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로 본 <삼체>는 그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의 류츠신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로 3개의 시즌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시즌1 8부작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웹툰으로 먼저 <삼체>를 보았는데, 소설과 웹툰, 드라마의 각본상 차이를 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를 줄 듯하다.
류츠신이 중국을 대표하는 SF 소설가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종의 기원담] 등으로 한국 SF소설로는 최초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 작가를 개인적으로 손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종의 기원담] 소설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소설을 접한 입장에서는 인류와 로봇의 순환론적 기원- 인류가 로봇의 기원이 되었다가, 로봇이 인류의 기원이 되는?-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야말로 가까운 미래, 인간의 입장에서 암울한 미래를 그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AI가 고도로 발달이 되면서 인공지능로봇의 발달-진화-이 이루어지고, 한편으로는 기후위기를 자초한 인간이 결국 인간 거주가 가능한 환경의 임계치를 넘겨버림으로써 인간의 생존이 거의 불가능해져버린 지구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멸종 상태이지만, 로봇은 생명이 거주하기 힘들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아 스스로 계속 진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로봇이 자신들의 기원과 발전을 어떻게 그려내는지를 담은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거주할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지 반문하게 만들고, 또한 이 소설이 내비치고 있는 인간과 로봇의 공생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탁월한 소설이라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