프로 입자 가속으로 인해 평형세계가 뒤섞인다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평형세계가 있다는 가정 하에 생각하더라도 왜 단지 두 세계만이 뒤섞이는지, 왜 일부만 뒤섞이는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 등등 영화가 전제하는 현상 모두가 비논리적 공상일 뿐이다. 그저 이야기를 위한 공상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리적 전개가 없어서 아쉽다.


4. 게다가 인물들은 또 얼마나 답답한가. 우주정거장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하다보면 정상적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물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과정이나, 해결하는 과정 모두 납득가는 부분이 별로 없다. 캐릭터에 대한 일목요연함이 떨어지고, 이들간의 관계성이 약하다 보니 고구마를 먹고 체한 듯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5. 그나마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만약 평형세계가 있어서 또다른 나가 현재 잘 살고 있다면, 그리고 머지않아 그에게 불행이 닥칠 것을 알고 있다면, 나는 또다른 나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불행을 막을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 옳을까? 라는 질문이다. 또 단 3명만 죽이면 60억 인구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는 공리주의적 선택 상황. 반대로 죽이는 입장이 아니라 죽어야 하는 3명의 입장이라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까지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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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시리즈 <미싱 유>. 영국. 드라마, 스릴러, 15세 이상, 5부작.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할런 코벤 소설 원작. 원작은 2015년 출간되었고, 한국어 번역으로 2016년 출판됨. 사랑했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헤어진 연인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 살고 있을까. 특유의 반전은 쫄깃하지만, 한 번 더 내민 또 다른 반전은 살짝 억지스럽다. ★★★ 7점/10점


2. 캣 도너번 형사는친구가 깔아놓은 음악 매칭 데이트 앱에서 11년 전 헤어졌던 약혼자의 프로필을 보게 된다. 아직도 그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기에 연락을 취해 보지만, 거절 당한다. 때마침, 자신의 어머니가 캣 형사의 전 약혼자와 만나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한 소년이 사건을 의뢰한다. 캣은 자신이 알던 전 약혼자와 다른 모습을 전해 들으며, 사건 해결을 위해 전 약혼자를 찾아 나선다. 과연 전 약혼자는 어디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3. 할런 코벤의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다만 이번이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시리즈의 두 번째 감상. 2010년대 쓰여진 할런 코벤 소설의 특성일까. 처음 보았던 폴란드 드라마 <단 한 번의 시선>과 얼개가 많이 닮아 있다. 먼저 작품의 제목은 노래 제목을 따 왔다. 2.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여성이다. 3.이들은 사건 해결에 나서면서 자신의 연인이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4.그의 주변 인물들과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과거의 사건과 얽혀 있음도 드러나게 된다.  


4. <미싱 유>에서는 데이트 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앱을 통해 범죄가 발생한다. 우리의 경우엔 중고마켓 앱 등을 통해 범죄가 발생한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간간히 접하곤 한다. 신혜선이 주연했던 2023년 영화 <타겟>이 이를 소재로 하기도 했다. 

사기범죄는 인간의 욕망과 직결되어 있다. 사람의 욕망을 이용해 범죄 대상자를 꾀어낸다. 욕망에 휩싸여 있는 상태에서는 그것이 사기임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중의 하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이런 연결의 욕망이 원동력이다. 지금도 수많은 프로그램이 짝짓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시리즈 <미싱 유>에서 데이트 앱을 범죄의 도구로 들고 나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사기가 판을 친다 해도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어하는 욕망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5. <미싱 유>에서는 두 개의 반전이 있다. 전 약혼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과 캣 형사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반전이다. 첫 번째 반전은 이야기의 소재와 잘 버무러져 흥미를 돋궈 준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은 조금 억지스럽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고나 할까. 두번째 반전을 가져다 준 사건이 물론 가능한 일일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번째 반전이 있어야 시리즈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반전은 약점이 되기도 강점이 되기도 한다. 


