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금요일 눈이 쏟아졌다. 토요일 무조건 산으로 가겠다고 작정했다.

동서울에서 아침 첫차를 타고 단양에 도착, 천동계곡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던 아저씨 한분이 입산통제가 됐다고 해서 낭패라고 생각, 사무실에 전화를 해보니 입산이 가능하단다.

고수동굴을 지나 천동계곡 입구에 도착, 길을 나섰다. 바람이 불지 않아 전혀 춥지 않았다. 몸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하는 설경에 시간도 더디간다. 비로봉에 오르고나니 오후 1시가 넘어섰다. 빨리 어두워질 것을 생각하면 그냥 내려설까 하다가, 이 좋은 풍경을 놔두고 가는게 아쉬웠다. 내친 김에 국망봉까지 향했다. 국망봉에서 설경을 만끽하고, 영주쪽으로 내려왔다.

소백산 산행은 행복했다. 가슴 속에 한참 동안 남을 풍경을 선사했다. 그 중에 얼음꽃은 정신까지 얼얼하게 만든다.


솔잎에 피어난 눈꽃


가지에 피어난 눈꽃

산행을 하다가 바로 옆 나무가 부러지는 것을 보았다.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우지끈. 그렇게 튼튼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물론 안타까움 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반면 솔잎과 가지는 눈을 이고도 살랑인다. 부드러움 덕분이다. 눈을 억지로 떨구어 내지 않고 녹아내릴 때까지 기다린다. 그 녹은 물이 채 땅에 떨어지기 전에 찬바람에 얼어붙는다. 투명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유연하고 기다리고 받아들이다 보면 우리 마음도 이렇게 투명해질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얼음알갱이들은 꽃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내 마음에도 얼음꽃이 피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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