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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샨 사 지음, 성귀수 옮김 / 북폴리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기 전 번역자와 같은 고민에 빠졌다. 천안문과 관련된 중국의 역사적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탱크 앞에 떡 버티고 선 중국인 사내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만을 기억하고 있어도 이 책을 읽는데는 충분하다.
소설은 천안문 사태의 학생운동 주역인 아야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텔레비젼에 출연하면서 유명인물이 되어버린 아야메. 하지만 정작 총알이 난무하는 죽음의 현장에서 떨어지게 된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오지 어촌으로 몸을 숨기고, 어렸을적부터 군대에 들어와 모범적인 장교로 자란 자오라는 사내가 그녀를 찾는다. 그 와중에 아야메의 어렸을 적 일기장을 보게 되는데 이 일기장의 내용이 또한 소설의 한 줄기를 형성한다. 아야메가 어렸을 때 서로 좋아하게 됐던 민이라는 아이와의 헤어짐을 통해 자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숨어있던 곳이 밝혀지고, 아야메는 다시 도망을 치는데 한 청년이 깊은 산 속으로 그녀를 피신시키며 생존을 가능토록 도와준다. 현실과 동떨어진 조금은 신비로운 감마저 느껴지는 종반부는 환상이라는 희망을 열어준다.
간략하면서도 명확한 이야기 틀 속에서 마음에 주는 감동 또한 명징하다. 좋아하는 사람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것,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 타인이나 사회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마음대로 펼쳐낼 수 있는 것... 즉 자유다. 자유에의 갈망을 이처럼 간략하면서도 강력하게 이야기 한 책은 많지 않을듯 싶다. 자연의 일상 자체가 이미 신비이기에, 그녀의 자유로의 탈출이 신비로 향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리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환상적인 결말이 희망을 과장되게 포장하는 것 같아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유는 끝없는 목마름임을, 그리고 얼마나 축복된 일 인가를 단숨에 말해주는 책. 숨가쁘게 읽을만하다.