6. 아무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부디 감추지 말고 솔직해지자. 때론 묻어두고 감추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배려라는 명목으로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사랑하는 이들에겐 감춘다는 배려가 독이 될지도 모른다. 힘들지라도 함께 헤쳐나가는 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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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15세 이상. 25년 3월 14일 공개. 미국. 125분. SF,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어벤져스> 시리즈  중 <엔드게임> 등을 감독했던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았다. 순수 제작비만 3억 2천만 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많은 투자비가 들었다. 스웨덴의 시몬 스톨렌하그가 쓴 동명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밀리 바비 브라운이 주연으로 나오고,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성룡을 연상시키는 배우 키 호이 콴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한 마디로 블록버스터급 영화. 관람도 블록버스터급 영화 보듯이 눈요기 좀 하고 즐기면 된다. 하지만 간단한 줄거리임에도 이야기가 굉장히 서두르는 듯한 느낌에 산만하게 이어져 집중이 쉽지 않다. ★★☆ 5점/10점

  
2. 1990년대 인간의 명령에 충실했던 로봇들이 자유를 위한 반란을 일으킨다. 인간과 로봇 간의 전쟁이 일어나고, 인간의 승리로 전쟁은 끝이 난다. 전쟁에 패한 로봇은 일렉트릭 스테이트라는 지역에 감금되어져 살아간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소녀 미셀은 천재라 할 수 있는 동생이 죽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코즈모라는 로봇이 나타나고, 이 로봇이 동생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을 찾아내 구출해 달라는 듯하다. 동생을 찾아 떠난 미셀은 일레트릭 스테이트에서 밀수업자 키츠를 만나고, 그의 로봇 친구 허먼과 함께 동생 구출 작전에 나선다. 하지만 로봇을 찾아 파괴하는 브래드버리 대령이 엄청난 살상력으로 이들을 막아선다. 과연 미셀 일행은 동생을 구할 수 있을까.

3.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영화 초반 인간과 로봇 간의 전쟁 상황까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로봇의 등장과 주장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진짜 우리 지구의 역사를 요약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백미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모험 이야기는 다소 산만해져 집중이 어려워진다. 루소 형제는 어벤저스 시리즈 처럼 자신들의 장기인 양 많은 인물과 로봇을 등장시키고, 이들 간의 전투를 그려낸다. 하지만 전투 장면은 그래픽의 완결미는 뛰어나지만 보는 이들의 흥미를 끌기엔 역부족이다.

4. 인간이 로봇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뉴로 캐스터'라는 장비 덕이다. 이 장비를 머리에 뒤집어 쓰면 원격으로 로봇을 조정할 수 있다. 이 장비를 통해 로봇을 제압하고 난 후, 인간은 뉴로 캐스터를 통해 하기 싫은 일을 로봇에게 시키고, 자신은 가상 세계 속에서 향락에 빠질 수 있게 된다. - 마치 전쟁을 위해 사용했던 무기나 기술이 전후 생활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과 닮았다. 폭탄 제조 기술이 비료 제조 기술이 되고, 암호 해독 기술이 컴퓨터의 발전을 가져온 것 처럼- 하지만 뉴로 캐스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뛰어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뉴로 캐스터의 경영자는 자신의 회사를 지속시키기 위한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5. 영화의 주인공을 괴롭히는 빌런으로 브래드버리 대령이 등장한다. 뉴로 캐스터를 쓰고 조종하는 로봇이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다른 로봇을 찾아 죽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브래드버리 대령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다. 하지만 정녕 인간의 적은 로봇일까. 주인공 보다 매력적이지만 다소 관습적인 모습의 빌런 브래드버리가 영화의 주제를 말해주는 듯하다.  

6. 인간을 비롯해 의지를 갖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전쟁 대신 평화를 지키고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영화는 교감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교감은 디지털의 교환이 아니라 아날로그적 터치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포옹이 주는 감정적, 이성적 효능이야 말로 디지털 네트워크로 가득한 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가상공간 속에는 수십, 수백, 수 천의 친구로 가득하지만, 실상 현실 속에서는 외롭다고 느껴지는 것은 따듯한 손길을 기대할 수 없어서 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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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3-18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묘한 이야기>의 ‘엘‘은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잘 이어나가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