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종 농사가 반이다
소위 농사‘꾼’을 만나면 “모종 농사가 반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만큼 모종을 잘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너무 약하게도 그렇다고 너무 웃자라게 키워도 정식 이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모종의 뿌리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뿌리가 포트 밖으로 자라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포트 밖으로 자라 땅이나 부직포 등에 뿌리를 박게되면 나중에 옮겨심을 때 뿌리에 상처를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통 포트 밑에는 비닐을 깔거나 뒤집은 포트를 받쳐줘 뿌리가 안에서만 자라도록 유도한다. 또 모종을 잘 키운다고 영양분을 너무 많이 주거나 해서 웃자라게 키우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정식 이후 성장에만 치중한 모종은 수확을 풍성하게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시즌 개막에 맞추어 몸 상태를 조절한다. 그런데 3월 초에 열리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같은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이런 경우 그 해 성적은 초라한 경우가 허다하다. 모종이 웃자랄 경우 수확이 신통찮은 것과 꼭 닮았다.
2009년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이용규, 이종욱, 최정은 타율이 2할대 중반에 머물렀고, 고영민은 2군에서 고전해야 했다. 김광현은 삼진이 줄었고, 이승호와 윤석민은 방어율이 폭등했다. 2013년 WBC에 참가했던 장원삼은 방어율이 5점대를 기록했고, 오승환은 4.83, 봉중근도 3점대 중반에 머물렀다. 강민호는 홈런이 10개 줄었고 박경완은 타석이 현격하게 줄었다.
때를 아는 것, 그 때에 맞추어 몸을 맞추는 것. 야구와 농사의 닮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