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클라이밍 기초교육을 받았다. 월수금 일주일에 3일 2시간씩 한달간 진행된 교육은 결석이 4번 이상 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없다. 정확하게 3번 결석하고 수강을 끝낸 덕분에 다행히도 수료증을 받았다. 교육은 상당히 힘들어 다음날이면 으례 몸이 찌뿌등했다. 2시간 내내 암벽을 오른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15분 정도, 잘 하면 2번 15미터의 벽을 오르는 정도인데도 말이다.

옆길로 새고 말았는데 하고 싶은 말은 클라이밍이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죽는다는 것의 공포감에 대해서다. 벌써 3년 가까이 되는 교통사고의 기억은 죽음이라기 보다는 그저 잠깐의 망각 정도로 기억된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죽음의 그림자보다는 해프닝의 햇살만 보인다는 것이다.

클라이밍을 할 때는 자일을 허리에 걸고 오른다. 안정장비를 다 갖추고서 오른다는 말이다. 마지막주 월요일 수업때는 추락실습도 있는데 12미터 쯤에서 8미터가량을 떨어져 혼쭐났다. 하지만 죽음의 냄새보다는 그저 아찔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다고 죽음에 대해 겁을 내지 않는 강심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혹시나 매듭을 잘못 매서, 또는 확보자가 하강기를 실수로 다루어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항상 갖고 벽을 오른다. 떨어지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벽을 대할때면 이런 생각은 사라지고, 한번에 끝까지 올라서겠다는 의지만 불타오른다. 물론 팔에 힘이 떨어져 추락할때는 긴장하지만 말이다.

몇일 전 꿈을 꿨다. 소총을 든 사내들이 나를 트럭 뒤칸에 실으려한다.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트럭에 오른다. 가슴이 두근두근. 어느덧 널따란 평원에서 차는 멈추고 다들 트럭에서 내린다. 그런데 갑자기 나 혼자 줄에서 이탈해 다른 쪽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찾아오는 죽음의 그림자. 총을 든 사내들이 거총을 한 것도 아닌데 끌려가는 내내 죽음에의 공포감이 밀려왔다. 이대로 죽는건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자 온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꿈 속인데도 말이다. 너무 무서웠다. 살고싶었다. 이토록 내가 강렬하게 삶을 원했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떴다. 그래 이렇게 살아있구나. 난 이토록 살고싶었구나.

최근 읽었던 일본 소설 <종말의 바보>가 생각났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악착같이 살아라. 삶은 이렇게도 고귀한 것이었음을 꿈을 통해 느낀다.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생각해보다 사는게 사는 것 답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이불을 걷어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6-10-03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고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살이님, 정말 악몽이었지만 깨달음을 얻었네요 ^^ 스포츠클라이밍을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하루살이 2006-10-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영화 <우행시> 꼭 보고싶었는데...
클라이밍은 기초 교육만 받았어요. 제가 써 놓은 글 읽어보니 굉장히 어려운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런데 실제론 만만하답니다. 몸매 바르게 잡아주는데 최고일듯하니 혹 시간이 나신다면 도전해보세요. 안전장비만 유의한다면 정말 괜찮은 운동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